6G 국제 기술표준이 2028년 마련되고 2030년 첫 상용망 출시가 추진되면서 영국과 유럽이 미국 빅테크 의존과 중국 통신 인프라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컨버세이션은 9월 23일 6G 개발 경쟁의 지정학적 쟁점을 짚었다.
6G 표준 2028년·상용망 2030년 목표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이동통신 표준화 협력체인 3세대 파트너십 프로젝트(3GPP)는 6G의 첫 기술표준을 2028년까지 마련하고, 2030년께 첫 상용 6G 네트워크를 선보이는 계획을 세웠다. 5G 구축이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상황에서 차세대 이동통신망 설계와 구축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6G는 기존 이동통신처럼 기기 사이에서 데이터를 전달하는 통로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을 처음부터 핵심 요소로 넣은 ‘AI 네이티브’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통합 감지·통신 기술을 활용하면 전파가 레이더 센서처럼 작동해 카메라 없이도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고,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연결을 통해 자동화된 도시 환경을 관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다만 AI 기반 처리 확대에 따른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줄일지가 과제로 남는다.
미국 주도 연합과 유럽의 선택
미국 정부는 7월 말 영국과 유럽 15개국을 포함한 24개국 6G 연합을 발표했다. 인도·캐나다·호주·한국·일본 등도 참여한 이 연합은 중국 디지털 인프라 산업에 대응하고 6G 주도권과 보안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참여국들은 수개월 안에 정부·산업계·학계의 연계를 강화해 장기적인 글로벌 6G 전략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미국 주도 진영은 5G 개발 과정에서 산업정책 공조가 부족했고 국제 표준을 뒷받침하는 협정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한 결과 중국 기업들이 관련 특허와 장비 시장에서 앞섰다고 본다. 영국과 유럽은 중국산 인프라를 자체 산업 규모만으로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지만, 아마존과 구글 같은 미국 대형 클라우드 기업에 저장공간과 데이터 처리 능력을 의존하는 상황도 경계하고 있다. 외국 클라우드에서 국가 핵심 인프라를 운영할 때 주권과 보안을 어떻게 지킬지가 쟁점이다.
EU는 노키아와 에릭슨이 참여한 헥사-X와 후속 사업 헥사-XⅡ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에 의존하지 않는 유럽형 6G 기술을 모색해왔다. 영국에서는 과학·혁신·기술부가 해체되고 디지털 인프라 업무가 새 부처로 옮겨가면서 6G 연구개발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내 통신사들이 2G·3G 장비와 전통적 유선전화망을 정리하면서 5G 활용 확대에도 나서는 상황에서 해외 6G 주도권까지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6G 주파수 배분을 둘러싼 정부 협상은 2027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ITU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 중요한 분기점을 맞을 전망이다. 이후 2028년 인프라 표준화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동시에 전자파와 감시를 둘러싼 5G 시기의 불안과 음모론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어,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시민을 인프라 설계와 구축 과정에 참여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