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행동학자들이 AI로 동물의 의사소통을 해석하는 연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동물의 언어를 곧 해독하거나 대화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연구를 오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디언(The Guardian)은 9월 22일 호주 샤크베이의 돌고래 연구 현장을 바탕으로 동물행동 연구에서 AI를 책임 있게 활용해야 한다는 논쟁을 소개했다.
돌고래 소리를 곧바로 ‘언어’로 해석할 수 있나
브리스톨대의 스테퍼니 킹(Stephanie King)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야생 돌고래 연구 중 하나인 샤크베이 돌고래 연구를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에이미 마틴(Amy Martin)은 팟캐스트 ‘Threshold’를 위해 수중 마이크로 호주 서부 샤크베이의 돌고래가 내는 휘파람과 딸깍거리는 소리, 윙윙거리는 소리를 기록했다. 킹은 AI를 책임 있게 사용하면 수집한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을 크게 넓힐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AI가 언젠가 인간이 ‘돌고래어’를 말하게 해줄 것이라는 질문에는 그런 관점이 동물에게 오히려 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돌고래는 소리를 이용해 서로 소통하고 이동하며 먹이를 찾는다. 높은 음의 휘파람은 사회적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어미가 새끼와 연락할 때 쓰거나 개체를 구별하는 이름과 비슷한 신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수십 년간 돌고래를 연구했어도 각각의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아직 일부만 파악된 상태다. 돌고래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음을 감지하고 음향 정보를 인간보다 빠르게 처리하며, 감각 체계도 다르다.
돌고래와 인간 모두 반향정위를 이용해 소리로 주변을 파악하지만, 돌고래는 반향정위 정보를 촉각과 연결된 뇌 영역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인간에게 반향정위가 시각과 더 밀접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돌고래가 소리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휘파람과 끽끽거리는 소리를 대규모 언어 모델에 입력한다고 해서 그 경험이나 의미가 해석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코끼리 연구자도 ‘동물과 대화’ 목표에 회의적
아프리카 사바나코끼리 연구자인 조이스 풀(Joyce Poole)도 동물과 대화할 수 있게 되겠다는 목표를 과장된 구호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풀은 야생 코끼리의 발성, 움직임, 상호작용을 현장에서 기록하고 주석을 단 자료를 수십 년간 축적했지만, 코끼리 의사소통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층위와 뉘앙스가 많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코끼리의 대화에 직접 끼어들기보다 코끼리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기본적인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킹은 동물의 ‘비밀 언어’를 곧 해독할 수 있다는 보도와 AI 통역기 개발 경쟁이 연구의 방향을 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인간 생물과 소통하는 알고리즘을 찾는 콜러 두리틀 챌린지처럼 성과에 상금이 걸린 사업도 있지만, 기술 투자와 언론의 관심이 연구자들에게 성급한 결론이나 자극적인 표현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풀은 코끼리가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소통한다는 점을 보여주면 코끼리와 서식 생태계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