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록 총재, AI 투자 생산성 효과 없이 물가 자극…거품 위험 경고

미셸 불록 호주중앙은행 총재가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가 아직 호주 경제의 생산성을 높였다는 증거가 없고 오히려 물가 상승을 더하고 있다며 AI 거품 위험을 경고했다. 불록 총재는 주택시장과 이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AI 투자, 생산성보다 물가 자극

미셸 불록(Michele Bullock) 호주중앙은행(RBA) 총재는 AI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현재까지는 생산성 개선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IT·경제 전문 매체 가디언(The Guardian)은 9월 22일 불록 총재가 시드니에서 열린 호주경제개발위원회(CEDA)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불록 총재는 중앙은행들이 AI를 경제 생산성을 끌어올릴 ‘가장 큰 희망’으로 보고 있지만, 빠른 기술 도입과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금까지는 경제성장보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거품인지에 대해서는 특정한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기술주 가치가 급락하면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어 위험 요인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중앙은행의 연구를 인용해 AI를 도입한 직원들이 산출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당 근로시간을 1.5시간 줄였다는 분석도 소개했다.

불록 총재는 기업들이 새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실험하는 단계에서는 생산성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으며, 업무 절차를 다시 설계한 뒤에야 생산성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호주 정부가 9월 22일 공개한 세대 간 보고서는 AI가 경제에 ‘중대한’ 생산성 상승을 가져올 가능성을 반영해 1인당 실질 경제활동이 현재 9만9200달러에서 2066년 15만7300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성 증가율이 장기 평균인 연 1.2%가 아니라 0.8%에 그치면 2066년 수치는 13만6600달러에 머물 수 있다.

금리·주택시장에도 경고음

불록 총재의 발언은 메타(Meta)가 새 AI 에이전트 ‘뮤즈’를 공개한 뒤 주가가 11% 오른 가운데 나왔다. 다만 AI 관련 기술주의 상승세가 실물경제의 생산성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불록 총재는 다음 주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시장에서는 금리가 현재 4.35%에서 4.6%로 오를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인상이 이뤄지면 14년 만의 최고 수준이 된다.

호주 주택가격은 최근 3개월 동안 3.1% 하락했다. 기준금리가 세 차례 인상되고 정부가 부동산 투자자 세제 혜택을 손질한 뒤 주택담보대출 승인 건수가 줄었으며, 특히 투자자 대상 승인이 크게 감소했다. 불록 총재는 장기간 상승한 뒤 나타난 조정으로 평가하면서도 주택가격 하락 폭이 과거 호주에서 나타난 하락 국면의 낮은 범위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민과 주택 공급도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다. 불록 총재는 지난 1년간 호주의 경제성장이 거의 전적으로 이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신규 이민자들이 일하고 소비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물가를 높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 공급은 이민자 유입 속도를 즉시 따라가지 못해 주택시장에 부담을 준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민 규모를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급격한 축소는 경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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