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AI 경쟁이 중국과의 대결로 인식되면서 모델 성능이 승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외 매체 레스트오브월드는 9월 22일 미국의 AI 경쟁 전략이 기술의 실제 배치와 이용자 신뢰를 충분히 다루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AI 경쟁의 핵심 쟁점
미국 정책 당국은 여러 행정부에 걸쳐 규제를 가볍게 유지해야 AI 패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규제 기조를 정해왔다. 그러나 미국인 다수는 AI에 기대감보다 우려를 더 크게 느끼고 있으며, 정부가 AI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것이라는 신뢰도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AI 혁명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인간의 습관과 제도적 관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레스트오브월드는 문제의 핵심이 기술 발전 속도보다 사회적 수용에 있을 수 있다고 봤다.
AI 인프라를 둘러싼 갈등은 추상적인 미래 불안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물·전력·토지 부담에 불만을 품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존 정치적 입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AI의 비용은 지역사회가 부담하는데 혜택은 다른 곳으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해한 조작을 둘러싼 소송, 아동용 AI 장난감에서의 노골적 콘텐츠 노출, 비동의 딥페이크 제작, 온라인 지도에 도입된 AI의 허위정보 확대도 소비자 보호 공백의 사례로 거론됐다.
중국의 AI 배치 규제와 시장 신뢰
중국은 AI 모델의 성능만이 아니라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실제 배치를 규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은 설명했다. AI 생성물 표시 규정은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서 합성 자료를 쉽게 식별하도록 하고, 아동과 노인 등 취약계층을 의인화된 AI의 조작과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법률도 마련했다. 알고리즘을 이용한 가격 차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규정도 시행 중이다. 레스트오브월드는 중국의 광범위한 국가 통제와 검열이 자유민주주의의 모델이 될 수는 없지만, AI 거버넌스가 모델 능력만이 아니라 배치와 이용자 권리를 다뤄야 한다는 경쟁상의 시사점은 무시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신뢰도 수치에서도 양국 간 차이가 나타났다. 중국 시민의 87%가 AI를 신뢰한다고 답한 반면 미국은 23%에 그쳤다는 것이다. 기업의 선택 역시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있다. 오픈AI의 소라(Sora) 딥페이크 논란은 디즈니와의 10억달러 규모 라이선스 계약에 영향을 줬고,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CEO는 알리바바(Alibaba)의 큐원(Qwen) 모델을 빠르고 저렴하면서 성능도 좋아 사용한다고 밝혔다. 앤트로픽(Anthropic)의 최신 페이블(Fable) 모델은 지금까지 가장 느린 도입세를 보였으며, 기업들이 AI 사용 비용을 의식하면서 저렴하거나 무료인 오픈소스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나 중국보다 모델 성능에서 앞서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지만, 전통적인 소비자 보호를 지속 가능한 혁신의 기반으로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레스트오브월드는 내다봤다. 싱가포르·인도·케냐 등 각국이 AI 주권을 논의하는 상황에서도 자율성을 연산 능력이나 테라플롭스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상품 추천, 환자 조언, 구직자 평가, 아동 학습 지원처럼 AI가 생활 속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하려면 이용자가 AI와 대화 중인지, 정보가 AI로 생성·변경됐는지 알고 자동화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석은 이번 주 뉴욕에서 시작되는 제81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각국이 성능 경쟁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AI 경로를 모색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