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미국에서 기업 엘리트 반발 키워 새 경제 포퓰리즘 촉발

로버트 라이시는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이 미국 노동자의 임금 하락과 기업 독점에 대한 반발을 키워 새로운 경제 포퓰리즘을 촉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새로운 AI발 경제 포퓰리즘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고 진단했다.

AI와 기업 엘리트에 대한 반발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전 미국 노동부 장관은 AI가 미국에서 반기업 정서를 결집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시는 9월 22일 가디언에 기고한 AI가 기업에는 막대한 이익을 안기지만 노동자의 일자리와 실질임금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버니 샌더스와 스티브 배넌이 지난주 워싱턴에서 AI와 데이터센터 중단을 요구하는 단체 앞에서 발언한 점을 사례로 들었다. 두 사람은 정치적 성향은 다르지만 AI를 주도하는 기업 과두세력을 비판했다는 것이다. 라이시는 미국 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 기존 체제에 대한 분노라며, AI가 평균적인 노동자에게 불공정한 체제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중반 노동자 임금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9%로,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4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집계 초기 65%를 웃돌던 비중이 낮아진 만큼 나머지 몫은 투자자와 기업 소유주, 기업 이익으로 돌아갔다고 라이시는 설명했다. 또 미국인의 약 70%가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고, 60% 이상은 AI가 인류를 파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민주당의 선택과 미국 정치의 변화

라이시는 트럼프 정권이 이민자, 성소수자, 흑인과 라틴계 미국인, 무슬림, 이른바 ‘각성한’ 지도자 등을 분노의 대상으로 삼아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역시 버니 샌더스와 AOC 등을 제외하면 선거자금을 대는 부유한 기업 엘리트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보다 트럼프를 공격하는 데 집중해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AI를 둘러싼 일자리 감소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용수 소비 논란이 기업과 정치권의 유착에 대한 불만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라이시는 NBC 여론조사에서 54%가 ‘정치와 사회에서 강력한 사람들은 언제나 원하는 대로 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의견에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또 타임스-시에나 여론조사에서 ‘엘리트주의자’라는 말이 어느 정당을 더 잘 설명하느냐는 질문에 공화당이라고 답한 유권자가 43%, 민주당이라고 답한 유권자가 33%였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과거처럼 노동자와 기업 엘리트의 대립 구도를 앞세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에 따르면 일부 민주당 선거 참모들은 중간선거 격전지 후보들에게 AI 문제에 침묵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강력하고 자원이 풍부한 친AI 이해관계 단체가 선거 막판 후보를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라이시는 민주당이 거대 자본의 요구에 계속 따를지, AI가 촉발한 경제 포퓰리즘을 받아들일지에 따라 당의 미래뿐 아니라 미국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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