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pple) 오프라인 매장 구축을 주도한 론 존슨(Ron Johnson)이 AI 에이전트가 쇼핑을 크게 대체할 것이라는 실리콘밸리의 전망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9월 22일 존슨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견해를 전했다.
론 존슨이 보는 AI 쇼핑의 한계
존슨은 AI가 온라인 쇼핑 경험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쇼핑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1000달러나 2000달러짜리 노트북을 웹사이트나 매장에 들르지 않고 AI 에이전트가 고르도록 맡길 소비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노트북처럼 개인적인 구매에서는 제품의 무게를 느끼고 화면을 직접 확인하며 크기를 판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구글(Google)은 AI 에이전트가 상품 검색부터 결제까지 소비자를 안내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을 추진하고 있다. 오픈AI(OpenAI)도 챗GPT(ChatGPT) 안에서 상품을 조사하고 비교한 뒤 일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쇼핑 기능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처럼 업계에서는 AI가 상품 탐색과 구매 절차를 자동화하는 ‘에이전트형(agentic) 상거래’를 키우고 있지만, 존슨은 AI가 소비자의 선택지를 좁혀줄 수는 있어도 제품을 직접 경험하게 할 수는 없다고 봤다. AI의 역할은 매장 방문 전 소비자를 더 잘 아는 구매자로 만드는 데 가깝다는 것이다.
애플 매장이 남긴 오프라인 유통의 의미
존슨의 견해는 2000년 애플에 합류해 소매 사업을 구축했던 경험에 바탕을 둔다. 그는 애플 매장이 맥을 판매하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제품을 시험하고 사용법을 배우며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는 장소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경쟁 업체들이 유리 중심 외관과 개방형 구조, 지니어스 바와 비슷한 서비스를 따라 했지만 핵심은 매장에 있는 사람과 고객을 대하는 방식이었다고 덧붙였다.
애플 매장 직원은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았고, 고객에게 구매를 압박하기보다 실제로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존슨은 스티브 잡스 역시 AI를 받아들였겠지만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는 도구로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인간의 직관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신간 ‘Shop Different: How Retail Revealed Apple’s Genius’에서 애플 소매 사업을 구축한 과정을 다시 다뤘다.
존슨은 애플을 떠난 뒤 2011년 백화점 체인 J.C. 페니의 경영을 맡아 사업 재편을 시도했지만 2년도 되지 않아 물러났다. 그는 스타트업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한 사업을 운영하려 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기술 제품과 설치 서비스를 가정에 제공하는 전자상거래 기업 인조이 테크놀로지를 세웠으나, 회사는 2022년 파산 신청 뒤 자산 대부분을 아슈리온에 매각했다. 존슨은 AI 자체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라면서도 온라인 자동화가 오프라인 매장 경험을 없애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