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즌스 어드바이스(Citizens Advice)가 영국의 에너지·은행·통신 등 필수 서비스 제공업체에 AI 챗봇 의존을 줄이고 고객이 사람과 대화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챗봇 이용자 절반 이상이 문제 해결 지연이나 스트레스를 겪었다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IT 전문 매체 가디언(The Guardian)은 22일(현지시간) 시티즌스 어드바이스가 이같이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시티즌스 어드바이스는 지난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270만명 이상에게 일대일 지원을 제공한 시민단체다.
영국 필수 서비스 챗봇 이용 실태
시티즌스 어드바이스가 조사한 결과 챗봇을 이용해야 했던 사람 중 거의 절반은 챗봇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부 이용자는 챗봇이 자신을 “포기하게 만들도록 설계된 것 같다”고 느꼈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상담 과정이 반복되는 “끝없는 순환”에 갇혔다고 호소했다. 영국 성인 가운데 챗봇을 선호하는 소통 수단으로 꼽은 비율은 7월 조사에서 20%에 그쳤으며, 전화·이메일·인스턴트 메시지가 더 선호됐다.
사람과 직접 대화하기 어려웠던 필수 서비스 이용자 중 49%는 스트레스나 좌절을 경험했고, 27%는 무력감을 느꼈다. 문제 해결이 지연됐다는 응답은 44%, 해결을 아예 포기했다는 응답은 14%였다.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사람에게는 전기요금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계량기 검침값을 제출하는 일이 온라인에서는 시스템이 정상 작동할 경우 한 시간도 걸리지 않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최대 6주가 걸릴 수 있다고 단체는 설명했다. 저가 사회적 요금제 인터넷 신청도 디지털 방식만 제공돼 오히려 이용이 어려워지는 사례가 확인됐다.
디지털 소외와 고객 지원 공백
시티즌스 어드바이스는 영국에서 최소 1400만명이 디지털 소외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추산했다. 전화·대면·서면 소통 방식이 줄면서 필수 서비스 지원 체계가 디지털 이용 능력에 따라 둘로 나뉘었다는 지적이다. 다중요소 인증처럼 로그인을 위해 여러 기기를 빠르고 능숙하게 조작해야 하는 절차와 거래 완료 시간 제한도 이용자들이 겪는 장벽으로 제시됐다.
톰 매키니스 시티즌스 어드바이스 정책국장은 챗봇을 통한 상담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필수 서비스 이용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양식과 챗봇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청구서 오류나 채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노숙 예방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시민단체는 챗봇 자체의 역할은 인정하면서도 전화와 대면 서비스가 조용히 축소되면서 취약한 이용자들이 지원망에서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앞서 디지털 소외 대응을 위해 1190만파운드를 디지털 포용 혁신기금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약 170만가구는 노트북·태블릿·데스크톱 컴퓨터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대변인은 기업이 연락처 정보를 명확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공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시티즌스 어드바이스는 이에 따라 필수 서비스 제공업체가 고객이 필요할 때 사람과 통화하거나 상담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