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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Anthropic)의 높은 총이익률 뒤에는 연구개발비와 판매비가 남아 있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증권신고서(S-1)로 계산한 올해 상반기 매출총이익률은 85.4%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억9300만달러(약 9190억원)였다.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S-1에는 손익계산서 본문과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나눈 주석 8의 기능별 비용표가 담겼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과 모델을 개발하는 비용을 구분하면,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온전히 남지 않는 이유가 드러난다.
아래 상반기 수치는 미감사 중간재무제표 기준이다. 원화 환산은 달러당 1326.14원을 적용했다.
S-1 주석 8이 공개한 매출원가, 총이익률 85.4%의 실체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2억8600만달러(약 21조5975억원)다. 주석 8에 적힌 매출원가는 23억8000만달러(약 3조1562억원)였다. 매출에서 원가를 빼면 139억600만달러(약 18조4413억원)가 남는다. 이를 매출로 나눈 매출총이익률이 85.4%로, 회사가 별도로 제시한 비율이 아니라 공시된 두 항목으로 직접 계산한 값이다.
지난해 같은 상반기에는 매출 11억6300만달러(약 1조5423억원)에 매출원가 10억1900만달러(약 1조3513억원)가 들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총이익률은 12.4%다. 매출이 약 14배 늘어나는 동안, 매출원가는 약 2.3배 증가했다. 해당 비용 분류를 기준으로 보면, 매출 증가가 원가 증가를 크게 앞질렀다.
총이익을 현금 잔액처럼 읽으면 계산이 어긋난다.
매출원가의 대부분은 고객 서비스에 쓰는 컴퓨팅·인프라 비용이다. 일부 인건비와 배분한 공통비도 들어간다. 모델 개발과 연구, 회사 내부에서 클로드(Claude)를 사용하는 비용은 연구개발비에 분류되며, 무료 서비스용 컴퓨팅과 유통 파트너 비용은 판매·마케팅비에 포함된다.
같은 컴퓨팅 자원도 쓰임에 따라 비용 항목이 갈린다. 회사는 연구·개발·고객 서비스·내부 사용에 자원을 배분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체 컴퓨팅 비용을 매출원가로 놓고 계산한 비율은 이 총이익률과 다르다. 85.4%에는 그 밖의 비용을 부담한 뒤 얼마나 남는지가 담겨 있지 않다.
총이익 139억달러 잠식한 연구개발비 97억달러
주석 8을 따라 손익을 연결하면, 답이 나온다. 연구개발비는 97억4100만달러(약 12조9179억원), 판매·마케팅비는 38억800만달러(약 5조499억원)였다. 여기에 일반관리비 10억5000만달러(약 1조3924억원)를 더하면 매출총이익을 넘어선다.
| 올해 상반기 손익 연결 | 금액(억달러) | 원화 환산(약) |
|---|---|---|
| 매출 | 162.86 | 21조5975억원 |
| 매출원가 차감 | -23.80 | -3조1562억원 |
| 계산한 매출총이익 | 139.06 | 18조4413억원 |
| 연구개발비 차감 | -97.41 | -12조9179억원 |
| 판매·마케팅비 차감 | -38.08 | -5조499억원 |
| 일반관리비 차감 | -10.50 | -1조3924억원 |
| 영업손실 | -6.93 | -9190억원 |
자료는 S-1 연결손익계산서 F-7과 주석 8 F-39다. 매출총이익과 원화 금액은 직접 계산했으며, 반올림한 원화 금액의 합계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연구개발비에는 컴퓨팅 외에 인건비와 소프트웨어 비용, 공통비도 포함된다. 전부를 다음 모델의 학습비로 볼 근거는 없다. 다만 이 비용이 총이익을 계산한 뒤에 차감된다는 위치는 명확하다. 고객 서비스 원가를 감당하고 남은 돈으로 연구와 개발까지 부담해야 영업이익이 생긴다.
원가를 빼고 85달러가 남아도 사업이 그만큼 번 것은 아니다.
1분기 적자 딛고 2분기 영업이익 9.74억달러 반전
상반기 합계만으로는 변화 속도를 놓친다. 1분기에는 영업손실 16억6700만달러(약 2조2107억원)를 냈다. 2분기에는 영업이익 9억7400만달러(약 1조2917억원)로 바뀌었다. 앞선 분기의 손실이 더 커, 상반기 전체로는 적자가 남았다.
이 흑자는 주식보상비용 등을 제외해야만 나오는 숫자가 아니다. 분기 손익계산서의 영업손익 자체가 플러스다. 회사가 주식보상비용을 제외해 제시한 2분기 조정 영업이익은 이보다 큰 22억3500만달러(약 2조9639억원)였다. 같은 분기에도 어떤 비용까지 차감했느냐에 따라 이익 규모가 달라진다.
반대로, 1분기는 조정 후에도 영업손실 6억1700만달러(약 8182억원)였다. 공개본의 두 분기를 두고 연속 흑자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 2분기 영업흑자를 확인한 것과 앞으로도 흑자를 유지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단 한 분기의 반전이 연간 흑자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영업현금 39억달러 유입과 운전자본 착시의 이면
현금흐름표에도 개선이 나타났다. 상반기 영업현금흐름은 39억2900만달러(약 5조2104억원) 유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5억1300만달러(약 2조64억원)가 빠져나갔다. 순손실의 크기만으로 그 기간의 현금 소진을 판단하면 이 차이를 놓친다.
회사는 비현금 항목을 조정한 손익 개선과 운전자본 변화를 원인으로 설명했다. 고객에게 돈을 받은 때와 공급업체에 지급한 때가 현금흐름에 영향을 줬다. 고객이 먼저 내거나 회사가 대금을 나중에 지급하면, 같은 손익에서도 현금이 더 남을 수 있다. 이 기간의 유입액 전부를 다음 반기에도 반복할 수익으로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수금과 지급 시차가 만든 유입액은 지속 가능한 이익이 아니다.
6월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123억8900만달러(약 149조435억원)였다. 상반기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으로 들어온 현금은 1104억3200만달러(약 146조4483억원)에 달한다. 보유 현금은 지급 여력을 보여주지만, 큰 잔액 자체가 영업으로 그만큼 벌었다는 증거는 아니다.
자체 인프라 선투자 부담과 지속 가능한 흑자의 조건
총이익률 개선과 2분기 영업흑자, 상반기 영업현금 유입은 서로 다른 지표에서 확인한 개선이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만으로 이 변화를 지울 수는 없다. 매출 증가가 실제 손익과 현금흐름에 얼마나 연결됐는지 구분해서 볼 근거가 생겼다.
하지만 회사는 앞으로 손익이 개선돼도 현금 유출이 늘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체 컴퓨팅·인프라를 확장하면 장비가 가동되기 훨씬 전에 지출해야 하는 돈이 늘어난다. 기존 클라우드 이용료와 달리 선급금·설비투자·리스 의무가 먼저 발생하면서 현금흐름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총이익률은 비용을 어디에 분류했는지도 함께 읽어야 한다. 주석의 고객 서비스 원가와 연구개발비를 합치거나, 총이익률만 떼어 비교하면 각각 다른 사업 모습을 보게 된다. 연구·개발·판매 비용이 매출보다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 영업현금 유입이 선투자 부담을 감당하는지가 이후 실적에서 확인할 대목이다.
이번 제출본 170쪽에는 계약 의무를 연도별로 나눈 표가 있지만, 2026년부터 2030년과 그 이후까지 지급할 금액을 적는 칸은 아직 비어 있다.
장부상 85%의 총이익률보다 향후 인프라 청구서의 크기가 진짜 수익성을 가를 잣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