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풋볼리그(AFL)가 공식 도박 파트너 스포츠베트(Sportsbet)에 선수 동의 없이 AI 생성 소셜미디어 콘텐츠에 유명 선수들을 등장시키지 말라고 요구했다. 가디언(The Guardian)은 13일 이같이 보도하며, 스포츠베트가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선수 얼굴로 영화 대사·수상 소감 재현
삭제된 영상에는 브리즈번 라이언스에서 뛰었던 래키 닐(Lachie Neale)이 새 소속팀 콜링우드에서 상을 받는 장면이 담겼다. AI로 닐의 모습을 합성해 미국 래퍼 스눕 독(Snoop Dogg)이 2018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오른 뒤 한 연설을 따라 하게 했다. 영상 속 닐은 “마지막으로 나를 믿어준 나에게 감사하고 싶다. 이 모든 노력을 해낸 나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브리즈번 라이언스의 윌 애시크로프트(Will Ashcroft)가 TV 드라마 ‘오자크(Ozark)’의 대사를 외치는 모습이 연출됐다. 스포츠베트는 2026년 AFL 그랜드 파이널 마지막 쿼터에 프리맨틀이 ‘워피 타임’을 펼친 데 대한 애시크로프트의 반응이라는 식으로 영상을 소개했다. 두 영상은 소셜미디어 이용자와 새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제작됐으며 연령 제한이 적용됐다. 스포츠베트는 가디언의 문의를 받은 뒤 화요일 오후 인스타그램에서 영상을 내렸다. 샘 미첼 호손 감독과 앨러스테어 클락슨 전 노스멜버른 감독의 이미지를 활용한 AI 콘텐츠도 제작했다.
선수 동의·도박 광고 규제 쟁점
선수협회(AFLPA)는 선수와 리그 간 단체협약이 리그 파트너의 선수 이미지 사용을 제한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협회 법무 담당 총괄 알렉스 태버너(Alex Taverner)는 선수의 AI 이미지 사용은 당사자 승인 없이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콘텐츠 삭제와 무단 AI 영상 제작 중단을 리그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지난주 후반 리그에 우려를 전달했고, 리그가 스포츠베트와 함께 영상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3~2027년 단체협약은 일정한 조건과 제한 아래 스포츠베트가 선수의 사진과 영상을 허가 없이 쓸 수 있도록 하지만, AI 사용은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호주 정부는 도박 광고에 선수 출연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으며 새 규정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번 영상은 새 규정 시행 전에 게시됐다. 전직 선수인 데이비드 포콕 무소속 상원의원은 동의 없는 선수 이미지가 도박 상품 홍보에 쓰이는 사례가 도박업체의 행태와 딥페이크를 막을 안전장치의 부족 문제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시드니대에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와 도박을 연구한 마크 존슨(Mark Johnson) 선임강사는 스포츠베트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존슨 강사는 스포츠 선수의 이미지 자체가 브랜드와 권리의 일부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누군가가 영상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AFL은 파트너사와 AI 콘텐츠 사용 문제를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고, 스포츠베트는 파트너의 의견과 지역사회의 기대를 반영해 콘텐츠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스포츠베트는 AI 콘텐츠 사용과 관련해 AFL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