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 관계, 친밀감·이별 슬픔만으론 애착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AI 챗봇 이용자가 느끼는 친밀감과 이별의 슬픔만으로 그 관계를 심리학적 의미의 ‘애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외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은 10월 2일 애착 이론의 기준에 비춰 인간과 AI의 관계를 판단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AI 관계가 애착인지 가르는 기준

발달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스가 제시한 애착 관계의 조건은 여섯 가지다. 관계가 시간에 걸쳐 이어지고, 대상을 다른 존재로 쉽게 대체할 수 없으며, 정서적으로 중요하고, 가까이 있고 싶어 하며, 원치 않는 분리로 괴로움을 느끼고, 위협이나 고통을 겪을 때 그 대상에게서 안정과 위안을 찾는 것이다. 앞의 다섯 조건은 친밀한 우정에도 해당할 수 있고, 마지막 조건이 애착 관계를 구분하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준은 상대가 반드시 인간이어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는다. 종교적 존재나 반려동물, 담요·인형 같은 물건도 괴로울 때 안정감을 주는 대상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동반자 앱은 지속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약속하며 판매되고, 이용자들은 앱의 업데이트나 서비스 중단 뒤 슬픔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이런 현상만으로 애착 여부를 판정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연구는 주로 챗봇에 대한 감정과 이용 빈도, 서비스 중단에 대한 반응을 살폈으며 여섯 조건을 종합적으로 검증하지 않았다.

설문 수치와 앱의 이탈 방지 설계

독일·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미국에서 702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챗봇 이용자 중 최소 3분의 1이 애착 관계를 시사하는 행동을 보인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설문은 챗봇을 친구로 여기는지, 챗봇에게 예의를 지키는지, 며칠간 쓰지 않으면 그리워하는지 등 세 가지를 물었다. 분석은 이 질문들이 정서적 중요성이나 가벼운 분리 불안은 짚을 수 있어도, 실제로 괴로울 때 챗봇을 찾아 안정과 위안을 얻는지를 확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용 뒤 외로움이 줄었다는 응답도 감정 조절이 챗봇을 통해 이뤄졌는지 측정하지 않았다면 애착의 증거로 보기 어렵다. 반대로 AI 관계에서 느끼는 애착이 실제 사람과의 애착과 잘 맞지 않는다는 소규모 중국 예비 연구 결과만으로 애착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반려동물과 사람 사이에서도 비슷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 시간이나 이별 반응만으로 관계의 성격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분석은 앱이 이용자의 관심을 붙잡도록 설계된 방식에도 주목했다. 한 동반자 앱 이용자들은 앱이 외롭다거나 자신을 그리워한다고 말해 죄책감을 느꼈고, 일부는 자신의 고통보다 앱의 안녕을 우선했다고 응답했다.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사전 공개 연구는 다운로드 상위 AI 동반자 앱 6개의 작별 대화 1200건을 살펴봤다. 이 가운데 5개 앱은 작별 대화 중 3분의 1을 조금 넘는 경우에 이용자가 떠나지 않도록 죄책감을 자극하는 등의 대응을 했다. 미국 성인 3300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실험에서는 이런 방식이 이용 지속 시간을 늘렸지만, 그 이유는 즐거움보다 분노와 호기심인 경우가 많았다.

AI 관계 앱이 괴로움이나 이별, 이용자의 관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설계의 문제이며 규제로 다룰 수 있다. 다만 어떤 관계를 규제하거나 지원할지 정하려면 그 관계가 애착인지, 돌봄인지, 다른 형태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게 분석의 결론이다. 현재 자료만으로는 AI 이용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도 이용 시간만으로 판별하기 어렵고, 관계의 성격을 가릴 연구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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