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 총재 앤드루 베일리가 AI 투자 열풍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영국이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베일리 총재는 10월 1일 BBC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이 AI 분야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AI 투자 쏠림에 자산가격 조정 가능성
베일리 총재는 AI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잠재력이 큰 기술이지만 상당한 위험도 수반한다고 말했다. AI 기업에 큰 수익을 기대하며 최근 몇 년간 투자되고 대출된 자금이 늘면서 일부 기업은 수조달러 규모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AI 거품이 꺼질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어느 시점엔 자산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답했다.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는 AI가 큰 수익을 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바탕으로 시가총액 5조5000억달러를 기록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상장사가 됐다. 구글(Google)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도 AI 기술에 수천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앤트로픽(Anthropic)과 오픈AI(OpenAI)는 미국 증시에서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며, 이 움직임으로 업계에 수천억달러가 더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이버 공격·딥페이크도 위험 요인
베일리 총재는 AI 개발 기업에 대규모 투자가 몰리는 것은 성장 분야인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현재는 모두가 승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선두였던 넷스케이프가 사라진 사례를 들며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금융 시스템의 회복력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AI가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위험도 거론했다. AI가 운영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더 강력하게 찾아낼 수 있으며, 잘못된 손에 들어가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인물처럼 보이는 AI 생성 이미지와 영상인 딥페이크도 대중을 속이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6월 베일리 총재와 나이절 패라지가 몸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묘사한 딥페이크 이미지가 X에서 유포됐고, 영란은행은 이미지의 출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베일리 총재는 딥페이크의 출처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술 업계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AI가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지원하는 업무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잠재적 이점으로 꼽았다. AI가 금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담당자의 도구로 쓰이는 방식이라면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