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세계 최대 음악기업 유니버설뮤직그룹(Universal Music Group·UMG)이 최근 대형 디지털 음원 유통업체 ‘디스트로키드(DistroKid)‘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인공지능(AI)으로 대량 생성한 음악과 유명 가수의 변형·복제 음원을 정상적인 발매물처럼 스트리밍 시장에 공급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AI 음악을 둘러싼 법률 분쟁이 모델의 학습 데이터에서 실제 음원의 유통과 라이선스 수익 배분으로 확대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UMG, 캐피톨 레코드(Capitol Records), 캐피톨 크리스천 뮤직 그룹(Capitol Christian Music Group·Capitol CMG)은 9월 15일 미국 델라웨어연방법원에 디스트로키드와 관련 지주회사들을 상대로 소송(UMG Recordings, Inc. et al. v. DistroKid, LLC et al., No. 1:26-cv-01156)을 제기했다.
로이터는 “UMG는, 디스트로키드가 AI로 생성된 저품질 음악과 UMG 음원의 무허가 버전 수천곡을 유통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UMG가 문제 삼은 음원에는 비틀스(The Beatles), 드레이크(Drake), 레이디 가가(Lady Gaga), 리한나(Rihanna) 등의 작품이 포함됐다.
400만명 이상 이용…독립 음악가와 스트리밍 플랫폼 잇는 디스트로키드
디스트로키드는 음반사와 직접 계약하지 않은 독립 음악가들이 스포티파이(Spotify), 애플뮤직(Apple Music), 유튜브뮤직(YouTube Music), 틱톡(TikTok) 등 주요 플랫폼에 음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대형 디지털 음악 유통업체다.
디스트로키드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음악가가 400만명 이상이며 음원을 150개 이상의 플랫폼으로 공급한다”고 밝히고 있다. 음악가가 음원을 올리면 디스트로키드가 이를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와 디지털 음원 판매처로 전달하는 구조다.
음악 전문매체 뮤직비즈니스월드와이드는 “디스트로키드가 유통량 기준 세계 최대 음악 유통업체이며 전 세계 신규 음악의 약 40%를 유통한다고 밝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업 규모도 엄청나다. 투자회사 인사이트파트너스(Insight Partners)는 2021년 디스트로키드에 투자하면서 기업가치를 13억달러(당시 약 1조5000억원)로 평가했다. 당시 디스트로키드는 이용 음악가가 200만명을 넘었고 전 세계 신규 음악의 3분의 1 이상을 유통한다고 추산했다.
최근에는 소유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사모투자회사 씨브이씨캐피털파트너스(CVC Capital Partners)는 7월 6일 발표에서 “디스트로키드의 지분 과반을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으며 기존 투자자인 인사이트파트너스는 상당한 소수 지분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거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시장 영향력 때문에 소송은 개별 AI 음악 제작자의 침해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수백만명의 음악가가 만든 음원을 세계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내는 대형 유통망이 AI 대량 생성 시대에 음원의 출처와 권리를 어디까지 확인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UMG “AI 음악 자체를 문제 삼진 않는다”
UMG는 AI로 만든 음악 자체를 금지해 달라는 사건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UMG는 소송에 대해 “AI 생성 음악이 명확히 공개된 상태에서 유통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This lawsuit is not about the distribution of AI-generated music when clearly disclosed as such)”라고 밝혔다고 뮤직비즈니스월드와이드는 9월 15일 전했다.
UMG가 문제 삼는 것은 이른바 ‘AI 슬롭(AI slop)’과 저작권 침해 음원이 정상적인 아티스트의 발매물처럼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AI 슬롭은 법률 용어가 아니라 AI를 이용해 대량 생산되는 저품질·반복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가리키는 표현이다. 대체로 ‘AI 쓰레기’라고 번역된다.
디스트로키드 역시 AI 음악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디스트로키드는 자사 정책에 대해 “AI 도구를 이용한 음악의 업로드를 허용하지만 업로더가 필요한 권리를 보유해야 하며, 허가 없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정체성을 모방하거나 스트리밍 조작을 위한 대량 스팸을 올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는 AI 음악의 존재 자체보다 AI 생성 여부와 저작권을 유통업체가 어느 수준까지 확인하고 침해 콘텐츠를 차단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1년간 4562곡…UMG가 지목한 대량 AI 음원
UMG는 대량 업로드 사례도 소장에 제시했다.
UMG는 “디스트로키드 계정 ‘로파이 칠(Lofi Chill)’이 12개월 동안 4562곡을 발매했고 ‘칠 플로 라디오(Chill Flow Radio)’는 같은 기간 1901곡, ‘멜로 바이브스 라디오(Mellow Vibes Radio)’는 1615곡을 발매했다”고 주장했다.
AI 생성물만 문제가 된 것도 아니다. UMG는 “원곡의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느리게 만든 음원과 리믹스·샘플링·복제 음원도 디스트로키드를 통해 유통됐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콘텐츠는 공식 앨범 이미지나 정식 음원의 국제표준녹음코드(International Standard Recording Code·ISRC)까지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ISRC는 개별 녹음물에 부여되는 고유 식별번호다.
UMG는 소장 첨부자료에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음원 1000개를 특정했다. 미국 저작권법(17 U.S.C. §504(c))은 고의적 침해가 인정되면 작품당 최대 15만달러(약 2억1000만원)의 법정 손해배상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다.
1000곡에 최대액을 단순 적용하면 1억5000만달러(약 2100억원)가 되지만 이를 UMG가 확정적으로 청구한 손해배상액으로 볼 수는 없다. 뮤직비즈니스월드와이드는 “1000개 음원에 작품당 최대 법정손해배상액을 적용하면 이론상 1억5000만달러가 되지만 UMG는 소장에서 전체 손해배상액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유통업체는 단순한 ‘통로’인가
UMG는 디스트로키드를 침해 콘텐츠가 지나가는 수동적인 통로가 아니라 음원의 처리와 유통에 직접 관여하는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UMG는 소장에서 “이용자가 음악 파일과 메타데이터(metadata)를 올리면 디스트로키드가 이를 시스템으로 받아들인 뒤 스트리밍 서비스가 요구하는 형식으로 처리해 각 플랫폼에 전달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 보호 음원을 복제·배포하기 때문에 일정한 경우 디스트로키드 자체가 직접 저작권 침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직접 침해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대위 저작권 침해(vicarious copyright infringement) 주장도 제기했다. 디스트로키드가 음원을 검토하거나 유통을 거부할 능력을 갖고 있고 유통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튠코어‘도 같은 문제로 피소…AI 이전부터 있던 ‘유통 관문’ 책임
이미 소송의 유사 소송도 있었다. UMG가 프랑스 음악회사 ‘빌리브(Believe)‘와 산하 음원 유통업체 ‘튠코어(TuneCore)‘를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이다.
UMG 등은 2024년 11월 “빌리브와 튠코어가 유명 아티스트의 이름을 조금 바꾸거나 원곡의 속도를 변경·리믹스한 음원을 대량 유통했다”며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따라서 디스트로키드 사건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가 생성형 AI 때문에 처음 생긴 것은 아니다. 대규모 디지털 유통업체가 저작권 침해 음원을 어느 수준까지 찾아내고 차단해야 하는지는 이미 음악업계에서 존재했던 분쟁이다. 생성형 AI가 짧은 시간에 대량의 음악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의 유통·검증 문제가 AI 콘텐츠로 확대된 것이다.
뮤직비즈니스월드와이드는 4월 3일 “UMG와 빌리브가 분쟁을 우호적으로 해결했으며 양측이 모든 청구를 다시 제기할 수 없는 방식(with prejudice)으로 기각하는 공동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유통업체의 AI 대응도 구체화됐다. 뮤직비즈니스월드와이드는 4월 30일 “빌리브와 튠코어가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생성형 AI 서비스에서 일부 또는 전부 제작된 것으로 탐지되는 음악의 유통을 자동 차단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AI 음악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 관련 AI 서비스가 적절한 라이선스를 확보했는지를 유통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다.
‘유통’의 디스트로키드, ‘학습’의 수노
디스트로키드 사건 외에 AI 음악 저작권 침해 소송은 수노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AI 음악 산업에서 서로 다른 단계를 겨냥한다.
UMG와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Sony Music Entertainment) 등은 2024년 “수노가 허가 없이 저작권 보호 음원을 복제해 AI 모델 훈련에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디스트로키드 사건이 이미 만들어진 음원을 시장으로 보내는 ‘유통’을 문제 삼는다면 수노 사건은 그 이전 단계인 AI 모델의 ‘학습’을 다툰다.
두 분쟁은 9월에 잇따라 움직였다. UMG가 디스트로키드를 제소한 지 사흘 뒤인 9월 18일 UMG와 소니 등은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에 수노를 상대로 소송(UMG Recordings, Inc. et al. v. Suno, Inc. et al., No. 1:26-cv-14275)을 추가로 제기했다.
뮤직비즈니스월드와이드는 9월 18일 “UMG와 소니가 두 번째 소송에서 수노가 6만202개 녹음물을 허가 없이 복제해 AI 음악 생성 모델 구축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수노는 부인했다. 뮤직비즈니스월드와이드는 9월 22일 “수노가 새 소송을 ‘사실과 법률 모두에서 근본적으로 잘못됐다(fundamentally wrong on both the facts and the law)’고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UMG, AI 라이선스 수익 놓고 연주자와 충돌도
UMG가 소송에서 항상 원고는 아니다. 수노와 디스트로키드를 상대로는 음원 권리를 주장하는 원고지만, AI 기업에 음원을 라이선스한 관계에서는 연주자들로부터 그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 피고다.
미국·캐나다 음악가연맹(American Federation of Musicians of the United States and Canada·AFM)은 6월 5일 UMG와 애틀랜틱 레코딩(Atlantic Recording), 워너 레코드(Warner Records) 등을 상대로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연맹은 8월 21일 “음반사들이 수노와 우디오(Udio)에 방대한 녹음물 목록을 라이선스하면서 연주자에게 보상하거나 노조에 통지하지 않아 음반 단체협약(Sound Recording Labor Agreement·SRLA)을 위반했다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6월 5일 “노조가 UMG와 워너 측이 수노와 우디오에 음악가들의 녹음물을 이용하도록 허용하면서 단체협약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UMG는 반발했다. 로이터는 같은 보도에서 “UMG가 AI 기술의 변화 속에서도 아티스트의 권리를 우선해 왔으며 노조가 단체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AI 음악 분쟁, ‘학습→유통→보상’으로 확대
현재 주요 분쟁은 음악 생태계의 단계에 따라 구분된다.
| 단계 | 대표 분쟁 | 핵심 쟁점 |
|---|---|---|
| AI 학습·모델 개발 | UMG·소니 등 대 수노(Suno) | 저작권 보호 음원을 AI 모델 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가 |
| 디지털 음원 유통 | UMG 등 대 빌리브(Believe)·튠코어(TuneCore) | 변형·복제 음원을 대량 유통한 사업자가 책임지는가 |
| AI 음원 유통 | UMG 등 대 디스트로키드(DistroKid) | 대량 AI·변형·침해 음원을 유통사가 어디까지 검증·차단해야 하는가 |
| AI 라이선스·보상 | 미국·캐나다 음악가연맹(AFM) 대 UMG·워너 레코드(Warner Records) 등 | AI 기업에 음원을 라이선스한 대가를 연주자와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가 |
디스트로키드 사건은 이 가운데 AI 음악이 스트리밍 시장으로 들어가는 ‘유통 관문’의 책임을 직접 겨냥한다. 수백만명의 독립 음악가가 이용하는 대형 유통망에서 AI 생성 음악이 빠르게 늘어날 경우 기존의 권리 확인과 콘텐츠 관리 체계에서 유통업체가 어느 수준의 책임을 부담하는지가 쟁점으로 다뤄지게 된다.
디스트로키드는 반발하고 있다. 디스트로키드는 소송에 대해 “우리는 UMG의 주장에 절대 동의하지 않으며, 기존 업계 절차 대신 소송을 선택한 데 실망했다(We strongly disagree with UMG’s claims and are disappointed they chose litigation instead of existing industry processes)”고 밝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Q&A
Q1. 디스트로키드는 어떤 회사인가?
독립 음악가와 음반사가 자신의 음원을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뮤직 등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급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디지털 음원 유통업체다. 디스트로키드는 전 세계 400만명 이상의 음악가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뮤직비즈니스월드와이드는 디스트로키드를 유통량 기준 세계 최대 음악 유통업체라고 보도했다.
Q2. 이번 소송은 AI 음악을 금지해 달라는 소송인가?
아니다. UMG는 AI 생성 음악이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표시된 음원의 유통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고 소장에서 밝혔다. 핵심은 대량 AI 콘텐츠와 저작권 침해·변형 음원이 정상적인 아티스트의 음원처럼 유통됐다는 주장과 이에 대한 유통업체의 책임이다.
Q3. 수노 소송과 디스트로키드 소송은 무엇이 다른가?
수노 사건은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기존 저작권 보호 음원을 복제·학습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디스트로키드 사건은 이미 만들어진 음원이 스트리밍 시장에 들어가는 단계에서 유통업체가 저작권과 콘텐츠의 성격을 어디까지 확인하고 침해 음원을 차단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Q4. 왜 UMG는 AI와 관련해 원고이면서 피고이기도 한가?
AI가 음악 산업의 여러 단계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UMG는 자사 음원을 무단 이용했다고 주장하며 AI 기업과 음원 유통업체를 고소하고 있지만, AI 업체에 음원을 라이선스한 관계에서는 그 대가를 연주자에게 제대로 지급했는지를 놓고 음악가 노조로부터 피소됐다. AI 학습, 유통, 라이선스·보상 단계마다 권리관계와 분쟁 당사자의 위치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