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뮤직그룹(UMG)이 인공지능(AI) 음악 시장에서 저작권 라이선스를 넘어 특허를 활용한 기술 표준 구축에 나섰다. AI 음악 생성부터 워터마킹(watermarking·콘텐츠에 식별 정보를 삽입하는 기술), 유통·수익화까지 포괄하는 특허를 AI 기업에 라이선스해 창작자에게 대가가 돌아가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UMG와 지식재산권 관리 업체 리퀴닥스(Liquidax)의 전략적 협력으로 설립된 뮤직 IP 홀딩스(Music IP Holdings·MIH)가 AI 음악 플랫폼 Udio와 GRAI에 24건 이상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라이선스했다고 미국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가 8월20일 보도했다.
MIH는 지난해 UMG와 리퀴닥스의 전략적 협력으로 만들어진 지식재산권 전문 기업이다. AI가 음악 등 콘텐츠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권리 관리 기술과 사업 모델을 특허로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라이선스된 특허는 AI 음악 생성이라는 한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콘텐츠 모더레이션(moderation·부적절하거나 무단으로 생성된 콘텐츠를 탐지·통제하는 절차), 워터마킹, 허가받은 콘텐츠의 유통, 수익화 등 생성형 AI 음악 서비스의 주요 단계를 포괄한다.
MIH 최고경영자(CEO) 대니얼 드롤렛은 이 특허들이 책임 있는 혁신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면서 아티스트와 작곡가, 권리자에게 더 강한 보호 장치와 수익 참여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밝혔다.
24건 넘는 특허로 ‘AI 음악 운영 규칙’ 만든다
MIH가 공개한 특허 체계의 핵심은 AI가 음악을 만들어내는 기술 자체보다 AI 콘텐츠가 만들어진 뒤 누구의 권리를 사용했는지 추적하고, 어떻게 유통하며, 누구에게 수익을 배분할지를 관리하는 데 있다.
UMG는 같은 날 공식 발표에서 Udio와 GRAI가 MIH 특허의 첫 기술 라이선스 사업자가 됐으며, 이 특허가 커버곡과 리믹스, 다양한 대화형 음악 경험을 포함한 라이선스 기반 AI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AI 생성물이 서비스 밖에서 허가 없이 재배포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호 기술도 포함됐다고 UMG가 8월20일 공식 발표했다.
Udio는 텍스트 명령을 입력하면 노래를 생성할 수 있는 미국의 생성형 AI 음악 플랫폼이다. Udio는 과거 음반사들과 저작권 침해 소송을 벌였지만 이후 UMG와 워너뮤직그룹(WMG) 등과 라이선스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GRAI는 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가 기존 음악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셜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GRAI 공동창업자 겸 CEO 일리야 리아순은 이용자가 좋아하는 노래에 새로운 요소를 넣을 때 원작자에게 허가를 받고, 크레디트를 표시하며, 대가를 지급하는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MIH가 이미 확보한 특허는 24건을 넘으며, 출원 중인 특허도 50건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UMG 측 전략이 단순히 개별 AI 업체와 음악 이용 계약을 맺는 수준을 넘어 AI 음악 산업의 기술적·상업적 운영 체계를 지식재산권으로 선점하려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음악 넘어 영상·음성까지 겨냥
MIH의 특허는 음악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폴 케첼 MIH 최고운영책임자(COO)는 AI가 기존 콘텐츠를 학습하고 소비한 뒤 파생 콘텐츠(기존 저작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식 자체가 특허 포트폴리오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적용 대상으로 음악뿐 아니라 영상과 음성 콘텐츠도 제시했다. AI가 생성하거나 변형한 콘텐츠를 식별하고, 이용 권한을 확인하며, 유통과 수익을 관리하는 기술 구조가 다른 콘텐츠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Music Business Worldwide에 따르면, AI 음악 특허 라이선스는 커버곡과 리믹스, 대화형 음악 서비스 등을 지원하며 서비스 밖으로 AI 생성물이 무단 유통되는 것을 막는 장치까지 포함한다.
이 구조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음반사와 영화사, 출판사 등 콘텐츠 권리자는 개별 AI 기업을 상대로 매번 별도의 저작권 분쟁을 벌이는 대신 공통 특허·라이선스 체계 안에서 이용 허가와 보상을 처리할 수 있다.
저작권 소송에서 ‘라이선스 인프라’로
UMG와 Udio의 관계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법정 분쟁으로 시작했다. UMG와 소니뮤직, 워너뮤직 등 주요 음반사들은 2024년 Udio와 Suno가 저작권이 있는 음원을 허가 없이 AI 학습에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UMG와 Udio는 2025년 10월 저작권 침해 소송을 합의로 종결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새 서비스의 생성형 AI 모델은 허가받고 라이선스된 음악을 이용해 학습하도록 설계됐으며, UMG 소속 아티스트와 작곡가에게 새로운 수익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워너뮤직도 2025년 11월 Udio와 저작권 소송을 합의하고 라이선스 기반 AI 음악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 서비스 역시 허가된 음악을 학습한 생성형 AI 모델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UMG는 AI 리믹스 서비스에도 같은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8월20일 다른 보도에서 “팬들이 라이선스를 받은 음악으로 짧은 리믹스를 만들 수 있는 AI 기반 앱 Hook과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UMG의 전략은 ‘무단 AI 학습에 대한 소송→저작권 라이선스 계약→AI 서비스 공동 개발→특허 기반 운영 인프라 구축’이라는 단계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생성형 AI를 음악 산업에서 배제하기보다는 AI가 사용하는 콘텐츠와 생성 결과물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를 권리자에게 배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AI 음악 시장, 저작권에서 ‘기술 표준’ 경쟁으로
특허 체계가 확산되면 AI 음악 산업의 경쟁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논쟁의 중심은 저작권이 있는 음원을 AI 학습에 이용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fair use·일정한 요건에서 저작물을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 법리)에 해당하는지였다.
하지만 MIH 모델은 한 단계 다른 접근이다. AI 학습의 적법성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만 기다리지 않고, 권리자의 허가와 콘텐츠 추적, 생성물 식별, 유통 통제, 수익 배분을 하나의 기술·특허 체계로 묶겠다는 것이다.
MIH가 보유한 특허가 업계에서 널리 채택된다면 AI 음악 기업에는 새로운 비용과 진입 조건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음반사와 작곡가에게는 AI 음악을 단순한 저작권 침해 위험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선스 수익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MIH 측은 궁극적으로 이런 공통 체계가 확산되면 AI 기업과 콘텐츠 권리자 사이에서 건별로 벌어지는 소송도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 음악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이제 ‘누가 더 좋은 노래를 생성하느냐’를 넘어 ‘누가 권리와 수익을 추적하는 산업 표준을 장악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Q&A
Q1. Udio와 GRAI가 라이선스한 특허는 몇 건인가.
A. MIH가 확보한 24건 이상의 특허 포트폴리오다. 콘텐츠 모더레이션과 워터마킹, 라이선스 유통, 수익화 등 AI 콘텐츠의 생성 이후 관리 과정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Q2. 왜 UMG가 AI 음악 특허에 적극적인가.
A. AI 음악을 차단하는 것보다 허가받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운영하고, 아티스트와 작곡가에게 새로운 수익을 배분하는 시장 구조를 만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Q3. 이 특허는 음악에만 적용되나.
A. 아니다. MIH는 AI가 학습하고 파생 콘텐츠를 생성하는 구조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영상과 음성 등 다른 콘텐츠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Q4. UMG와 Udio는 원래 협력 관계였나.
A. 처음에는 법적 분쟁 관계였다. UMG 등 주요 음반사들은 2024년 Udio의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UMG는 2025년 10월 Udio와 합의하고 라이선스 기반 AI 음악 플랫폼 개발로 관계를 전환했다.
Q5. 이번 특허 계약의 산업적 의미는 무엇인가.
A. AI 음악을 둘러싼 경쟁이 저작권 소송을 넘어 기술 표준과 라이선스 인프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생성물의 출처와 권리를 추적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기술이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이를 보유한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