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이 인공지능(AI) 확산을 추진하는 실리콘밸리의 구상에 민주적 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디언은 9월 27일 분석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가 지역 개발에 대한 단순한 우려를 넘어 AI 산업과 이를 이끄는 기술 엘리트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다고 짚었다.
미국민 70% “AI는 사회에 해롭다”
미국의 마을·카운티·시·주 정부가 데이터센터 추가 개발을 유예하거나 금지하고 있다. 마켓대 로스쿨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3%가 데이터센터의 비용이 편익보다 크다고 답했고, 70%는 AI가 사회에 좋지 않다고 봤다. AI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기술에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고 답한 비율은 2021년 37%에서 최근 52%로 상승했다. 젊은층에서도 같은 응답이 55%였으며,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 모두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반발의 배경에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와 지역 환경에 대한 걱정뿐 아니라 AI가 일자리를 없애거나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있다는 게 가디언의 진단이다. 암 치료와 보편적 기본소득 같은 장밋빛 전망도 사회 안전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억만장자 기술 경영진이 내놓는 약속이라면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존스홉킨스대 정치학자 헨리 패럴은 데이터센터 반대가 자신의 삶에서 선택권을 갖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좌절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여론 반발에도 건설 확대 가능성
가디언은 대중의 반대가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를 멈추게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AI 산업을 키우려는 기술 기업인들을 지지하고 있으며, 미 환경보호청(EPA)은 데이터센터와 전력 공급 시설의 대기오염 허가 신청 과정에서 주 정부가 주민 의견을 받도록 한 규정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규정이 바뀌면 주민들이 공사 시작 전까지 사업을 알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보스턴대 역사학자 퀸 슬로보디언은 미국에서 세계적 지배력과 수익성을 유지하는 산업이 기술 분야라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다음 정부가 기술 업계와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AI 역량을 중국보다 앞서게 해야 한다는 초당적 합의도 유권자들의 우려보다 정책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이 같은 구도는 AI 개발과 데이터센터 확장이 민주적 동의와 감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AI 윤리학자 루만 초두리는 기업이 개발한 시스템을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는 실리콘밸리의 서사가 제품 피해에 대한 책임을 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과거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도 민주적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며, 기술 혁신의 사회적 영향과 민주적 통치의 관계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