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와 첫 대면 회담에서 양국 관계가 키어 스타머 전 총리 때보다 개선됐다며 버넘이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국은 이란 전쟁과 AI 규제, 차고스 제도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우호적 발언과 현안 조율이 함께 이뤄질지 주목된다.
트럼프·버넘 첫 대면 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와의 관계가 키어 스타머 전 총리 때보다 낫다고 말했다. 가디언(The Guardian)은 9월 23일 양국 정상이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처음 대면해 회담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넘 총리를 “타고난 사업가”라고 부르며 그에게 많은 자산이 있고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버넘 총리는 에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 조너선 파월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회담에 참석해 양국이 초기에 형성한 “좋은 연결”을 토대로 관계를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영국 당국자들은 회담이 계획대로 진행된 데 안도했지만, 양국 사이에는 이란 전쟁과 인공지능 규제, 차고스 제도 영유권 문제 등 해결되지 않은 현안이 남아 있다. 버넘 총리는 미국으로 향하기 전 이란 분쟁의 긴장 완화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하겠다고 밝혔으며, 중동의 혼란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영국 경제가 압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이란이 물러나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이란을 “말살”하고 “지옥으로 몰아넣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전쟁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동맹국들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쟁이 끝나면 물가가 크게 내려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확보를 막아야 한다는 점을 사람들이 이해한다며, 그 결과 주유소와 상점 가격이 오르더라도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란이 미국 중간선거가 열리는 11월 이후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기존 발언도 반복했다.
AI 규제·차고스 제도 이견
버넘 총리는 유엔 연설에서 위험한 AI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하나의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기업인들에게 영국이 내년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을 맡는 동안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핀란드와 노르웨이가 주도하고 20개국 이상이 지지하는 구상에도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데, 이 구상은 AI 기업이 안전성 검사를 받기 전 모델을 상업적으로 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AI에 대한 국제적 통제 시도를 전면 거부했다. 그는 미국이 AI를 억제하는 대신 발전을 장려할 것이라며, 산업혁명보다 더 큰 기술의 성장을 막지 않겠다고 말했다. AI가 인류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경고를 “사기”라고 일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버넘 총리가 제시한 국제 공통 규범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넘기고 디에고가르시아 군사기지 임차 비용을 지급하기로 한 영국의 합의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끔찍하고 터무니없는 거래라며 반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버넘 총리가 이 합의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시사했고, 버넘 총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안지구 정착촌과의 교역을 금지한 영국 결정에 대해서는 직접 답변을 피했고, 버넘 총리는 중국과의 회담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가 지미 라이 문제를 제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목요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국 당국자들은 지미 라이의 영국 거주 가능성도 언급했다. 양국 정상의 우호적 발언에도 이란 전쟁의 향방, 내년 G20의 AI 규제 논의, 중국과 홍콩 문제를 둘러싼 후속 협상이 관계 개선의 실제 수준을 가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예상보다 이른 평화가 올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스타머 전 총리의 대러시아 발언이 지나치게 강경하다며 런던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