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AI 사용을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학생들의 독해력 저하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외 연구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9월 22일 AI를 최근 현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문학 중심 사회에서 탈문학 사회로 이동하는 기술적 변화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시의 학교 AI 금지와 독해력 저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최신 보고서는 학생들의 읽기 성취도가 계속 하락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프랑스 교육부 장관 에두아르 제프레는 한 세대의 ‘인지적 파괴’를 우려했고, 스페인 교육부 장관 밀라그로스 톨론은 “읽기는 모든 것의 토대”라며 독해력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편집진도 기계는 더 똑똑해지는 반면 청소년은 더 둔해지고 있다며 이를 ‘느리게 진행되는 재앙’으로 표현했다.
이런 논쟁 속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9월 2일 뉴욕시 공립학교의 유치원부터 8학년까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생성형 AI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적용 대상은 대략 4∼14세 학생이며, 고등학생에게는 연 2회의 AI 비판적 사고 수업을 제공하고 일부 교실에서만 제한적으로 AI를 시범 운영하는 방안이 함께 제시됐다. 연령에 맞는 화면 사용 시간 제한도 정책에 포함됐다. 분석은 이 조치가 어린 학생들이 강력하고 중독성 높은 AI 기술에서 벗어나 학습할 공간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학교 밖 사회 전체의 변화와 독해력 저하의 원인을 다루지 않은 채 AI만 차단하면 증상에 대응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공론이 피상적이고 반응적이며 때로는 학생을 후견적으로 대한다고 비판하면서, AI가 학습 습관과 능력을 바꾸는 더 큰 기술적 전환의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 중반 고전학자 에릭 해블록과 문학 교수 월터 J. 옹이 발전시킨 매체 이론을 활용하면 학교를 사회와 완전히 격리하기보다 학교 밖 기술 환경에 맞게 교육과 규제를 설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읽기 중심 사회에서 구술·청각 중심 사회로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사회는 내면성·성찰·숙련을 중시하는 문학 중심 문화에서 실시간 소통과 상호작용, 가공되지 않은 즉각성을 중시하는 구술·청각 중심 문화로 이동했다. AI는 텍스트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기계로 볼 수 있으며, PISA 점수 하락도 청소년의 능력이 단순히 떨어졌다는 증거가 아니라 읽기와 쓰기의 문화적 위치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해블록은 1963년 저서 ‘플라톤 서문’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의 탄생을 지식 저장 방식의 변화와 연결했다. 호메로스 이전 그리스 문화는 구술 기억에 저장됐지만, 호메로스와 플라톤 사이에 문자라는 기술이 확산하면서 지식을 보존하고 재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구술로 암기된 전통은 새로운 교육 체계로 대체됐고, 호메로스적 사고방식은 플라톤적 사고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해블록은 봤다. 옹도 1982년 ‘구술성과 문자성’에서 문자 문화가 객관적 세계와 구분되는 내면적 자아를 만들고, 혼자 성찰하는 활동으로서의 ‘공부’ 개념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AI 규제는 학교 안에서 기기를 금지하는 데 머물기보다 지식의 저장·전달 방식이 바뀌는 사회적 맥락과 학생들의 학습 방식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