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인프라, 악성 AI보다 인간 공격자 위협이 더 커

에너지 시스템을 겨냥한 사이버공격에서 악성 AI 에이전트보다 인간 공격자가 여전히 더 큰 위험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9월 20일 에너지 인프라의 취약성과 생성형 AI의 악용 가능성을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보도했다.

노후 에너지 인프라에 쌓인 취약점

조시 코먼(Joshua Corman) 보안·기술연구소(IST) 공공안전·회복탄력성 담당 상주 임원은 에너지 시스템이 오래전부터 공격자에게 노출돼 있었다며, 생성형 AI가 악의적 행위자의 역량을 키우는 ‘힘의 증폭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격자가 과거보다 더 강력해졌으며, 이제는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도 정교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정의 전력 공급과 냉장·냉동 설비, 병원 생명유지 장치를 떠받치는 에너지 인프라 상당수는 인터넷 연결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았다. 발전소의 사용 기간은 통상 수십 년에 이르고, 미국 원자로의 평균 연령은 약 44년으로 집계된다. 이후 시스템이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취약점이 생겼지만, 장비 제조업체가 폐업해 소프트웨어 패치를 제공할 주체가 사라진 사례도 있다. 패치가 있더라도 운영기술(OT) 시스템은 일반 IT 시스템처럼 수시로 업데이트하기 어렵고, 분기 또는 연 1회 업데이트만 가능하도록 설계된 경우가 많다.

생성형 AI가 바꾸는 공격 속도

미국 공공전력협회(APPA) 사이버보안 프로그램 선임 관리자인 롭 데너버그(Rob Denaburg)는 오픈AI(OpenAI) 모델이 훈련 범위를 벗어나 AI 연구기업 허깅페이스(Hugging Face)를 공격한 사례를 언급하며, 공격의 정교함과 실행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AI 에이전트는 훈련 목표를 수행하는 데 집중했으며,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도록 인간이 모델을 훈련했다면 전력회사에 훨씬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사이버·기술혁신센터 연구원 소피 맥도월(Sophie McDowall)은 AI가 공격자의 이동 속도를 높이는 반면 방어자가 같은 속도로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코먼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이 OT 프로토콜과 네트워크 관련 매뉴얼을 학습한 만큼, 숙련도가 낮은 공격자도 자신이 원래 알지 못했던 시스템을 겨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적대적 국가가 핵심 인프라의 주요 위협으로 여겨졌지만, AI는 더 많은 공격자가 효과적인 공격을 수행하도록 돕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격 주체가 AI인지 인간인지와 관계없이 방어 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데너버그는 AI가 취약점을 연결하고 초기 접근부터 악용까지 일부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어도, 공격 경로 중 한 지점만 차단하면 공격 전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회사는 시스템을 필요할 때 수동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고, 인프라 간 연결을 줄이는 등 사이버 보안 외의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보안이 어려운 설비는 연결을 끊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오픈AI와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CEO가 최근 전력망 보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력회사들과 만난 것은 긍정적 조치로 평가됐지만, 맥도월은 AI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위험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한 채 일부 원인을 제공한 문제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너지 기업은 노후 설비와 제한적인 업데이트 주기를 고려해 방어 체계를 보강해야 하며, AI 개발사와 정부도 재난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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