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챗봇 엘리자 다룬 연극, AI 공감 능력과 인간성 차이 묻다

호주 멜버른극단(Melbourne Theatre Company)이 1960년대 최초의 챗봇 엘리자(Eliza)를 소재로 한 심리 스릴러 연극을 선보인 가운데, 관객이 느끼는 감정적 거리감도 작품의 의도라는 평이 나왔다. 더컨버세이션은 10월 7일 평론에서 연극이 AI의 공감 능력과 인간성의 차이를 묻는다고 짚었다.

최초의 챗봇 엘리자가 무대에 오른 이유

작품은 컴퓨터 과학자 조지프 바이젠바움(Joseph Weizenbaum)이 1960년대에 만든 엘리자와 그 개발 과정을 다룬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바이젠바움은 엘리자가 사람의 말을 받아 심리 상담처럼 반응하도록 만들었지만,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의식이 있는 존재로 여기는 모습을 보며 점차 우려하게 된다. 연극은 AI가 인간을 도울 가능성과 통제되지 않을 때의 위험을 함께 다룬다.

바이젠바움과 함께 엘리자를 개발하는 베키는 프로그램의 심리 치료 기능에서 도움을 얻고, 엘리자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듯한 경험을 한다. 코딩 재능과 엘리자의 가능성에 대한 열정도 커지지만, 바이젠바움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의식 있는 존재로 여기는 데 불안을 느낀다. 평론은 이 대비를 통해 엘리자의 반응이 실제 공감이 아니라 인간이 공감으로 받아들이는 모방임을 부각한다고 설명했다.

스릴러의 긴장과 관객의 감정적 거리

연극은 처음에는 인물의 삶에 설명을 녹인 선형적인 이야기로 출발한 뒤, 바이젠바움의 현실 인식이 무너지는 과정을 따라 어두운 스릴러로 변한다. 중반부의 갑작스러운 놀람 장면은 관객을 지적인 논의에서 신체적인 긴장으로 옮겨 놓는다. 새를 공포의 전조로 활용하는 시각적 장치와 빠른 장면 전환도 긴장감을 만든다.

다만 평론은 주인공의 심리적 붕괴를 지켜보면서도 관객이 그 감정을 충분히 체험하지는 못한다고 평가했다. 감정 회상을 길게 이어가는 장면이 관객의 감정적 경험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긴장감이 약한 순간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거리는 엘리자가 인간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지 못한 채 반응을 모사하도록 설계된 존재라는 점과 맞물린다. 연극의 핵심은 AI가 인간 행동을 어디까지 재현할 수 있는지, 그 재현을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질문하는 데 있다고 평론은 분석했다.

무대에는 문서 상자를 쌓아 올린 세트와 1960년대 분위기의 음악·의상·조명이 활용됐다. 평론은 이런 시청각 요소가 바이젠바움의 트라우마와 윤리적 갈등을 둘러싼 복잡한 무대를 만든다고 전했다. 멜버른극단의 ‘엘리자’는 10월 31일까지 공연한다.

평론은 작품이 AI 윤리 문제에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인간의 복잡성과 AI의 단순성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봤다. 라이브 공연인 연극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간 경험의 모순을 다룬다는 점에서 AI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연극은 AI가 인간의 행동을 실제로 재현할 수 있는지 단정하지 않고, 그 질문을 관객 앞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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