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맥도날드(McDonald’s)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격추천 시스템으로 미국 내 가맹점과 직영점의 메뉴 가격을 사실상 조정했다는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가맹점별 판매 데이터를 한데 모아 머신러닝으로 ‘적정 가격’을 제시하는 시스템이 독립 사업자 간 가격 담합을 금지하는 미국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로이터는 10월 5일 “맥도날드가 AI 기반 가격 시스템을 통해 가맹점과 직영점의 메뉴 가격을 불법적으로 조정했다는 전국 단위 집단소송에 피소됐다”고 보도했다. 소송은 10월 2일 일리노이 북부연방법원에 제기됐다.
블룸버그 로에 따르면 원고 마이클 토머스(Michael Thomas)는 맥도날드가 적어도 2019년부터 중앙집중식 머신러닝 ‘가격 엔진(pricing engine)’을 운용하면서 가맹점과 직영점의 비공개 판매 데이터를 모아 가격을 추천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이 시스템이 독립적으로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 가맹점들을 사실상 가격조정 체계에 참여시켰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로이터의 AI 가격 시스템 보도 닷새 만에 소송
이번 소송은 맥도날드의 AI 가격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공개된 직후 제기됐다.
로이터는 9월 29일 “맥도날드가 미국 약 1만4000개 매장에서 발생하는 하루 수백만 건의 거래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매장별 메뉴 가격을 추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해당 시스템 화면을 검토하고 회사의 가격전략을 직접 아는 관계자 9명을 취재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가격추천에는 각 지역의 경쟁 상황과 운영비뿐 아니라 해당 매장 고객이 어느 정도 가격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추정한 데이터도 활용됐다. 최종 가격 결정권은 가맹점주에게 있지만 일부 가맹점주는 본사가 추천가격 채택을 압박한다고 느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번 집단소송은 이 보도를 직접 인용했다. 소장은 알고리즘 자체보다 경쟁 관계에 있는 독립 가맹점들의 비공개 정보가 하나의 중앙 시스템에 모이고, 그 데이터를 토대로 가격추천이 다시 각 매장에 제공되는 구조를 문제 삼고 있다.
원고 측 변호사 라크 터너(Lark Turner)는 로이터에 맥도날드가 방대한 데이터와 가맹사업 구조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돈을 부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고는 잠재적으로 수백만 명에 이르는 미국 맥도날드 고객을 대표하는 집단소송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맥도날드 “AI는 가격을 정하지 않는다”
맥도날드는 소송 사유를 부인하고 있다.
회사는 로이터에 이번 소송의 주장이 추측에 근거하고 충분한 정보를 갖추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AI가 메뉴 가격을 직접 결정한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맥도날드는 소송 제기 하루 전인 10월 1일 공식 설명자료에서도 AI 가격 논란을 별도로 반박했다. 회사는 가격추천 도구가 개별 매장에 가격을 제안할 뿐 실제 가격을 설정하거나 변경하지 않으며 가맹점주가 추천가격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개별 소비자의 개인정보나 구매성향에 따라 같은 매장에서 서로 다른 가격을 부과하는 ‘개인화 가격(personalized pricing)’이나 수요에 따라 실시간 가격을 바꾸는 ‘동적 가격(dynamic pricing)’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는 “AI는 맥도날드 메뉴 가격을 정하지 않는다. 사람이 결정한다(AI does not set McDonald’s menu prices. People do)”고 밝혔다.
따라서 재판에서는 AI 사용 자체보다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 가맹점들이 법적으로 독립적인 가격결정 주체인지, 비공개 가격·판매 데이터의 공유와 알고리즘 추천이 경쟁자 간 합의로 인정될 정도였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아파트 이어 패스트푸드까지 번진 ‘알고리즘 담합’ 소송
미국에서는 알고리즘이 경쟁 사업자들의 데이터를 받아 가격을 추천하는 구조를 둘러싼 반독점 소송과 정부 집행이 이미 호텔과 임대주택 시장에서 이어져 왔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2024년 호텔 가격 알고리즘 소송과 관련해 제출한 의견서에서 경쟁업체들이 사람 대신 알고리즘을 통해 가격을 조정한다고 해서 반독점법 적용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두 기관은 경쟁업체 간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없더라도 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알고리즘 제공자를 매개로 합의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격추천을 이용한 사업자들에게 최종 가격을 조정할 재량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법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맥도날드가 내세운 ‘가맹점이 최종 가격을 결정한다’는 방어 논리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 다만 호텔 사건과 맥도날드 사건은 당사자 관계와 가격 시스템의 구조가 달라 같은 법적 결론이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리얼페이지 사건에서 이미 쟁점 된 ‘경쟁사 비공개 데이터’
미 법무부는 임대주택 가격 알고리즘 업체 리얼페이지(RealPage)를 상대로도 경쟁 사업자의 민감한 데이터를 이용한 가격조정을 문제 삼았다.
법무부는 2025년 11월 리얼페이지와의 합의안을 발표하면서 리얼페이지의 임대료 관리 소프트웨어가 집주인들이 제공한 비공개 경쟁정보를 임대료 결정에 이용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해당 소프트웨어에는 임대료 인하를 제한하거나 경쟁업체 사이의 가격을 일치시키도록 설계된 기능도 포함돼 있었다.
합의안은 리얼페이지가 경쟁업체의 비공개 민감정보를 실시간 임대료 결정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가격 인하를 제한하거나 경쟁업체의 가격을 일치시키는 기능을 제거하거나 재설계하도록 요구했다.
이후에도 집행은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는 2026년 9월 4일 임대주택 관리업체 피너클(Pinnacle Property Management Services)과의 합의안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피너클을 포함한 임대사업자들이 경쟁업체의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고 리얼페이지 알고리즘으로 가격추천을 생성했다고 주장했다.
합의안은 경쟁업체의 민감한 데이터를 이용해 가격을 추천하는 반경쟁적 알고리즘 사용과 경쟁업체 사이의 민감정보 공유를 제한하도록 했다.
AI 자체보다 ‘데이터 공유와 가격 합의’가 법적 핵심
미국 반독점법상 가격 담합은 전통적으로 경쟁 사업자들이 가격을 공동 결정하는 행위를 겨냥한다. AI가 가격 계산에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가격 담합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맥도날드 본사와 독립 가맹점 사이에 반독점법상 어떤 경쟁 관계가 존재하는지, 각 가맹점에서 수집한 비공개 데이터가 어떻게 결합됐는지, 본사의 가격추천을 가맹점들이 실제로 어느 정도 따랐는지 등이 소송 과정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맥도날드 측은 가격추천이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회사는 10월 1일 설명자료에서 가맹점들이 메뉴 가격을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가격추천을 받아들일 의무도 없다고 밝혔다. 또 시스템이 개별 고객의 지불 의향을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지 않으며 시간대나 실시간 수요에 따라 가격을 변경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경쟁당국은 다른 산업의 알고리즘 가격 사건에서 ‘최종 가격을 사업자가 직접 결정했다’는 사실만으로 반독점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결국 맥도날드 사건에서도 가격추천 시스템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과 가맹점 데이터의 이용 구조가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 반독점국은 리얼페이지 사건을 통해 알고리즘 가격조정에 대한 집행 방침을 공개했다. 애비게일 슬레이터(Abigail Slater) 법무부 반독점국 차관보는 “경쟁하는 기업들은 독립적으로 가격을 결정해야 하며,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도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강력한 반독점 집행의 최전선에 있을 것(Competing companies must make independent pricing decisions, and with the rise of algorithmic and artificial intelligence tools, we will remain at the forefront of vigorous antitrust enforcement)”이라고 말했다.
Q&A
Q1. AI로 가격을 추천하면 그 자체로 미국 반독점법 위반인가?
아니다. AI나 알고리즘을 가격 결정에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경쟁업체들이 비공개 가격·판매 정보를 공유하고 동일한 알고리즘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는 등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Q2. 가맹점주가 최종 가격을 직접 결정했다면 담합이 성립하지 않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FTC와 법무부는 과거 호텔 가격 알고리즘 사건에서 사업자에게 최종 가격을 조정할 재량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격 알고리즘을 통한 합의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다만 맥도날드 사건에서 같은 법리가 인정될지는 재판 과정에서 판단돼야 한다.
Q3. 맥도날드 사건과 리얼페이지 사건은 같은 구조인가?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 리얼페이지 사건에서는 서로 다른 임대사업자들이 제3자 가격 알고리즘에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 정부 주장의 핵심이었다. 맥도날드 사건은 하나의 프랜차이즈 시스템 안에서 본사와 독립 가맹점 사이의 데이터 공유와 가격추천이 문제 되고 있어 당사자 관계와 사업구조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