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 정보 처리 장치 아닌 환경 조절 체계로 봐야

인간의 뇌를 컴퓨터처럼 보는 관점은 사람의 사고와 행동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하며, AI가 인간의 인지 체계에 미칠 영향도 제대로 짚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버지는 10월 5일 게재한 AI 산업이 인간의 뇌를 정보 처리 장치에 빗대는 관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일까

앨런 튜링에서 비롯된 계산 모델이 인간의 사고를 입력·계산·출력의 세 단계로 설명한다고 소개했다. 세계에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처리한 뒤 행동으로 옮긴다는 구조다. 이런 관점은 단순한 계산기에서 인공 신경망과 생성형 AI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영향을 줬지만, 인간의 신경계가 지닌 복잡성을 모두 담지는 못한다는 것이 글의 주장이다. 컴퓨터 과학의 주요 인물인 존 폰 노이만도 계산 모델이 인간 신경계의 ‘예외적인 복잡성’을 포착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고 전했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몬트리올대 신경과학자 폴 시섹의 관점이다. 시섹은 뇌를 정보를 처리하는 장치라기보다 피드백을 통해 환경을 조절하는 체계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사람은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행동을 선택해 자극 자체를 바꾼다는 설명이다. 20세기 초 철학자 존 듀이도 감각 자극과 움직임이 서로 영향을 주는 순환 구조로 정신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행동과 진화에서 보는 인간의 사고

야구 외야수가 뜬공을 잡는 상황은 두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계산 모델에서는 선수가 공의 속도와 중력 등을 무의식적으로 계산해 낙하지점을 예측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반면 피드백 관점은 선수가 시야에서 공의 위치를 유지하도록 움직인다고 본다. 이 설명이 정신적 계산과 신체 움직임을 분리하지 않으며, 복잡한 계산을 가정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관점은 뇌와 신경계가 진화해 온 과정에도 적용된다. 어류에서 양서류와 포유류, 영장류를 거쳐 현대인에 이르는 동안 새로운 환경과 행동 가능성에 대응해 능력이 생겨났다는 시섹의 설명을 소개했다. 척추동물의 이동 능력이 커지면서 주변 지형을 활용하거나 밤에 길을 찾는 탐색 행동이 중요해졌고, 이 과정에서 해마와 과거 경험을 기억하는 일화 기억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시섹은 신경계의 역사를 환경에 대한 통제 범위가 점차 넓어진 과정으로 설명한다.

AI 제품이 문화 속으로 깊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인간을 단순한 계산 장치로 보는 관점이 인지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AI를 당장의 편의를 주지만 장기적으로 인지 체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음식에 비유하기도 했다. 다만 구체적인 피해 규모나 측정 결과를 제시하지 않고, 뇌를 이해하는 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지를 편다. 시섹의 진화론적 모델을 더 자세히 다룰 책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언급했지만, 출간 일정이나 AI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제안은 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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