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상품을 결제하면 양도세 손익 계산을 면제하고, 코인을 손실 매도한 직후 곧바로 되사는 절세 거래는 원천 차단한다. 미국 상원에 공식 제출된 ADAPT법의 양대 축이다. 암호화폐 세금을 무조건 없애주는 법안으로 읽으면 실제 적용 범위와 입법적 파장을 완전히 놓친다.
스티브 데인스(Steve Daines)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9월 30일 ADAPT법안을 발의했다. 의안 번호는 S.5616이며,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버니 모레노(Bernie Moreno)·팀 스콧(Tim Scott)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법안은 발의 당일 상원 재무위원회에 회부됐다. 총 15개 조로 구성된 법안 문안은 미국 연방 세법을 포괄적으로 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임위원회 심사와 양원 조율이 남아 있어 확정된 법률은 아니다.
데인스 의원은 법안 공개 당일 성명에서 디지털 자산이 이미 주류 경제로 들어왔지만 세법은 이를 따라오지 못했다며 명확한 과세 규칙을 세우겠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디지털 자산은 주류로 들어왔지만 세법은 따라오지 못했다. 스테이블코인과 수수료에는 분명한 길을 열고, 워시세일과 의제매각 같은 익숙한 세법 규칙을 디지털 자산으로 넓힌다.”
동일한 디지털 자산이라도 실물 결제인지, 단순 매매 차익인지, 기관 대여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세법 규칙이 완전히 갈린다. 법안은 개별 거래들을 주식·채권에 쓰이던 기존 과세 규칙에 편입하고, 블록체인 가스비처럼 특수한 거래에는 핀포인트 예외를 뒀다.
커피 한 잔 결제도 세법상 ‘자산 처분’… 매번 양도차익 계산해야 했던 현실
미 국세청(IRS) 지침에 따르면 가상화폐는 세법상 화폐가 아닌 ‘재산’으로 취급된다. 자본자산으로 보유한 가상화폐로 물품 대금이나 서비스 비용을 결제하면 곧바로 자산 처분으로 간주되어 자본이득이나 손실이 발생한다. 이때 손익은 제공받은 재화·서비스의 공정시장가치와 코인의 세무상 취득원가 사이의 차액으로 계산된다. 결제 앱에서 잔액만 차감되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 결제마다 세무 장부를 열어야 하는 구조다.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도 예외가 아니다. 시세 차이가 몇 센트에 불과하더라도 세법상 처분 거래로 잡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언제 어떤 코인을 얼마에 취득해 언제 얼마어치를 썼는지 꼬리표를 이어 붙여야 했다. 결제 건마다 발생하는 손익은 미미하더라도, 거래 이력 추적과 양도차익 계산 부담은 고스란히 남는다.
결제 비과세 특례, ‘적격 스테이블코인’ 실물 구매에만 핀포인트 허용
ADAPT법 제2조는 요건을 갖춘 ‘적격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매도하거나 교환하여 상품·서비스를 구매할 때 처분 손익을 인식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손익이 발생하지 않는 거래이므로 결제 중개자(브로커)의 국세청 정보 보고 의무에서도 제외된다. 다만 판매자가 벌어들인 사업 매출까지 비과세로 만드는 것은 아니며, 소비자가 결제에 사용한 스테이블코인의 자본이득세 부담만 면제하는 조항이다.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우선 연방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규정한 허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발행한 코인이어야 한다. 아울러 미 재무부의 최신 적격 목록에 등재되어 있어야 하며, 납세자가 매수한 가격 역시 1달러 기준 ±3% 이내여야 한다. 재무부 규정에 따르면 적어도 3개월마다 적격 목록을 갱신·고시하는데, 직전 달 말일까지 최근 12개월간 1달러의 3%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된 코인만이 명단에 오른다. 단순 발행 요건뿐 아니라 실제 페깅 안정성까지 실측하여 결제 비과세 자격을 가르는 2중 잠금장치다.
발의자 설명서에 따르면 순수 투자 목적의 매도나 단순 환전 거래는 비과세 예외에서 제외된다. 전문 트레이더·브로커·딜러와 달러가 아닌 통화를 기준 장부(기능통화)로 사용하는 납세자 역시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기능통화는 세무 회계의 기준이 되는 통화이므로, 달러 연동 코인을 쓰더라도 유로나 원화로 장부를 작성하는 기업에는 환율 변동 손익이 별도로 과세된다.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사는 거래는 이 조항과 무관하다.
재무부는 결제 중개자가 고객이 제출한 확인서에 합리적으로 의존할 수 있도록 세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중개자가 직접 취급하지 않은 외부 지갑 취득분이라면 취득가 요건을 일일이 검증할 의무는 면제된다. 타 거래소에서 사서 옮겨온 코인의 취득가를 결제 서비스가 어디까지 보증해야 하는지가 이 지침에 달렸다. 대신 법안 문안은 납세자 본인이 비과세 결제 거래와 일반 과세 거래를 구별할 수 있는 입증 장부를 스스로 보관하도록 명시했다. 손익 계산은 면제되더라도 온체인 이동 기록은 남겨야 하는 셈이다.
10달러 이하 블록체인 가스비… 처분 손익 면제로 소액 결제 지원
법안 제11조는 거래 한 건에 부수되는 수수료를 디지털 자산으로 지불할 때, 그 합계가 10달러(약 1만3500원) 이하라면 코인 처분 손익을 과세하지 않는 소액 면제 규정을 뒀다. 면제 대상은 결제한 물품 대금이 아니라, 블록체인 가스비(네트워크 수수료)나 거래 수수료, 전송세를 내기 위해 소모한 코인의 양도손익이다.
동일한 거래에 딸린 수수료는 합산 계산되며, 10달러 한도를 회피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쪼갠 연속 거래 역시 단일 거래로 묶인다. 전문 트레이더와 브로커, 그리고 직전 과세연도에 디지털 자산 거래를 5000건 넘게 일으킨 다빈도 거래자는 이 예외를 적용받지 못한다. 일반 사용자의 일상적인 소액 가스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장치이므로, 혜택 여부를 가릴 때 수수료 금액뿐 아니라 연간 거래 건수까지 따진다.
루미스 의원이 2025년 7월 발의했던 디지털자산 조세법안은 건당 거래액과 이익이 각각 300달러(약 41만원) 이하인 거래에 대해 연간 5000달러(약 680만원)까지 포괄적 비과세를 인정하는 안이었다. 반면 이번 ADAPT법에는 이러한 일반 소액 거래 면제가 빠졌다.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사 마실 경우 여전히 양도차익을 계산해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소액 결제 비과세의 문은 스테이블코인에만 열렸다.
손실 매도 후 30일 내 재매수 차단… 암호화폐로 번진 ‘워시세일’ 룰
미 국세청 지침이 규정하는 ‘워시세일(wash sale)’ 규칙은 주식이나 증권을 손실 매도한 날 전후 30일 이내에 실질적으로 동일한 자산을 다시 매수할 경우, 해당 매매 손실의 세금 공제를 불인정하는 제도다. 포트폴리오의 실질적 투자 포지션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말 세금만 줄이려고 인위적으로 손실을 확정 짓는 조세 회피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때 공제받지 못한 손실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매수한 자산의 취득원가에 가산되어 차후 매도 시점으로 이월된다.
발의자 성명은 법안이 통과되면 암호화폐 투자자가 폭락장에서 코인을 손실 매도한 직후 곧바로 되사서 세금을 털어내던 관행이 전면 차단된다고 설명한다. 법안 제7조는 공개 거래되는 디지털 자산 전반으로 워시세일 규칙을 확장하되, 적격 스테이블코인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히 경제적 실질이 동일한 토큰화 자산이나 크로스체인 브리지 자산 역시 동일 자산으로 간주한다.
토큰화는 실물이나 금융 권리를 온체인 토큰으로 발행한 것이고, 브리지 자산은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이동한 원본 코인의 대체 표상이다. 코인 티커나 네트워크 체인만 바꿔 동일한 자산 노출을 이어가며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가격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운 두 가상자산을 오가며 거래했다면, 향후 계약 내용과 경제적 실질 권리까지 세무 당국의 추적 대상이 된다.
다만 법 시행일 이전에 이미 취득한 기존 보유 코인에는 워시세일 규칙을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 증권이 아닌 일반 디지털 자산에 대한 브로커의 워시세일 전산 보고 의무 역시 2028년 1월 1일 이후 거래분부터 적용된다. 네트워크 검증 활동으로 수령한 자산이나 시가평가 대상 포지션에도 예외가 인정된다. 투자자 본인의 손실 공제 불인정 시점과 거래소의 공식 세무 보고 시점이 서로 다른 만큼, 거래 일자뿐 아니라 최초 취득 경로와 취득 일자까지 철저히 소명할 수 있어야 한다.
법안 제9조는 ‘의제매각(constructive sale)’ 규칙도 디지털 자산에 적용하도록 했다.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에서 매도하지 않고 공매도나 파생상품으로 가격 하락 위험을 완전히 헤지할 경우, 실제로 매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더라도 판 것으로 간주해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규정이다. 아울러 제3조는 전문 딜러와 트레이더가 연말 시가로 포지션을 정산하는 시가평가(Mark-to-Market) 과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기관 대여·스테이킹 과세 정비… ETF와 면세 기금의 세법 안전판
법안 제6조는 전통 증권 대차거래에 적용되던 과세 불인식 특례를 일정 요건을 갖춘 디지털 자산 대여 거래로 확장한다. 기관이나 투자자가 보유 코인을 빌려줬다는 이유만으로 자산을 처분한 것으로 오인되어 세금이 부과되던 시장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조치다. 대여 계약 기간 중 발생하는 스테이킹 보상이나 프로토콜 수익 상당액을 대여자에게 이전할 수 있다는 근거도 명시됐다.
제8조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나 신탁이 단일 지분증명(PoS) 자산을 스테이킹하더라도 ‘위탁자 신탁(grantor trust)’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허용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을 준수하고 적격 수탁기관에 안전하게 보관하며, 독립된 제3자 검증인을 활용하는 것이 조건이다. 자산운용사가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현물 ETF에 스테이킹 기능을 추가하더라도 펀드 세법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안전판을 깔아준 셈이다.
제12조는 대학 기금이나 연금 등 비과세 기관이 적격 검증 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을 ‘비관련 사업소득(UBTI)’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했다. 기금이 자산을 직접 보유하고 독립된 검증인에게 위임해야 하며, 자체 노드를 직접 운영하거나 차입금(레버리지)으로 매입한 자산에서 나온 수익에는 면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제10조는 5000달러(약 680만원)를 초과하는 가상자산 기부 시 요구되던 공인 감정평가 의무를, 시장 유동성이 풍부하고 시세가 투명하게 공개된 디지털 자산에 한해 면제했다. 전반적으로 세율을 깎아주는 감세안이 아니라, 가상자산 거래를 기존 제도권 금융 세법의 어느 조항에 편입시킬지 교통정리를 매듭짓는 성격이다.
상원보다 과감한 하원 통과안… 스테이블코인 ‘처분 전반’ 비과세
상원보다 먼저 움직인 곳은 하원이다. 하원 세입위원회의 제이슨 스미스(Jason Smith) 위원장은 9월 14일 디지털자산 조세확실성법을 대표 발의했다. 의안 번호는 H.R. 10357이다. 세입위원회는 이틀 뒤인 9월 16일 위원회 표결에서 찬성 38표, 반대 5표의 압도적 초당파 지지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JCT) 보고서에 따르면 하원안은 액면 상환가치의 99.5~100.5% 범위 내에서 거래된 적격 스테이블코인이라면, 단순 상품 구매뿐 아니라 매도와 일반 환전 등 처분 전반에서 양도차익 과세를 면제하도록 설계됐다. 상품·서비스 결제로 대상을 한정한 상원 ADAPT법보다 비과세 적용 범위가 훨씬 넓다. 크립토혁신위원회(CCI)는 상원안이 1달러 기준 ±3% 가격 요건에 재무부 고시 목록이라는 까다로운 행정 장치를 덧붙였다고 비교했다.
소액 수수료 면제 한도는 양원 모두 10달러로 동일하지만, 하원안은 2027년 12월 31일 이후 처분분부터 적용하여 상원안보다 시행이 1년 늦다. 반면 워시세일 규정에서는 상원안이 법 제정 전 취득분에 대해 전면 유예를 둔 반면, 하원안은 기존 보유분을 별도로 예외 처리하지 않고 즉시 묶는다.
오래 들고 있던 코인의 평가손실을 털어내려는 투자자에게는 이 차이가 가장 결정적이다.
예외와 함께 늘어난 검증 항목… 세금 불확실성의 남은 숙제
법안이 면제 통로를 넓히는 동시에 새로운 적격성 검증 요건을 얹으면서 납세자의 실무 부담은 오히려 늘어났다. 결제용 코인의 발행자 인가 여부, 재무부 최신 목록 등재 여부, 매입 당시 취득가(±3%)까지 소비자가 일일이 따져야 한다면 세법상 면책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계산 공식을 덜어낸 자리에 입증 책임이 새로 얹힌 셈이다.
워시세일 규칙의 가상자산 전면 확대 역시 막대한 행정 비용을 수반한다. 여러 중앙화 거래소와 개인 탈중앙화 지갑을 분산 사용하는 투자자는 30일간의 동일 자산 매매 흐름을 스스로 역추적해야 한다. 특히 체인을 넘나드는 브리지 토큰이나 파생 토큰화 자산의 경제적 동일성을 판별하는 작업은 단순한 코인 이름 대조를 넘어선다. 손실 공제 악용을 막겠다는 입법 취지와 무관하게, 국세청 신고와 브로커 시스템이 이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테이킹 보상의 과세 시점 논란도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크립토혁신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상·하원 법안 모두 보상을 수령하는 즉시 일반소득으로 과세하는 현행 국세청 지침을 손대지 않았다. 루미스 의원이 2025년 발의했던 원안은 채굴·스테이킹 보상을 실제 현금화할 때까지 과세를 이연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이번 상원안에서는 제외됐다.
각 조항의 적용 시점도 제각각이다. 발의자 세부 설명서에 따르면 결제 비과세와 10달러 소액 수수료 면제는 2026년 12월 31일 이후 거래부터, 워시세일·의제매각·대여 규정은 법 제정 즉시 시행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법안에 명시된 목표일이 통과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결제 예외를 상품 구매로 한정할지 일반 처분으로 넓힐지, 기존 보유 코인의 워시세일 유예를 지켜낼지는 향후 양원 조율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