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법률 도구가 미국의 민사 법률 지원 공백을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컨버세이션은 9월 24일 민사 사건에서 변호인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AI 기반 정보와 맞춤형 지원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 민사 법률 지원 공백
미국에서 형사 피고인은 변호인을 선임할 헌법상 권리를 보장받지만, 민사 사건 당사자에게는 같은 권리가 없다. 민사 사건은 개인이나 기업이 다른 개인·기업을 상대로 제기하는 분쟁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은행과 대출자,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의 다툼 등이 포함된다. 주거·의료·교육과 관련된 권리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민사 사건에서 변호인을 보장하자는 이른바 ‘민사 사건의 기드온’ 요구는 실현되지 않았다.
미국은 민사 법률 서비스의 접근성과 비용 부담을 평가한 국제 순위에서 143개국 중 112위로, 10년 전보다 40계단 낮아졌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수는 6% 늘었지만, 저소득층은 민사 법률 문제의 92%에서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법률 지원 비영리단체가 일부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지원 자격이 되는 사람 중 49%는 단체의 자원 부족으로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통계도 소개됐다.
자격 기준은 대체로 연방 빈곤선의 125% 이하 소득이며, 4인 가족 기준 연간 3만7878달러다. 이 기준을 넘는 저소득층은 법률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실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더 많을 수 있다. 분석은 변호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법적 문제를 이해하거나 권리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상황을 지적했다.
범용 챗봇과 법률 특화 도구
AI 법률 도구는 크게 범용 플랫폼과 특정 분야에 맞춘 도구로 나뉜다. 챗GPT(ChatGPT)와 클로드(Claude) 같은 범용 AI는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법률 관련 질문에 답하고, 이용자의 구체적인 사정에 맞춘 응답도 제공한다. 반면 법률 특화 도구는 법률 분야 자료를 토대로 좁은 업무를 지원하도록 설계돼 있다. 예컨대 노스캐롤라이나 법률지원단체는 양육권, 가정폭력, 소비자법 관련 질문에 답하는 셀프서비스 AI 도구를 제공한다.
분석은 법률 자료로 학습한 특화 도구가 일반 데이터에 기반한 범용 도구보다 법률 쟁점에 더 정확하고 관련성 높은 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없이 스스로 소송을 진행하는 당사자들이 챗GPT 등 이용 확산 이후 더 많은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초기 자료도 언급됐다. 판사들도 이런 증가에 AI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법원에 접근하기 쉬워졌다고 해서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까지 높아진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AI 활용에는 위험도 따른다. 범용 AI가 만든 부정확한 서류가 법원에 제출되거나, 당사자가 수백 쪽의 문서를 한꺼번에 내는 사례에 판사들이 불만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사람과 개별적으로 상담하지 않는 알고리즘의 조언은 잘못되거나 불완전할 수 있으며, 법률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이용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 변호사 아닌 사람이 법률 조언을 하거나 법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제한하는 무자격 법률행위 규정도 AI 법률 서비스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제한은 유능하고 윤리적인 법률 서비스를 보장하려는 취지지만, AI는 법적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정보와 도움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은 짚었다.
AI 도구만으로 민사 법률 지원의 공백이 해소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법률 조력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사건의 쟁점과 절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분석의 핵심이다. AI가 없으면 미국인의 민사 법률 수요 중 충족되는 몫이 8%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따라서 범용 도구의 오류와 부적절한 소송 서류 문제를 경계하면서, 법률 특화 서비스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