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실적…HBM 값은 작년에 정해졌다

역대 최고 이익을 낸 HBM 1위가 D램 점유율 39%에서 26%로 밀렸다

반도체 장비 앞 유리 진열대에 Samsung HBM3E 24GB와 SK hynix HBM3 16GB AI 표지가 놓여 있다.

삼성전자가 한 분기에 89조5000억원을 벌었다. 같은 분기에 스마트폰을 만드는 사업부는 8000억원을 잃었다. 회사가 밝힌 적자 원인은 부품 원가 상승이고, 그 부품을 만드는 곳은 같은 회사 반도체 부문이다.

엔비디아(Nvidia)는 이번 분기 실적 발표에서 총이익률이 75%에서 71~7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고, 그 원인으로 메모리 가격을 지목했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로 향했을까.

도착지는 메모리가 맞다. 그런데 HBM은 아니었다.

엔비디아가 내려놓은 것

콜레트 크레스(Colette Kress)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6일(현지시각) 실적 설명회에서 총이익률 흐름을 이렇게 그렸다. 이번 분기 75%, 다음 분기 74% 안팎, 회계연도 4분기에 71~72%로 바닥을 찍는다. 이유는 하나로 모였다.

“우리는 메모리에서 극단적인 가격 환경을 겪고 있다. 상승 폭이 기존 예상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더 올라갈 것이다.”

분기보고서에도 자국이 남았다. 부품을 미리 사두기로 한 공급 관련 약정이 석 달 만에 1190억달러에서 2790억달러로 늘었는데, 한화로 약 386조원이자 분기 매출의 2.9배다. 회사는 늘어난 몫이 주로 메모리 조달이라고 적었다. 원가만 넘어간 것이 아니다. 블룸버그(Bloomberg)는 지난 22일 엔비디아가 2027년 초 베라 루빈(Vera Rubin)과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 서버 값을 15% 이상 올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원가는 아래로 넘어가고 판매가는 위로 넘어간다. 그 사이에 메모리 회사들이 있다.

호황은 왔는데 1위가 바뀌었다

돈이 도착한 것은 분명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은 2분기에 매출 127조5000억원과 영업이익 89조2000억원을 올렸고, SK하이닉스는 매출 79조3187억원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내 이익률 76%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CFO는 실적 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평균판매단가는 D램은 40% 중반, 낸드는 60% 후반 상승했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예상한 대로이고, 뒤집힌 것은 순위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가 집계한 2분기 D램 매출 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39%로 2024년 이후 처음 1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는 1년 전 39%에서 13%포인트 내려앉은 26%였고, 마이크론(Micron)이 25%로 1%포인트 차까지 따라붙었다. SK하이닉스가 못 벌어서 밀린 것이 아니다. 같은 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214% 늘었고, 남들이 더 빨리 자랐을 뿐이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716%, 대만 난야(Nanya)는 690% 늘었다.

무엇이 그렇게 빨리 자랐나. 답은 범용 D램이다.

잠깐, 범용 D램과 HBM은 뭐가 다를까. 범용 D램은 서버와 PC, 스마트폰에 꽂히는 보통 메모리이고,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은 그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AI 가속기 옆에 붙이는 제품이다. 값도 마진도 HBM이 위라는 상식이 지금까지 통했다.

이번 분기에 두 제품의 가격 방향이 갈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범용 D램 값이 전분기 대비 급등한 반면 HBM 값은 1년 전보다 내렸다고 적었고, 이유로 HBM3E 가격 하락과 HBM4 출시 지연을 들었다. 결과는 실적에도 나타났고, SK하이닉스는 역대 최고 수익성을 내고도 매출 83조9000억원, 영업이익 64조원이라는 증권가 추정치를 밑돌았다.

값은 작년에 정해졌다

두 제품은 파는 방식부터 다르다. 범용 D램에도 장기공급계약(LTA, Long-Term Agreement)이 붙지만, 이 계약은 분기별 가격 변동을 일정 부분 반영한다. 상승기에는 일반 거래보다 오르는 폭이 작고, 하락기에는 천천히 떨어진다. HBM은 달라서, 1년 단위 고정가격으로 공급되는 경우가 많다.

원래 이 방식은 값이 떨어질 때를 대비한 장치였다. 메모리는 값이 반 토막 나는 해가 주기적으로 오고, 그때 미리 정한 가격은 방패가 되지만, 올해는 그 방패가 반대 방향으로 작동했다.

2026년 HBM 값이 정해진 시점은 2025년이다. 범용 D램이 오르기 전이다. SK하이닉스는 실적 설명회에서 이 대목을 이렇게 짚었다.

“일반 D램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 시장 환경이 HBM 협상에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의 발언으로, 송 사장은 장기공급계약의 기간이 통상 5년이라고도 밝혔다. 한 번 서명하면 그만큼 오래 간다.

기회비용도 함께 커졌다. 송 사장은 HBM이 “일반 D램 대비해 더 많은 웨이퍼와 첨단 공정, 실리콘관통전극(TSV), 패키징 생산 능력 등 상당한 자원이 투입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범용 D램 값이 뛰면 같은 웨이퍼를 HBM에 넣는 부담이 커진다. 신제품도 늦었다. SK하이닉스가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한 시점은 2분기여서, 오른 값을 받을 물건이 상반기 매출에는 거의 없었다.

여기서 하나 짚어 둘 것이 있다. 시장은 이 현상을 가격 역전이라 불렀지만, 단가만 놓고 보면 성립하지 않는다. 대만 푸본리서치(Fubon Research) 집계로 HBM4는 기가바이트(GB)당 31~32달러, 이전 세대인 HBM3E는 17~18달러이고, 범용 D램은 이보다 한참 아래다. 뒤집힌 자리는 단가가 아니다. 같은 웨이퍼를 어디에 넣는 편이 남느냐는 계산이 바뀌었다.

SK하이닉스도 가격 역전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고, 실적 설명회 전문에 그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HBM은 진 카드인가

이 이야기를 뒤집는 근거가 셋 있다.

먼저 시차다.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2분기 들어 구매자와 공급사의 협상이 2027년 HBM4 계약으로 넘어갔다고 전했다. 2027년 HBM 계약가는 50% 이상 오른다는 전망이 나왔고, UBS는 평균판매단가 기준으로 79%를 봤다. HBM 웨이퍼 투입 비중도 2025년 말 18%에서 2027년 말 30%로 올라간다. 엔비디아의 서버 값 인상은 그 협상에서 공급사 쪽에 힘을 실어준다.

다음은 하반기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3분기 HBM4 매출이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늘고, 하반기 HBM4가 전체 HBM 판매의 60%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하반기 출하를 크게 늘리면서 올해 투자를 40조원 후반 규모로 잡았고, M15X 양산 일정을 앞당겨 2027년 초 용인 공장 가동으로 잇겠다고 설명했다. 2분기는 신제품이 쏟아지기 직전의 골짜기였을 수 있다.

마지막은 범용 D램 쪽 사정이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계약가 상승률을 13~18%로 봐 2분기보다 완만하게 잡았다. PC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쪽이 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점에 왔고, 기저효과도 커졌다. 중국 IT 매체 콰이커지 보도로는 창신메모리의 17나노급 DDR5 수율이 90%에 이르러 삼성전자(92~93%)와 2%포인트 차다. 생산능력은 2027년 말 공급분까지 예약된 것으로 전해진다.

셋 다 맞다. HBM이 진 카드라는 뜻도 아니다. 짚으려는 자리는 다르다. 한 분기의 실적 차이를 만든 것은 기술 격차가 아니라 계약서에 서명한 날짜다. 그리고 그 날짜는 다음에도 온다.

실제로 두 회사의 위치가 갈렸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내년도 HBM 공급 협의는 고객사들과 이미 완료했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는 같은 시기 “현재 주요 고객들과 2027년 HBM 공급 물량과 가격을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2027년 값이 크게 오른다면 늦게 서명한 쪽이 유리해진다.

다만 어느 회사도 계약 시점과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언제 협의를 마쳤는지, 값이 오르면 따라 오르는 조항을 넣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어, 판단은 여기서 멈춘다.

확인되는 것은 방향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같은 자리에서 전체 생산능력의 60~70% 수준을 장기계약으로 묶겠다고 밝혔다. 값을 미리 정해두는 방식이 HBM에서 범용 D램으로 옮겨붙는 셈이다. 올해 HBM에서 벌어진 일이 다음에는 범용 D램에서 벌어질 수 있다.

다음 자리는 메모리가 아니다

HBM은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만든다. 맨 아래에는 층마다 오가는 신호를 정리하고 프로세서와 주고받는 칩이 한 장 깔리는데, 이 칩을 베이스다이(base die)라고 부른다. HBM4부터 이 한 장을 만드는 자리가 바뀐다. D램 공정을 떠나 로직 공정에서 찍고, TSMC가 12나노급(12FFC)과 5나노급(N5) 공정으로 만든다. 메모리 한 개의 값어치 가운데 일부가 파운드리로 넘어간다.

이미 실적에 잡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2분기 매출이 늘어난 요인으로 “HBM 베이스다이 제품과 미주 고객 중심의 제품 수요 증가”를 들었다. 두 회사의 선택은 갈렸다. 삼성전자는 자사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써서 설계와 제조, 패키징을 한 회사 안에서 끝낸다. SK하이닉스는 검증된 TSMC 12나노를 골라 안정성을 먼저 잡았고, 다음 세대인 HBM4E에서는 3나노급 전환을 검토한다.

각자 다른 것을 걸었다. 삼성전자 쪽 위험은 메모리 회사가 선단 로직 공정에서 양산 수율을 혼자 확보한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 쪽 위험은 TSMC의 생산 배분 순위인데, HBM 베이스다이는 스마트폰 프로세서나 AI 가속기에 비해 물량이 적어 주문이 몰리면 뒤로 밀릴 수 있다. 진척은 양쪽 다 나쁘지 않아서,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 수율이 전 세대인 HBM3E에 근접했다고 전했고,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HBM4E 샘플을 내보냈다.

어떤 칩이 이기든 HBM은 한국이 만든다는 말이 HBM4에서는 절반만 맞게 됐다.

무엇을 보면 알 수 있나

다음 분기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적어 둔다. △HBM 평균판매단가가 범용 D램 상승률을 따라잡는지 △SK하이닉스의 2027년 계약이 언제 어떤 가격 구조로 타결되는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1%포인트 격차가 뒤집히는지가 앞의 셋이다. 나머지 둘은 삼성전자 완제품 부문의 적자가 이어지는지, 그리고 HBM4 베이스다이 수율이 양쪽에서 어떻게 나오는지다.

계약서의 시간

반도체 사이클은 가격표에서 갈리지 않는다. 계약서에 서명한 날짜에서 갈린다. 2분기에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제품은 범용 D램이었지만, 그 값을 가장 온전히 받은 회사는 HBM을 가장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었다. 웨이퍼를 어디에 넣을지 1년 전에 약속해 둔 탓이다.

2027년 계약은 지금 서명되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SK하이닉스가 역대 최고 이익을 냈는데 왜 밀렸다고 하나

A. 매출은 줄지 않았다. 2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214% 늘었고, 점유율이 내려간 이유는 범용 D램을 파는 쪽이 더 빨리 자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39%로 1위에 올랐고 마이크론이 25%까지 따라붙는 사이 SK하이닉스는 39%에서 26%로 내려왔다. 시장 기대치를 밑돈 것과 순위가 바뀐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다.

HBM이 범용 D램보다 싸졌다는 뜻인가

A. 아니다. 푸본리서치 집계로 보면 HBM4는 기가바이트당 31~32달러, HBM3E는 17~18달러이고 범용 D램은 이보다 한참 아래다. 단가는 여전히 HBM이 위다. 바뀐 것은 같은 웨이퍼를 어디에 넣는 편이 남느냐는 계산이다. HBM은 웨이퍼와 첨단 공정, 실리콘관통전극, 패키징 능력을 훨씬 많이 쓰기 때문에, 범용 D램 값이 뛰면 그만큼 기회비용이 커진다.

하반기에는 어떻게 되나

A. 삼성전자는 3분기 HBM4 매출을 전분기 대비 3배 이상으로 보고, 2027년 계약가 전망도 크게 오른다. 다만 이 수치들은 전망이고 계약 조건은 공시되지 않는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분기마다 실적에 찍히는 평균판매단가와 점유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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