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직원 기부금으로 ‘로비 단체’ 결성…AI 규제·반도체 정책에 ‘워싱턴 영향력’ 확대

Man in business attire walking outside the U.S. Capitol with a briefcase
A suited professional walks past the U.S. Capitol while carrying a briefcase and coat.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처음으로 직원들의 자발적 기부금을 모아 미국 연방 정치인에게 후원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를 만든다. AI 규제와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 등이 미국의 핵심 정치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엔비디아가 로비스트 고용을 넘어 선거 정치까지 워싱턴 영향력 확대에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 거버먼트는 8월27일 엔비디아가 ‘엔비디아 코퍼레이션 임직원 연방 정치활동위원회(NVIDIA Corporation Employees Federal Political Action Committee)’를 출범시켰다고 보도했다. 위원회는 자격을 갖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낸 돈으로 운영되며 연방 선거 후보자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다.

로이터도 같은 날 엔비디아가 ‘NVPAC’이라는 이름의 직원 후원 PAC를 만든다고 전했다.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와 구글(Google)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 등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은 이미 이 같은 기업 연계 PAC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기업 PAC는 회사가 기업 자금을 후보자에게 직접 주는 방식과 다르다. 기업과 연결된 PAC가 일정 범위의 임직원에게 자발적 기부를 요청하고, 모인 자금을 연방법상 한도 안에서 후보자와 정치위원회 등에 제공하는 구조다. 미 연방선거위원회(FEC)가 공개한 2025~2026년 정치자금 기부 한도에 따르면 이런 PAC가 연방 후보자 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금액에는 선거별 한도가 적용된다.

로비에 이어 선거자금까지…엔비디아의 워싱턴 진출

NVPAC 출범은 엔비디아의 최근 워싱턴 전략이 얼마나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엔비디아는 미국 정치권에서 지금과 같은 대규모 로비 조직을 운영하는 기업이 아니었다.

정치개혁단체 이슈원(Issue One)이 연방 로비 공개자료를 분석한 7월21일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은 4년 전에는 연방 로비스트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엔비디아가 신고한 연방 로비 비용만 125만달러(약 17억3000만원)에 달했다.

이 금액은 엔비디아가 제출한 미국 연방 로비공개법(Lobbying Disclosure Act·LDA)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엔비디아가 7월18일 제출한 2분기 연방 로비 신고서에는 4~6월 로비 관련 비용이 125만달러(약 17억3000만원)로 기재돼 있다. 신고된 활동 분야에는 컴퓨터 산업뿐 아니라 국방, 국내외 무역, 에너지·원자력, 노동, 반독점 등이 포함됐다.

엔비디아만의 움직임도 아니다. 이슈원에 따르면 알파벳·앤트로픽·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오픈AI 등 6개 기업은 올해 2분기에 모두 324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여러 회사를 동시에 대리한 외부 로비스트를 포함한 숫자다. 메타는 같은 기간 약 600만달러(약 83억원), 알파벳은 530만달러(약 73억원), 마이크로소프트는 약 300만달러(약 41억원), 앤트로픽은 197만달러(약 27억원), 오픈AI는 120만달러(약 17억원)를 로비에 썼다.

엔비디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때도 정치권과의 접점을 넓혔다. FEC에 제출된 트럼프-밴스 취임위원회 자료를 보면 엔비디아는 2025년 1월1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위원회에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를 기부했다.

회사 차원의 PAC가 만들어지 전에 엔비디아 경영진의 정치 자금 기부는 있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 임원 개빈 셰리(Gavin Sherry)와 선딥 마드라(Sundeep Madra)는 6월24일 공화당전국위원회(RNC)에 합계 44만3000달러(약 6억1200만원)를 기부했다.

AI 규칙 만드는 의회…칩 수출·데이터센터까지 이해관계 직결

엔비디아가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시점도 주목된다. 미국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가 AI 규제의 연방 차원 틀을 논의하는 가운데 AI 기업에는 모델 규제뿐 아니라 반도체 수출 통제,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공급, 국가안보, 반독점 정책 등이 모두 사업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문제가 됐다.

특히 엔비디아에는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 정책이 핵심 현안이다. 미국 정부가 어떤 성능의 AI 칩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지는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매출뿐 아니라 화웨이 등 중국 반도체 업체와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준다. 엔비디아가 신고한 로비 분야에 국내외 무역과 국방이 포함된 것도 이런 사업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엔비디아의 PAC 설립은 AI 업계 전체가 2026년 중간선거를 정책 경쟁의 무대로 삼고 있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친(親)AI 산업계 슈퍼PAC ‘리딩 더 퓨처(Leading the Future)’는 2분기 말 기준 3100만달러(약 428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악시오스가 7월17일 전했다. 이 단체는 AI 산업의 빠른 발전과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연방 AI 정책을 지지하는 후보들을 지원하고 있다.

반대로 AI 안전 규제를 강조하는 정치자금도 움직이고 있다. 앤트로픽과 연결된 ‘앤트로팩(ANTHROPAC)’은 4월3일 기업 연계 PAC로 등록됐다는 사실이 FEC 기록에서 확인된다. AI 산업 내부에서도 규제의 강도와 안전 기준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의미다.

2026 중간선거, AI 산업의 ‘정치력 시험대’

미국 기업의 정치자금 투입 자체도 기록적인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8월27일 소비자단체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의 분석을 인용해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기업 관련 정치기부가 6억4600만달러(약 8920억원)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AI와 가상자산, 온라인 베팅 등 규제 체계가 아직 형성되는 산업들이 주요 자금원으로 부상했다.

PAC 설립 자체가 엔비디아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 연계 PAC는 통상 기업의 정책 이해와 맞는 후보를 지원하며 민주·공화 양당 후보에게 동시에 기부할 수도 있다. 실제 기부 성향은 앞으로 NVPAC의 FEC 신고 내역이 축적돼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엔비디아의 변화는 분명하다. AI 칩을 공급하는 기술기업에서 출발한 엔비디아가 이제 AI 정책의 규칙을 만드는 워싱턴에서도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로 자리 잡고 있다. 로비 비용 확대에 이어 자체 PAC까지 출범시키면서 AI 산업의 경쟁이 기술과 시장뿐 아니라 규제와 선거 정치의 영역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Q&A 5개

Q1. PAC는 기업이 정치인에게 직접 돈을 주는 조직인가.
정확히는 다르다. 엔비디아가 만드는 형태의 기업 연계 PAC는 자격을 갖춘 임직원 등의 자발적 기부를 받아 별도의 정치위원회가 법정 한도에 따라 후보자 등을 후원한다. 기업이 회사 자금을 그대로 연방 후보자에게 기부하는 것과 구별해야 한다.

Q2. NVPAC가 슈퍼PAC인가.
현재 확인된 내용으로는 아니다. 일반 기업 연계 PAC와 독립지출전용위원회인 ‘슈퍼PAC’은 법적 구조가 다르다. 슈퍼PAC은 후보자 측과 지출을 조율할 수 없는 대신 무제한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 NVPAC을 ‘엔비디아 슈퍼PAC’이라고 표현하면 부정확하다.

Q3. 왜 AI 반도체 회사가 정치활동까지 확대하나.
엔비디아 사업의 핵심 변수가 워싱턴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AI 규제뿐 아니라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AI 칩의 범위, 국방 분야 AI 이용, 데이터센터 전력 정책, 반독점 규제 등이 모두 엔비디아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

Q4. 엔비디아가 갑자기 정치활동을 시작한 것인가.
PAC 설립은 새로운 단계지만 정치권과의 접촉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엔비디아는 연방 로비 활동을 빠르게 확대했고 2025년 트럼프 취임위원회에도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를 기부했다. 올해 2분기 자체 신고한 연방 로비 비용은 125만달러(약 17억3000만원)였다.

Q5. NVPAC는 공화당을 지원하는 조직인가.
현재로서는 그렇게 단정할 근거가 없다. 일부 엔비디아 임원들이 공화당전국위원회에 거액을 기부했지만 이는 개인들의 정치기부다. NVPAC 자체가 어느 정당과 후보에게 얼마를 지급하는지는 향후 FEC 신고를 통해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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