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에서 실리콘밸리의 거액 후원이 AI 규제 논의를 왜곡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디언(The Guardian)은 8월 12일 사설에서 신기술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실리콘밸리가 특정 선거 판세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방식으로 자금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특히 메타(Meta)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이번 주 AI 개발에 대해 ‘규제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고’ 자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6500단어 분량으로 게재했다고 전했다. 또 저커버그의 주장에는 기업가 모두를 위한 ‘발명 역량’과 미래의 일자리 증가를 내다보는 낙관적 전망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실리콘밸리는 2024년 미국 선거에서 암호화폐 지지자들이 쓴 전략을 반복하듯, 수퍼팩(Super PAC)에 ‘수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정당·캠페인과 무관한 단체를 통해 친(親)탈규제 AI 의제를 지지하는 인물이 선출되도록 돕고 있다. 오픈AI(OpenAI) 공동창업자 겸 사장인 그렉 브록먼(Greg Brockman)과 팔란티어(Palantir) 공동창업자 조 론스데일(Jo Lonsdale)이 ‘프로-AI 후보’를 발굴·유지·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조직 ‘Leading the Future’에 큰 금액을 기부했다고 가디언은 적었다.
가디언은 Leading the Future가 지난 여름 뉴욕주 하원의원 알렉스 보레스(Alex Bores)에 대한 비방성 광고에 600만 달러를 썼다고 밝혔다. 광고는 보레스가 주(州) 차원의 AI 규제를 추진해온 점보다, 그가 과거 미국 이민세관단속국(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에서 기술 관련 일을 했다는 의혹에 초점을 맞췄고, 보레스는 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보레스가 경쟁이 치열했던 민주당 강세 지역의 예비선거에서 결국 패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이에 대한 반대 움직임으로 노조가 뒷받침하는 수퍼팩 ‘Guardrails Alliance’가 Leading the Future의 영향에 맞서려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양당 성향의 여론이 선거에서 ‘실질적 힘’으로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기술 기업과 억만장자들이 AI 규제의 범위를 제한하려는 목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이미 금력의 힘이 큰 정치 문화에서 공론장을 왜곡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커버그가 자신이 속한 비선출 기술 엘리트가 이미 ‘인간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를 결정하는 기능을 기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이 압력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정부에 신규 AI 모델을 검토할 권한을 부여했을 행정명령 서명을 취소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AI의 이점과 위험을 둘러싼 민주적 논쟁이 이뤄지려면, 이런 반(半)비밀스러운 정치적 조작 시도를 미국과 다른 국가들에서 강하게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