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AGI를 포기한 날, 하사비스의 딥마인드는 밖에서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딥마인드 제국의 분열 메인 이미지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구글 딥마인드 CEO가 최근 X(옛 트위터)에 남긴 짧은 사임 일성은 전 세계 테크 업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평생 인공일반지능(AGI)을 향해 달려왔고 목표가 눈앞에 왔음을 느낀다”며 전격 사임을 발표한 것이다. 12년간 조직을 이끌어온 핵심 수장이 결승전을 바로 앞두고 지휘권을 넘기자 업계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구글 딥러닝 혁명의 산증인이자 구글 브레인(Brain)을 이끌어온 제프 딘(Jeff Dean) 수석 과학자마저 동시에 퇴사를 선언하고 스타트업 창업을 발표했다. 구글 AI 제국을 지탱하던 두 거장이 한날한시에 손을 털고 나간 셈이다. AGI 완성이라는 전대미문의 도약을 앞둔 시점에, 그들은 왜 자신이 일군 터전을 버렸을까.

체스 신동, 뇌과학, 그리고 알파고라는 신화

하사비스의 삶은 지능의 본질을 쫓는 집념의 연속이었다. 13세에 체스 마스터에 오르고 케임브리지 대학 컴퓨터공학을 마친 그는 AI 시스템을 설계하다 돌연 런던칼리지대학(UCL) 신경과학 박사과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뇌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진짜 지능을 만들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기억과 상상력이 뇌의 동일한 회로를 공유한다’는 그의 PNAS 논문 성과는 훗날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철학적 모태가 됐다.

동료 셰인 레그, 무스타파 술레이만과 딥마인드를 설립한 하사비스는 구글로부터 4억 달러 규모의 인수를 끌어내며 빅테크 AI 무대의 정중앙에 섰다. 이후 그가 보여준 기술적 이정표는 압도적이었다. 벽돌깨기 게임을 독학한 강화학습 모델 DQN에서 출발해, 바둑의 신화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AlphaGo)로 인공지능 신드롬을 만들었다. 이어 50년간 인류가 풀지 못했던 단백질 구조 예측을 끝낸 알파폴드(AlphaFold)까지 연이어 성공시키며 마침내 노벨 화학상이라는 금탑까지 쌓아 올렸다.

하지만 하사비스에게 딥마인드는 단지 돈을 버는 사업체가 아니라 인류의 모든 과학적 난제를 풀 ‘메타 도구로서의 AGI’ 연구소였다. 동시에 그는 AI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명확히 인지한 경계론자였다. 미국 워싱턴 D.C. 정가를 직접 찾아 독립적인 국제 AI 심사 기구 설립을 로비하는 등 기술 독주의 위험을 끝없이 경고했다.

순수 연구와 돈벌이 압박, 거울에 그어진 금

그러나 순수한 과학적 탐구를 열망한 하사비스의 순혈주의는 구글 본사의 가혹한 상업화 셈법과 거칠게 충돌했다.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 보도처럼, 구글 경영진은 제미나이(Gemini) 모델을 검색·광고·워크스페이스 등 핵심 수익원으로 당장 바꿔 먹으라며 딥마인드의 목을 죄어왔다. 기초 연구의 자율성을 지키려던 하사비스와 본사 간의 불협화음은 치유 불능 상태로 치달았다.

갈등은 외부로 터져 나왔다. 하사비스는 와이어드(WIRED) 인터뷰에서 “AI 도입을 이유로 직원을 잘라내는 행태는 어리석다”며 구글 본사의 구조조정을 정면으로 쏘아붙였다. 반면 현장의 제품 개발은 삐걱거렸다. 야심작 ‘제미나이 3.5 Pro’는 코딩 성능 미달과 개발팀 간 불화로 출시가 세 차례 연기됐다. LA타임스와 악시오스(Axios)가 내부 엔지니어들의 사기 저하와 슬럼프를 취재해 폭로했고, 구글이 신규 제미나이 모델 3종을 기습 공개할 때도 3.5 Pro는 끝내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핵심 피가 빠져나가는 혈류 장애도 심각했다. 노벨상 공동 수상자인 존 점퍼가 라이벌 앤트로픽으로 짐을 쌌고, 트랜스포머 아키텍처 발명자 노암 샤지어는 오픈AI로 복귀했다. 단 한 달 만에 간판급 연구원 6명이 탈출했다. 급기야 노벨상 영예의 기둥이었던 알파폴드 팀마저 강제 해산되고 인력이 제미나이 사업 부서로 흩어지자, 딥마인드의 정신적 지주였던 순수 연구소의 정체성은 완파됐다.

구글 AI의 재편과 흩어진 후계자들의 51억 달러 전쟁

하사비스와 제프 딘이 떠난 딥마인드의 새 수장으로는 제미나이 전사 배포 미션을 총괄해 온 코레이 카부크추오글루(Koray Kavukcuoglu) 수석 아키텍트가 선임됐다. 이로써 딥마인드는 AGI를 탐구하는 독립 연구소가 아닌, 구글 수익을 뒷받침하는 완벽한 ‘제품 공장’으로 전락했다.

딥마인드 제국의 후계자들 인포그래픽
딥마인드 제국의 후계자들: 주요 스핀오프 AI 기업 투자 유치 및 기업 가치 비교

하지만 거대 제국의 해체는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구글이 주가와 당장의 수익을 위해 순수 AGI 탐구를 내려놓자, 딥마인드의 야망을 공유하던 핵심 인재들이 구글의 울타리를 깨고 밖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들은 거대 기업의 상업적 감옥을 탈출해, 자신이 꿈꾸던 범용 인공지능을 완성하기 위한 ‘독자적 군단’을 결성하기 시작했다.

가장 독보적인 행보는 알파고의 핵심 설계자 다비드 실버(David Silver)의 스타트업 ‘Ineffable Intelligence’다. 포춘 보도처럼 설립 불과 3개월 만에 시쿼이아 캐피털과 엔비디아로부터 11억 달러의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기업 가치 51억 달러(약 7조 원)를 단숨에 달성했다. 여기에 10억 300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받아 기업 가치 35억 달러를 기록한 AMI Labs와 딥마인드 출신 연구진이 주도한 Recursive 등 신생 AI 스타트업들이 수조 원대의 뭉칫돈을 집어 삼키며 빅테크의 턱밑을 위협하고 있다.

결국 하사비스가 세운 ‘딥마인드’라는 이름의 제국은 구글의 단기 실적주의 기조 아래 사분오열되었지만, 그들이 뿌린 AGI의 씨앗은 결코 죽지 않았다. 구글이 순수 AGI라는 왕관을 스스로 벗어던진 그 자리에서, 딥마인드의 유산을 이어받은 야망가들은 7조 원의 거대한 자금을 실탄 삼아 실리콘밸리와 런던을 무대로 ‘진짜 AGI 제국’을 세우기 위한 2차 세계대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데미스 하사비스와 제프 딘은 구글 딥마인드를 떠났나?

A. 데미스 하사비스는 구글 딥마인드 CEO에서 사임을 발표했고, 제프 딘 수석 과학자도 퇴사와 스타트업 창업을 선언했다.

Q2. 하사비스와 제프 딘이 떠난 뒤 딥마인드의 새 수장은 누구인가?

A. 제미나이 전사 배포 미션을 총괄해 온 코레이 카부크추오글루 수석 아키텍트가 새 수장으로 선임됐다.

Q3. 딥마인드 출신 스타트업들은 얼마나 투자받았나?

A. 다비드 실버의 Ineffable Intelligence는 설립 3개월 만에 11억 달러를 유치해 기업 가치 51억 달러를 기록했다. AMI Labs는 10억 300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받아 기업 가치 35억 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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