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스타트업의 코드와 업무 기록이 AI 학습용 데이터로 거래되는 시장이 커지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10월 13일 폐업 지원업체들이 스타트업의 디지털 자료를 AI 연구소와 기술기업에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폐업 스타트업 자료, AI 학습용 자산으로
암호화폐 스타트업을 정리한 키런 미스켈은 코인베이스를 2만5000달러에 팔았고, 구글·노션·피그마·슬랙에 보관된 업무 자료도 약 1만5000달러에 매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거래를 중개한 심플클로저는 4월부터 자산 허브 플랫폼을 통해 코드와 이메일, 채팅, 문서 등 업무공간 자료의 판매를 시작했다. 플랫폼은 지금까지 150건이 넘는 거래를 처리했으며, 2026년 말까지 스타트업에 1000만달러 이상을 돌려줄 것으로 전망했다. 심플클로저 거래 중 코드나 데이터 판매가 포함된 비율은 47%다.
수요는 AI 학습 연구소들이 공개 데이터와 합성 데이터만으로는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서지AI는 고객사의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IT 구조를 고치거나 항소이유서를 작성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강화학습 훈련 환경’을 만든다. 이 회사에서 해당 환경 구축을 이끄는 닉 하이너는 다양한 상황과 의견 충돌, 까다로운 판단이 담긴 기록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대화 내용이 다채롭고 깊이 있는 한 기업의 슬랙 기록이 다른 기업의 슬랙·이메일·일정 자료를 합친 것보다 가치가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 날짜를 언급하는 등 합성 환경에서 생기는 오류를 피할 수 있지만, 성능 향상 폭을 비교한 시험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데이터 가격과 개인정보 우려
자료의 가격은 거래마다 차이가 크다. 구매자들은 코드 10만줄에서 유용한 작업이 얼마나 나올지 추정하는 등 자체적인 연구 가설에 따라 값을 매기기 때문이다. 심플클로저의 경쟁사 선셋은 고객사의 직원 수, 운영 기간, 데이터 규모와 업무 도구 사용 방식 등을 고려해 자산을 평가한다. 대형 거래도 등장했다. 스피릿항공 파산 절차의 일환으로 구글은 지난 8월 AI 데이터 업체 머커와 경쟁해 항공사의 수십 년치 자료를 1000만달러에 사들였다. 대상에는 이메일 1억건, 팀즈 메시지 5억건, 직원 기록 17만6000건이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9월 스페이스X의 AI 부문도 경영난을 겪는 스타트업의 데이터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매각 자료에는 직원의 사생활이 담길 수 있고, 수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도 쟁점이다. 스피릿항공 승무원 노조는 개인정보 문제를 들어 자료 매각에 반대했다. AI 스타트업에 자문하는 변호사 그레그 유잉은 이런 데이터를 ‘법적으로 위험한’ 자료라고 표현했다. 공급업체는 데이터 과학자를 고용해 개인 식별 정보를 지우고 인사 기록을 제외하며, 구매자들도 데이터를 정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메일과 일정에는 진료 예약이나 자녀 하교 일정, 데이트 계획 같은 정보가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에모리대 법학 교수 이페오마 아주와는 기업이 직원 데이터를 팔기 전에 명시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 연방법에는 이런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고 보도됐다.
폐업 기업의 데이터 판매 수익은 대체로 선순위 채권자와 투자자에게 돌아가며, 직원에게는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창업자도 자료를 누가 사는지, 어떤 용도로 쓸지 파악하기 어렵고 제시된 가격이 적정한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데이터 매매가 기업에 남은 가치를 회수할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거래 기준과 사용처 공개, 직원 동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기사에 따르면 데이터 가격은 내년에 안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AI 시장 거품이 먼저 꺼지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