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계열 연구진 벤저민 브래튼(Benjamin Bratton), 블레즈 아게라 이 아르카스(Blaise Agüera y Arcas), 제임스 마니카(James Manyika)가 단일 초지능이 이끄는 ‘특이점’ 대신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작동하는 ‘인공 공생 지능’을 제안했다. IT 전문 매체 더디코더는 이들이 딥마인드(DeepMind) 연구소를 위한 에세이에서 이런 구상을 제시했다고 10월 3일 보도했다.
단일 초지능 아닌 사람과 에이전트의 협력
연구진은 범용인공지능(AGI)이 고립된 기계 하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협력하는 사회적 체계에서 형성될 수 있다고 봤다. 이 관점에서는 연구의 중심 과제도 성능이 뛰어난 단일 모델을 만드는 데서 에이전트와 사람, 이들을 연결하는 시스템의 복잡한 관계를 조율하고 관리하는 일로 옮겨간다. 지능은 개별 개체의 특성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이 구상의 근거로 제시된 연구는 추론 모델의 사고 흔적에서 여러 관점이 오가는 양상을 살폈다. 딥시크(DeepSeek)-R1과 QwQ-32B 등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모델은 내부에서 논쟁하듯 관점을 바꾸고, 반론을 내거나 충돌하는 접근을 조정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런 행동은 미리 명시적으로 프로그래밍한 결과가 아니라, 추론 정확도에 보상을 주는 강화학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에세이는 이 현상을 개별 모델에서 사람과 에이전트가 이루는 사회의 설계로 확장했다.
에이전트 네트워크와 협력 규칙이 과제
연구진이 말하는 에이전트는 고정된 성격을 지닌 하나의 존재라기보다 모델과 역할, 기억, 도구, 기술 등을 임시로 묶은 구성체다. 요청과 맥락에 따라 구성 요소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를 인간의 정체성을 그대로 옮긴 디지털 쌍둥이로 보는 것은 본질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에이전트가 일을 나눠 맡는 시스템에서는 개별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지휘할지가 중요해진다.
연구진은 사람과 AI의 상호작용 방식도 바뀔 수 있다고 봤다. 챗봇 하나와 일대일로 대화하는 방식은 과도기적 형태일 수 있으며, 향후에는 에이전트를 각각 대화로 다루기보다 네트워크의 노드로 표시하고 한눈에 조정하는 인터페이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여러 에이전트의 행동을 관리하려면 불확실한 시스템에 일을 맡기고 결과를 조정하는 역량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모델에 사람과 같은 주관적 경험이 있다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산업화 때 기계가 사람의 근육 노동을 대신한 것과 비슷한 전환점은 합성 지능이 만들어내는 텍스트·코드·행정 업무의 총량이 생물학적 뇌의 총산출량을 넘어설 때 올 수 있다고 에세이는 내다봤다. 산업화 국가에서 인구가 줄고 AI 에이전트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도 배경으로 들었다. 이는 예측 가능한 일정이나 제품 출시 계획이 아니라 연구진이 제시한 가능성이다.
연구진은 앞으로의 핵심 과제로 사람과 다수의 에이전트가 협력할 규칙과 제도를 어떻게 마련할지 꼽았다. 더 나은 모델이나 매끄러운 인터페이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사람은 기계가 상황을 처리하는 방식을 이해할 틀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인공 공생 지능’ 구상의 초점은 단일 초지능의 출현보다 사람·에이전트·기관이 함께 의사결정하는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고 관리할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