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AI의 생물학 발견 주장에 생물학자들 반발

앤트로픽(Anthropic)이 자사 AI 연구소가 생물학 분야에서 첫 발견을 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과학적 발견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일부 생물학자들이 반발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9월 29일 이 사례가 AI의 과학적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관한 논쟁을 드러냈다고 짚었다.

새 염기서열 아닌 반복 패턴 찾아

앤트로픽은 올해 초 분자생물학 연구소를 열고, 클로드(Claude) 에이전트가 생물학 난제를 읽고 가설을 제시하면 인간 과학자들이 실험으로 검증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에이전트 950개가 21시간 동안 분석해 찾아낸 것은 새로운 DNA 염기서열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효소 주변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앤트로픽은 이 패턴이 이전에 목록화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 패턴이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의 발견으로 이어진 단서와 닮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패턴을 찾아내는 것만으로 그 효소가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그 기능을 어떻게 조절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생물학자들이 문제 삼은 대목도 발견한 패턴의 기능과 의미를 확인하는 과정이 빠졌다는 점이다. 한 생물학자는 유전자와 반복 서열의 특이한 군집을 찾는 일은 비교적 쉬운 편이며, 실제 발견은 그 체계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는 데서 나온다고 비판했다.

AI의 성과와 과학적 발견은 같은가

다만 방대한 생물학 데이터에서 사람이 눈으로 찾기 어려운 패턴을 포착한 작업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약 20만개의 후보를 탐색 가치가 있는 소수로 좁히는 일은 상당한 연구 작업이며, 인간 과학자가 방향을 잡고 실험을 수행했다 해도 범용 챗봇이 이를 해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도 소개됐다. 논란은 이 같은 기여를 연구 도구의 성과로 볼지, AI가 스스로 발견을 했다고 부를지에 집중돼 있다.

코펜하겐대 생물학자 마리오 로드리게스 메스트레(Mario Rodríguez Mestre)는 자신의 연구팀이 해당 패턴을 이미 발견했다고 주장했다고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가 보도했다. 메스트레는 평소 연구 과정에서 클로드와 대화해 왔으며, 앤트로픽 연구진이 그 대화에서 정보를 얻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앤트로픽은 이를 부인했지만 메스트레는 클로드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AI 기업들이 시스템을 현미경이나 슈퍼컴퓨터처럼 과학자가 쓰는 도구가 아니라, 발견의 주체로 내세우는 방식이 논쟁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픈AI(OpenAI)가 이달 초 자사 에이전트가 100만달러짜리 수학 문제를 풀었다고 발표한 뒤에도 비슷한 논쟁이 이어졌다. 이후 나온 비판은 풀이가 틀렸다는 주장이 아니라, 해당 문제가 수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인지 따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한 수학자는 모델이 자신의 연구를 출처 표시 없이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앤트로픽 발표를 비판한 생물학자 루카스 해링턴(Lucas Harrington)은 AI 기업들이 지금부터 높은 기준을 세워야 AI가 근본적으로 새로운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발견했을 때 그 의미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샘 올트먼(Sam Altman)과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가 성과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런 기준 마련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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