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AI 데이터센터 개발, 원주민 공동체 참여 요구 커져

호주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원주민 정책의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8월 28일 서호주 퍼스 인근 맨둔 빌야(Mandoon Bilya·헬레나강) 사례를 들어 AI 인프라 계획에 원주민 공동체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2026년 7월 맨둔 빌야에는 지역 주민 200여명이 모여 자생 식물 3000그루 이상을 심는 습지 복원 작업을 벌였다. 이곳은 최근까지 호주 최대 규모 가운데 하나인 120MW급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예정지였지만, 원주민 단체와 환경·지역사회 단체의 반대 끝에 개발안이 철회됐다. 서호주 개발심사패널 심의를 앞둔 2026년 5월 사업이 취소되면서 해당 지역은 생태 복원과 ‘컨트리(Country)’ 보호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사업은 빕불 응가르마 원주민협회가 주도한 반대 운동에 부딪혔다. 개발 예정지는 원주민 문화유산을 포함한 땅이었고, 반대 단체들은 데이터센터가 지역 원주민 공동체와 문화적으로 연결된 강 체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맨둔 빌야는 퍼스의 식수 공급과 따뜻한 계절의 지역 생태계에도 영향을 주는 곳이어서, 충분한 사전·자유·정보에 기반한 동의가 이뤄졌는지와 컨트리에 미칠 영향이 쟁점이 됐다.

이 같은 논쟁은 맨둔 빌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빅토리아주에서도 제안된 AI 허브를 두고 문화유산과 환경 훼손 우려가 제기됐으며, 북미의 일부 원주민 공동체 역시 데이터센터가 권리와 문화적으로 중요한 장소, 수자원 체계를 훼손할 수 있다며 사업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AI가 가상 기술로 설명되더라도 실제로는 토지·물·에너지를 대량으로 필요로 하며, 데이터센터 확산은 원주민 공동체가 자원개발 과정에서 겪어 온 환경·문화적 압박을 반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사업은 원주민 참여와 소유권을 반영하고 있다. 서호주 최대 데이터센터 사업은 카라자리족과의 원주민 토지이용협약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카라자리족은 사업 공동 소유자로 참여한다. 노던테리토리에서는 에너지 노스가 제안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평가 과정에서 전통적 토지 소유자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예외에 가깝고, 호주의 AI 인프라 정책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원주민 지도력을 의무화한 규정이 거의 없다고 더컨버세이션은 전했다.

빅토리아 전통적 토지 소유자 법인연맹의 케일리 니컬슨 최고경영자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현재 정부의 기대가 ‘투자 실패’라고 주장했다. 주요 사업이 컨트리에 장기 영향을 미치는데도 전통적 토지 소유자 단체와의 협력이 정부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자원개발 분야에 대한 연구에서도 협의가 실질적 영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공동체가 법률문서 번역과 구성원 조율, 협상·준수 업무를 떠맡는 동안 핵심 결정은 외부에서 이뤄졌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특히 이런 무급 업무가 원로와 지도자에게 집중되는 만큼, 호주는 AI 정책이 굳어지기 전에 단순한 협의를 넘어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 공동결정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문 보기 (theconvers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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