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코딩 도구가 소수언어 공동체의 언어 기록과 번역 도구 제작을 돕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9월 29일 파푸아뉴기니와 동티모르, 남수단에서 공동체가 AI를 활용해 만든 사례를 소개했다.
AI로 만든 소수언어 도구들
파푸아뉴기니의 훌라어 공동체가 만든 언어 기록 플랫폼 ‘바바나기(Vavanagi)’는 AI 코딩 도구의 도움을 받아 공동체 구성원이 직접 설계하고 운영한다. 훌라어 사용자는 약 1만명으로,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언어학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지만 바바나기에는 현재 80명 넘는 이용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올린 영어-훌라어 번역은 1만2000건을 넘었다. 공동체는 자료를 더 모아 훌라어 번역 앱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훌라어는 온라인 자료가 적어 AI 모델 학습 자료에 거의 포함되지 않는 소수언어다. 더컨버세이션은 생성형 AI가 주로 다수언어에서 잘 작동하고, 디지털 자료가 부족한 언어는 모델이 제대로 다루지 못하거나 결과물에서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티모르에서 100만명 넘게 쓰는 테툼어도 모델 학습 자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설명이다. 바바나기에서는 훌라어를 토크피신어로 바꿔 쓰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로들이 언어 자료를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번역 정확도와 공동체 주도권
동티모르의 비영리단체 말룩 티모르(Maluk Timor)와 함께 만든 ‘툴룬(Tulun)’은 보건 교육 자료를 테툼어로 옮기는 플랫폼이다. 보건 교육 담당자들은 승인된 용어와 표현 목록을 직접 관리하고, 현지 보건 인력에게 맞게 번역물을 조정한다. AI 모델은 사용자가 올린 자료에 맞춰 번역을 돕지만, 최종 표현은 테툼어 전문가와 보건 교육자가 함께 다듬도록 설계됐다.
남수단의 알리에르 마코이 아추오트(Alier Makoi Achuoth)가 만든 딩카어-영어 사전 앱은 딩카어 단어의 뜻을 이용자가 번역하고 확인하도록 해 어휘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딩카어 사용자는 약 500만명이지만 온라인 자료는 제한적이다. 아추오트는 AI를 이용해 앱을 설계하고 자료를 모아 정리했다. 그는 다른 기관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실용적인 도구를 직접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컨버세이션은 세 사례가 AI를 공동체 지식의 보존과 활용에 연결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AI가 제작 시간과 비용을 낮추면서 외부 자금이나 대규모 전문 인력 없이도 공동체가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케냐와 나이지리아의 AI 도입 수준이 미국만큼 높다는 사례도 들며, 저소득국이 AI 도입에서 뒤처진다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호주 원주민 공동체의 자체 언어 기술 개발도 소개하며 연구자와 지원기관이 하향식 사업보다 공동체 주도 프로젝트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들 사례가 AI 모델의 소수언어 편향 자체를 해소한 것은 아니다. 더컨버세이션은 현지 공동체가 만든 도구가 온라인에서 소수언어를 더 충실하게 기록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바바나기의 번역 앱은 자료 축적이 더 필요한 목표이고, 툴룬과 딩카어 사전도 현지 이용자의 지식과 검토를 바탕으로 작동한다. AI가 소수언어를 계속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지만, 공동체가 AI를 활용해 직접 만든 도구가 언어를 보존하고 교육·보건 현장에서 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