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안전 논쟁에서 발언권을 잃고 있으며, 자체 AI 기술과 데이터센터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디언(The Guardian)은 9월 19일 유럽이 AI 규제에서는 앞서 있지만 기술 주도권과 안전 논의에서는 주변으로 밀려났다고 보도했다.
유럽이 AI 안전 논쟁에서 밀린 이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유럽이 AI를 외면해 성장 기회를 잃거나, 미국과 중국이 개발한 도구에 의존하는 두 선택지 사이에 놓였다고 말했다. AI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유럽이 기술을 받아들일지와 관계없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플, 구글, 오픈AI(OpenAI)처럼 실리콘밸리 규모의 기업을 배출하지 못한 점이 유럽의 발언권을 약화했다는 분석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최첨단 AI 개발 기업들을 초청해 관련 업계의 개발 속도 조절 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속도 조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는 유럽의 참여만으로 조정이 어렵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이 자체 AI 기술을 개발하고 데이터센터를 늘려야 미국이나 중국의 공급 차단 위협을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체 AI 역량과 EU AI법의 한계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전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고 통제에서 벗어난 강력한 모델이 등장하는 ‘AI 위기’에 견딜 회복력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EU AI법은 고위험 AI 시스템 개발자에게 안전사고를 보고하고 위험을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드문 법률로, 유럽이 안전 논쟁에 참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제시됐다. 다만 베스타게르는 생태계 강화와 인재 확보를 위해 유럽 자체 AI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나우 연구소 자문역 프레데리케 칼튀너는 유럽이 검색엔진부터 칩과 데이터센터까지 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시에 많은 기업이 비용 부담과 데이터 처리 우려 때문에 챗GPT(ChatGPT)나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프런티어 모델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유럽디지털권리단체 정책고문 익사소 도밍게스 데 올라사발은 미국 기술업계가 유럽의 경쟁력 문제를 규제와 보호 탓으로 돌리며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EU AI법이 다른 국가의 세계적 기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불확실하다. 링크레이터스 파트너 조지나 콘은 법의 복잡한 준수 부담과 유럽에 한정된 적용 범위 때문에 일부 조항의 시행이 늦어졌고, 다른 국가들이 EU와 다른 입법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베스타게르는 인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의 위험에는 세계적 해법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를 넘어 유엔 총회에서 논의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