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인간의 소통 환경과 일상을 바꾸는 미디어로 해석해야

생성형 AI를 단순한 도구나 독립된 지능이 아니라 인간의 소통 환경과 일상을 바꾸는 새로운 미디어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AI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보다 AI가 사람들의 경험과 관계, 주의력을 어떻게 매개하는지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8월 31일 생성형 AI를 1960년대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과 기 드보르(Guy Debord)의 사상으로 해석하는 글을 게재했다. AI 기업과 데이터센터에 수십억달러가 투자되는 가운데 AI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다시 질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새로운 미디어가 처음에는 기존 미디어의 콘텐츠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는 매클루언의 관찰에서 출발했다. 인쇄기는 성경 복제에 활용됐고, TV는 초기 콘텐츠 상당 부분을 연극과 라디오에서 가져왔으며, 인터넷도 처음에는 전자우편과 파일 교환에 주로 쓰였다. 이후 각 매체에 고유한 콘텐츠 형식이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생성형 AI도 에세이 작성, 대중가요 제작, 웹페이지 생성처럼 기존 콘텐츠를 새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데 주로 쓰인다. 다만 구글(Google)의 프로젝트 지니(Project Genie)처럼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탐색할 수 있는 세계를 필요에 따라 생성하거나, 학술서적을 연결된 모듈과 프롬프트가 포함된 구조로 실험하는 사례에서 AI에 특화된 소통 형식의 단서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매클루언의 표현대로라면 매체 자체가 메시지를 바꾸는 셈이다.

기 드보르의 관점에서는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의 삶을 상품화된 이미지와 콘텐츠에 대한 참여의 연속으로 바꾸는 미디어 기술을 확산시킨다. 1967년 저서에서 TV를 중심으로 경험의 많은 부분이 기술을 통해 매개될 것이라고 내다본 드보르의 전망은 모바일과 소셜미디어를 거치며 확대됐다. 친구와의 연락, 연애 상대 찾기, 정치 활동, 여가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수익화된 과정이 그 사례로 제시됐다.

생성형 AI는 이 같은 매개의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락, 운동, 수면, 우정, 연애, 음식처럼 지금까지 인간의 삶에서 직접 경험되던 영역도 AI가 개입할 수 있다. 기업들은 사람의 관심을 붙잡고 행동을 바꾸는 기술에 투자할 유인이 크며, 다음 페이스북이나 틱톡을 발명하는 기업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AI의 미래가 반드시 사람들의 주의를 더 붙잡고 인간의 삶을 새롭고 침습적인 방식으로 매개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AI가 이메일 답변, 행정 서식 작성, 반복적인 업무, 학교의 형식적인 평가에 드는 시간을 줄여 사람이 컴퓨터 화면 앞보다 공원과 친구들 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미디어 환경과 인간관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보며 현재의 투자와 개발 방향을 의식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문 보기 (theconvers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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