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등을 이유로 제기된 소송이 전 세계적으로 최소 154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작가와 언론사에서 음반사·음악출판사·사진작가·시각예술가에 이르기까지 저작권자들의 소송이 이어지면서 저작권이 AI 산업의 최대 법적 분쟁 분야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8월30일 미국 조지워싱턴대 AI 소송 정보 플랫폼 ‘대일(DAIL)’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집계된 AI 관련 소송 489건 가운데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은 153건이다. 여기에 아직 집계되지 않은 소니 뮤직 퍼블리싱(Sony Music Publishing)과 워너 채펠 뮤직(Warner Chappell Music) 등이 8월28일 앤트로픽(Anthropic)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포함하면 최소 154건이다.
이는 DAIL이 집계한 전체 AI 관련 소송의 약 31.5%에 해당한다. 단순 계산하면 AI 관련 소송 3건 가운데 1건 가까이가 저작권 문제와 관련된 셈이다. 다만 DAIL의 분류는 하나의 사건에 복수의 법적 쟁점이 포함될 수 있어 저작권 사건과 다른 유형의 사건을 서로 배타적인 범주로 볼 수는 없다.
작가에서 언론·음악·이미지까지…소송 전선 확대
AI 저작권 분쟁은 챗GPT(ChatGPT)와 클로드(Claude)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학습 데이터에서 시작해 이미지·음악·영상 생성 AI로 빠르게 확대됐다.
초기 주요 소송에서는 작가와 언론사 등이 자신의 책과 기사 등이 허락 없이 AI 학습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게티이미지(Getty Images)와 시각예술가들이 이미지 생성 AI를 문제 삼았고, 음반사와 음악출판사들은 수노(Suno), 유디오(Udio), 앤트로픽 등 음악 또는 텍스트 생성 AI 기업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쟁점도 단순히 “저작물을 AI 학습에 이용할 수 있는가”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다. 저작물을 어떤 경로로 확보했는지, 학습 과정에서 저작물을 복제했는지, 생성 결과물이 원저작물과 얼마나 유사한지, 저작권관리정보(CMI)를 제거했는지 등이 개별적인 법적 쟁점으로 등장했다.
특히 저작물의 취득 방법은 최근 미국 법원이 AI 학습 자체와 구별해 판단하기 시작한 영역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은 작가들이 앤트로픽을 상대로 제기한 ‘바츠 대 앤트로픽(Bartz et al. v. Anthropic PBC, 3:24-cv-05417)’ 사건에서 AI 모델 훈련을 위한 특정 복제와 해적판 자료의 취득을 구분했다.
윌리엄 알섭(William Alsup) 판사는 2025년 6월 AI 모델 훈련을 위해 합법적으로 확보한 책을 디지털화하거나 복제한 일부 행위를 공정이용(fair use)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앤트로픽이 불법 온라인 저장소에서 수백만권의 책을 내려받아 중앙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행위까지 같은 이유로 보호하지는 않았다.
이 사건은 이후 작가들과 앤트로픽이 15억달러(약 2조850억원) 규모의 합의에 이르면서 AI 학습 데이터의 취득 경로가 기업에 실제 대규모 법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음악 저작권 소송도 잇따라
최근에는 음악 분야에서 소송이 집중적으로 늘고 있다.
유니버설 뮤직 퍼블리싱 그룹(Universal Music Publishing Group), 콩코드 뮤직 그룹(Concord Music Group), ABKCO는 2023년 앤트로픽을 상대로 약 500곡의 가사가 클로드 학습과 출력 과정에서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소송을 냈다.
이후 음악기업들의 문제 제기는 확대됐다. BMG와 라운드 힐 뮤직(Round Hill Music) 등이 잇따라 앤트로픽을 제소했고, 라운드 힐은 AI 음악 생성 기업 수노도 별도로 법정에 세웠다.
로이터는 8월17일 라운드 힐이 앤트로픽과 수노를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하면서 우선 500곡 이상의 침해를 주장했으며 소송 범위가 1만곡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소니 뮤직 퍼블리싱과 워너 채펠 뮤직 등 35개 음악출판사가 8월28일 앤트로픽을 추가로 제소했다. ‘소니 뮤직 퍼블리싱 대 앤트로픽(Sony Music Publishing (US) LLC et al. v. Anthropic PBC et al., 5:26-cv-09217)’ 사건이다. 이 사건이 DAIL의 현재 집계에 추가되면 저작권 관련 AI 소송은 최소 154건이 된다.
개별 사건에서 주장하는 침해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음악업계가 AI 기업을 상대로 문제 삼는 범위는 AI 학습용 복제에서 생성 결과물까지 넓어지고 있다.
핵심은 ‘AI 학습은 공정이용인가’
154건의 소송을 관통하는 가장 큰 법적 쟁점 가운데 하나는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의 공정이용이다.
AI 기업들은 저작물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AI 모델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분석한다는 점을 공정이용 주장의 근거로 제시해왔다. 반면 저작권자들은 영리기업이 허락이나 대가 지급 없이 저작물을 대규모로 복제하고 이를 이용해 상업적 AI 서비스를 만들었다면 공정이용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 소송들은 이 문제가 하나의 공정이용 판단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같은 기업이 같은 저작물을 이용했더라도 저작물 취득 → 데이터세트 구축 → 모델 학습 → 생성 결과물 제공이라는 단계별 행위에 서로 다른 저작권 문제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쟁점은 AI 학습용 저작권 라이선스 시장이다. 저작권자들은 AI 기업이 무단으로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 합법적인 AI 학습 라이선스 시장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AI 기업 측에서는 모든 학습 자료에 사전 허가를 요구할 경우 대규모 AI 모델 개발 자체가 크게 제한될 수 있다는 논리가 제기돼 왔다.
따라서 앞으로 법원이 무엇을 공정이용으로 인정하느냐뿐 아니라 어떤 단계에서 저작권자의 허락이나 대가 지급이 필요한지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가 AI 산업의 데이터 조달 비용과 사업모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489건의 AI 소송…저작권만의 문제 아니다
DAIL 집계는 생성형 AI를 둘러싼 법적 충돌이 저작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준다.
8월30일 현재 DAIL에 집계된 전 세계 AI 관련 소송은 489건이다. 여기에는 저작권뿐 아니라 개인정보와 생체정보, 소비자보호, 명예훼손, 차별, 제품책임, 경쟁법 등 AI 개발과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법적 분쟁이 포함돼 있다.
그 가운데 저작권 관련 사건이 153건, 아직 데이터베이스에 반영되지 않은 최신 사건까지 고려하면 최소 154건에 이른다는 것은 AI 기업이 직면한 법적 위험 가운데 콘텐츠와 학습 데이터 문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더욱 중요한 것은 154건의 소송이 하나의 법적 질문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데이터가 학습에 사용됐는지, 어디에서 확보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복제됐는지, AI가 무엇을 출력했는지에 따라 쟁점이 달라지고 있다.
AI 저작권 소송의 무게중심도 이에 따라 ‘AI 학습은 저작권 침해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에서 ‘AI 개발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어떤 행위가 저작권 침해가 되는가’라는 보다 세분화된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154건에 달한 소송에서 미국 법원들이 내놓는 판단이 향후 AI 기업의 데이터 확보와 라이선스 비용, 모델 개발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Q&A
Q1. AI 저작권 관련 소송은 현재 몇 건인가.
8월30일 조지워싱턴대 DAIL에는 153건이 집계돼 있다. 여기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8월28일 소니·워너 등의 앤트로픽 상대 소송을 포함하면 최소 154건이다.
Q2. 전체 AI 관련 소송은 몇 건인가.
DAIL은 전 세계 AI 관련 소송을 489건으로 집계하고 있다. 저작권 관련 사건 154건은 이를 기준으로 약 31.5%에 해당한다. 다만 사건 유형이 서로 중복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소송을 배타적인 법률 분야별로 나눈 비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Q3. AI 저작권 소송은 모두 AI 학습의 적법성을 다투나.
아니다. 학습용 복제뿐 아니라 불법 사이트에서 저작물을 확보한 행위, 웹 스크래핑, 생성 결과물의 원저작물 침해, 저작권관리정보 제거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Q4. 미국 법원은 AI 학습을 공정이용이라고 판단했나.
일부 사건에서 특정한 학습 행위에 대해 공정이용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모든 AI 학습이나 데이터 취득이 자동으로 공정이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츠 사건에서는 모델 학습을 위한 일부 복제와 해적판 책을 확보해 라이브러리를 만든 행위가 구별됐다.
Q5. 소송이 늘어나면 AI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
법원이 AI 학습에 필요한 저작물의 취득과 복제에 어느 범위까지 라이선스를 요구하느냐에 따라 AI 기업의 데이터 조달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판결과 합의가 축적되면 AI 기업이 저작권자와 사전에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범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