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근로자 가운데 인공지능(AI)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답한 비율이 약 3%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회학자 제프리 C. 딕슨(Jeffrey C. Dixon)은 8월 27일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챗GPT(ChatGPT) 등장 4년 뒤에도 AI가 조사 대상 근로자의 고용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딕슨은 시장조사업체 유고브(YouGov)에 의뢰해 2026년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미국 근로자 1250명을 대상으로 25개 문항의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은 현재 AI 사용 여부와 향후 일자리 기회에 대한 전망, 2023년 이후 AI가 실제 고용에 미친 영향 등을 물었다. 표본은 연령·성별·인종·교육 수준 등에서 미국 취업 인구를 반영하도록 구성됐다.
응답자의 약 6%는 AI 도입 이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 일자리를 얻었다고 답했다. AI 데이터 라벨러나 AI 규정준수 전문가 같은 직무가 사례로 제시됐다. 약 9%는 AI 기술이나 역량과 관련해 승진 또는 직급 상승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반면 AI가 이전 업무를 자동화해 일자리를 잃었다는 응답은 약 3%였다.
세 질문에 대해 ‘아니다’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약 95%, 90%, 88%였다. AI로 인한 일자리 상실·신규 취업·승진 여부를 확신하지 못한 응답자는 문항별로 3~4%가량이었다. 각 수치는 반올림 때문에 합계가 100%를 넘을 수 있다. 조사 결과는 AI가 노동시장에 광범위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비관론이나 대규모 신규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낙관론과 달리, 현재까지의 변화가 소수 근로자에게 집중됐음을 보여준다.
딕슨은 이번 결과가 미국과 다른 국가에서 진행된 일부 연구와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원래 일자리 이동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AI 관련 변화 비율이 낮다는 점만으로 AI의 영향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승진과 경력 발전이 조사에서 확인된 가장 두드러진 영향으로 보였지만, AI 역량이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사에는 한계도 있다. 응답자들은 유고브 온라인 패널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무작위로 선정된 근로자와 다를 수 있다. AI 때문이든 다른 이유 때문이든 실직 상태인 사람은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설문이 시작된 2026년 7월 미국 공식 실업률은 4.1%였고 노동력은 감소하는 상황이었으며, 당시 AI가 많은 해고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지만 설문 응답만으로 AI가 고용 변화의 원인인지 확정하기도 어렵다. 이번 연구는 동료평가를 받지 않은 진행 중인 연구다.
딕슨은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자동화할 수 있는 ‘에이전틱 AI’가 확산하면 현재의 AI 전문성과 기술 가치가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근로자가 승진하는지, 업무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AI가 미래 기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지를 추가로 분석할 예정이다. 설문 비용은 홀리크로스대의 루에트거스 그랜드 챌린지 어워드와 교무처 전문성개발 계정의 지원을 받았으며, 딕슨은 AI 컨설팅 업체도 운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