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AI 데이터센터를 우주에 구축하기 위한 연구의 첫 단계로 냉장고 크기의 위성 시제품을 궤도에 올렸다. 미국 공영라디오 엔피알(NPR)은 10월 2일 구글이 태양광으로 가동하는 궤도 데이터센터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위성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TPU와 젬마, 우주 환경서 시험
위성에는 구글이 머신러닝용으로 설계한 텐서처리장치(TPU) 4개가 실렸다. 지상 데이터센터에서 이미 쓰이는 칩으로, 이번 임무에서는 구글의 오픈 웨이트 AI 모델 젬마(Gemma)를 구동해 간단한 질문에 답하도록 했다. 다만 열 관리 제약 때문에 한 번에 작동하는 시간은 15분이다. 구글은 블로그에서 이번 임무가 칩이 우주 비행의 물리적 충격과 방사선, 극심한 온도 변화를 견디는지 살피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는 태양광 패널이 거의 그늘에 들지 않는 태양동기궤도에 위성을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위성에 무거운 배터리나 예비 전력을 싣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으로 제시됐다. 구글은 항공우주·위성영상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와 협력해 장기적으로 여러 위성을 군집 형태로 운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위성마다 TPU 수십 개를 탑재하고, 레이저 통신으로 다른 위성 및 지상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연결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위성 2기를 추가로 발사할 예정이다.
냉각·수리와 비용은 과제
AI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과 설비 수요도 커지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는 5월 연례 개발자 행사에서 AI 서비스 수요가 공급을 웃돈다고 말했고, 올해 자본지출이 1800억∼1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의 6배를 넘는 규모다. 전력 소비가 큰 지상 데이터센터의 확산에 대한 반대가 커지는 가운데, 구글 외에도 우주에서 태양광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경쟁 움직임도 이어진다.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는 지난해 11월 엔비디아(Nvidia) H100 칩을 실은 우주선을 발사해 우주에서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AI 모델을 구동하는 시연을 했다. 스페이스X(SpaceX)는 이르면 2028년 궤도 AI 연산 위성을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젝트 선캐처의 첫 위성은 스페이스X 로켓으로 발사됐으며 플래닛 랩스가 가동을 맡는다. 구글은 이후 TPU를 켜 시험하고, 임무가 1년간 운영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우주 데이터센터의 실현에는 해결할 문제가 남아 있다. 진공 상태에서는 지상처럼 바람이나 물로 칩의 열을 식힐 수 없어, 구글은 배관과 라디에이터를 이용해 열을 옮기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책임자 트래비스 빌스(Travis Beals)는 라디에이터가 현재 임무에서 가장 무거운 부품 중 하나라며 냉각 효율을 높일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카네기멜런대 전기·컴퓨터공학 교수 브랜던 루시아(Brandon Lucia)는 고장 난 칩을 궤도에서 수리하기 어렵고, 발사와 유지 비용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켓 배출가스와 위성의 대기권 재진입에 따른 환경 영향도 과제로 꼽힌다. 빌스는 우주 데이터센터가 향후 5년 안에 지상보다 저렴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당분간 지상 데이터센터를 대체하기보다 각각 적합한 용도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