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신체 표준 의료 연구, 의료 AI 편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성 신체를 표준으로 삼아온 의료 연구 관행이 의료 AI의 편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컨버세이션은 9월 17일 의료 데이터에 과거의 성별 편향이 반영돼 AI가 생물학적 차이와 의료진의 판단 편향을 구분하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폐소생술부터 의료 데이터까지

2024년 전 세계에서 판매된 심폐소생술 마네킹 20종을 조사한 결과, 4분의 3은 남성용으로 설명됐거나 성별이 표시되지 않았다. 여성의 가슴 형태를 덧씌울 수 있는 제품은 1종뿐이었다. 실제 미국 병원 밖 심정지 사례 1만9331건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쓰러진 여성의 39%가 주변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받은 반면 남성은 45%였다. 목격된 심정지 뒤 4~5분이 지나 심폐소생술을 받은 사람은 1분 안에 받은 사람보다 퇴원 생존 가능성이 27% 낮다는 연구도 있다.

의료 AI는 의무기록과 연구 자료에서 질환과 증상의 연관성을 학습하지만, 의무기록에는 환자의 생물학뿐 아니라 의료진의 판단도 담긴다. 실험에서 심장질환 증상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함께 제시했을 때 여성은 남성보다 관상동맥질환 진단과 심장내과 의뢰를 덜 받았고, 증상이 심인성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기록으로 학습한 AI가 해당 판단을 질환 자체의 특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의료 AI 기기 692개를 검토한 2024년 연구에서는 공개 문서에 인구학적 정보와 성능 평가 세부 내용이 빠진 경우도 많았다.

남성 중심 연구가 남긴 공백

임상시험에서는 과거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을 초기 약물시험에서 제외하는 관행이 있었고, 실험실 연구에서도 수컷 동물이 선호됐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1977년 관련 여성의 초기 약물시험 배제를 권고했다가 1993년 정책을 철회했다. 여성은 수면제 졸피뎀을 남성보다 천천히 배출해 2013년 규제당국이 여성의 초기 복용량을 절반으로 낮추도록 권고했으며, 2020년 분석에서는 여성의 약물 이상반응이 남성보다 거의 2배 많았다.

연구 참여의 성별 균형은 개선됐지만 결과를 성별로 분석하는 작업은 충분하지 않다. 2026년 574개 논문을 검토한 결과 남녀를 모두 포함한 논문은 61%였지만, 이 중 성별에 따른 결과를 분석한 논문은 44%에 그쳤다. 100만명 이상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 분석에서는 흉통을 호소한 비율이 여성 74%, 남성 79%였고 여성은 목·턱 통증, 피로, 호흡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호주 뇌졸중 연구에서도 구급차로 이송된 70세 미만 여성은 남성보다 뇌졸중으로 평가받거나 사전 병원 뇌졸중 절차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낮았다.

의료 연구가 더 대표성을 갖추더라도 오늘날 AI가 활용하는 자료 상당수는 남성 신체를 기준으로 축적됐다. 성별에 따른 약물 대사 같은 생물학적 차이와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의료 접근성·증상 해석을 구분하지 않으면 알고리즘의 차별적 결과를 원인별로 설명하기 어렵다. 더컨버세이션은 향후 의료 AI를 설계할 때 데이터에서 발견된 차이가 실제 생물학을 반영하는지, 과거 환자들이 의료체계와 만난 방식의 차이를 반영하는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