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음향 분석이 뉴질랜드 야생에 남은 주머니쥐를 찾는 과정에서 오경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밤새 숲의 소리를 녹음한 뒤 AI가 주머니쥐 울음소리를 골라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주머니쥐가 없는 숲 녹음에서 수백 건의 잘못된 탐지를 낳던 모델이, 다른 동물의 소리를 집중 학습한 뒤 훨씬 적은 오경보를 내면서 높은 탐지 정확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8월 24일 이 연구를 소개하며, 해당 방식이 뉴질랜드의 외래 포유류 퇴치 사업에서 마지막 생존 개체를 찾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뉴질랜드의 주머니쥐는 토착림을 훼손하고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대표적인 유해 외래종으로, 국가 사업인 ‘포식자 없는 뉴질랜드 2050’의 주요 제거 대상이다.
넓은 지역에서 개체 대부분을 제거한 뒤에도 소수의 주머니쥐가 남으면 개체군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남은 개체가 적을수록 위치를 찾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배터리로 작동하는 소형 녹음 장치에 AI를 탑재하면 외딴 숲에서 수천 시간의 음성을 모두 업로드하지 않고도 현장에서 주머니쥐 울음소리를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저전력 장치용 모델은 다른 동물의 울음소리를 주머니쥐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차 모델 혼동 지도화’라는 학습 방식을 적용했다. 먼저 6000종이 넘는 새를 식별하도록 훈련된 AI 시스템 버드넷(BirdNET)에 주머니쥐 소리를 분석하게 했다. 버드넷은 주머니쥐를 인식하도록 학습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소리를 가장 비슷한 새 종으로 분류했고,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주머니쥐와 혼동하기 쉬운 새의 녹음을 찾아냈다. 사람에게는 서로 다르게 들리는 소리도 AI가 분석하는 시간에 따른 주파수 시각화 자료인 스펙트로그램에서는 유사한 패턴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확인한 새의 소리를 ‘어려운 음성 자료’로 훈련 데이터에 추가했다. 이는 주머니쥐와 비슷하게 보여 구별하기 어려운 사례를 반복해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이후 토착림에서 별도로 녹음한 숲의 자연음, 새와 곤충 소리, 식생이 흔들리는 소리, 바람과 비, 주머니쥐 울음소리로 재훈련 모델을 시험했다. 그 결과 이 방식으로 학습한 모델은 기존 방식보다 오경보가 훨씬 적었고, 훈련 때 접하지 않은 새 종이 포함된 녹음에서도 주머니쥐를 구별했다. 반면 훈련에 사용한 것과 비슷한 자료만으로 평가하면 두 방식의 성능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AI 탐지 모델을 학습에 사용한 자료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처음 접하는 데이터로 시험해야 한다는 점도 보여줬다. 연구진은 같은 접근법을 족제비와 쥐 등 뉴질랜드가 제거하려는 다른 침입종 탐지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야행성 토착 올빼미인 루루(ruru·모어포크)는 주머니쥐와 혼동하기 쉬운 종으로 버드넷에서 지목되지 않아, 이 종 주변에서 모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장 시험을 더 거친 뒤 널리 배치할 수 있으며, AI가 오경보를 쫓는 시간을 줄이고 실제 개체를 찾는 데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 향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