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Thales)가 해양 드론·로봇 기업 엑세일 테크놀로지스(Exail Technologies)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0억유로(약 1조62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유럽 방산업계가 무인 수상·수중 전력 확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탈레스가 대형 인수합병(M&A)에 필요한 자금을 채권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조달한 것이다.
탈레스는 4년물과 8년물 회사채를 각각 5억유로(약 8100억원)씩 발행했으며 전체 주문액은 25억5000만유로(약 4조1300억원)를 넘었다고 블룸버그가 8월20일 보도했다. 투자자 주문이 발행액의 2.5배를 웃돌면서 탈레스는 당초 예상보다 낮은 금리 가산폭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탈레스는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유럽의 대표적인 방산·항공우주·보안 기술 기업이다. 프랑스 정부가 지분 약 26%를 보유하고 있으며 레이더, 전자전, 항공전자, 사이버 보안, 위성 및 해군 전투체계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4년물 채권의 최종 스프레드(spread·기준금리에 추가되는 가산금리)는 미드스와프(mid-swap·유로화 회사채 가격 산정 등에 쓰이는 금리 기준)보다 45bp(베이시스포인트·1bp는 0.01%포인트), 8년물은 65bp 높게 결정됐다. 두 채권 모두 최초 가격 제시 수준보다 32.5bp 낮아졌다. 발행 과정에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탈레스의 자금 조달 조건이 개선됐다는 의미다.
3조9000억유로 아닌 39억유로 규모 엑세일 인수
탈레스는 지난 7월 엑세일 지배주주인 고르제(Gorgé) 일가가 보유한 지분 35.51%를 주당 134유로(약 21만7000원)에 인수하고 이후 잔여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를 실시하기로 했다.
앞서 로이터는 7월6일 이 거래는 엑세일의 기업가치(EV·순차입금을 포함해 기업 전체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금액)를 39억유로(약 6조3200억원)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탈레스는 앞서 엑세일 인수를 추진했던 프랑스 항공우주·방산기업 사프란(Safran)을 제치고 인수전에 승리했다.
엑세일은 해양 로봇과 관성항법시스템(INS·외부 위성 신호 없이 가속도와 회전 정보를 이용해 위치와 이동 방향을 계산하는 항법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프랑스 기업이다. 2022년 ECA그룹과 아이엑스블루(iXblue)의 결합으로 출범했으며 무인수중정(UUV·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수중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 무인수상정(USV·승조원 없이 수면 위에서 운항하는 선박) 등을 공급한다.
탈레스와 엑세일이 공개한 거래 조건에 따르면 주당 134유로의 인수가격은 제3자의 인수 가능성이 시장에 알려지기 전인 6월25일 엑세일 주가보다 44% 높은 수준이다. 고르제 일가 지분 인수는 경쟁 당국과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2027년 3분기까지 완료될 예정이며 이후 탈레스는 나머지 주식과 ODIRNANE 채권(주식 전환·상환 조건 등이 결합된 프랑스식 전환형 채권)에 대한 의무 공개매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저전·기뢰 제거 시장 놓고 방산업체 경쟁
탈레스가 엑세일에 거액을 투입하는 배경에는 해양전의 무인화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를 계기로 수상·수중 드론이 정찰과 공격뿐 아니라 기뢰 탐지·제거, 해저 인프라 감시 등에 활용되면서 해양 무인체계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탈레스는 엑세일 인수를 통해 수중전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관성항법 기술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엑세일의 광섬유 자이로스코프(FOG·광섬유 내부를 이동하는 빛의 간섭을 이용해 회전을 측정하는 장치) 기술과 탈레스의 링레이저 자이로스코프 기술을 결합하면 함정뿐 아니라 미사일, 무인기, 항공우주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엑세일의 2025년 매출은 4억7900만유로(약 7760억원)였다. 탈레스는 두 회사의 기술과 영업망을 결합해 향후 10년간 약 5억유로(약 8100억원)의 추가 매출을 창출하고, 2032년에는 연간 조정 영업이익(EBIT·이자와 세금을 차감하기 전 영업성과) 개선 효과가 9000만유로(약 1460억원)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