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의 AI 모델 클로드(Claude) 이용 토큰이 중국의 우회 거래 시장에서 공식 가격의 약 10%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차단과 신용카드 확인, 일부 이용자 대상 생체 인증까지 도입됐지만 이른바 ‘트랜스퍼 스테이션’이 접근 제한을 우회하고 있다.
더디코더(The Decoder)는 8월 23일 옥스퍼드 차이나 폴리시 랩 연구자 질란 첸(Zilan Qian)이 차이나토크(ChinaTalk)에 공개한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트랜스퍼 스테이션은 중국 밖 서버에 설치한 API 프록시로, 이용자의 요청을 정상 지원 지역에서 보낸 것처럼 앤트로픽에 전달한 뒤 응답을 되돌려준다. 이용자는 해외 가상사설망(VPN)이나 외국 신용카드 없이 위챗·알리페이로 위안화 결제를 할 수 있다.
중국 개발자 커뮤니티에는 가격과 이용 가능 여부에 따라 트랜스퍼 스테이션을 분류한 목록과 순위가 공유되고 있다. 이용자는 중국 AI 연구소뿐 아니라 학생, 연구자, 개발자, 기술기업 직원, 기업, 앱 제작자, 취미 이용자 등으로 넓게 분포한다. 일부 AI 연구소는 서구 모델의 출력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더 약한 모델을 빠르게 개선하는 ‘증류’를 목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시장은 계정 중개업자가 앤트로픽 계정을 대량 등록하고, 문자메시지 인증 플랫폼이 해외 전화번호를 제공하며, 역공학 전문가가 탐지 방식을 분석하는 모듈형 공급망으로 구성된다. 하류에서는 개발자와 기업, 재판매업자가 타오바오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이용권을 판매한다. 참여자 대부분이 공급망의 한두 단계만 맡기 때문에 한 사업자가 차단돼도 계정 풀과 고객이 남고, 대체 서비스가 수시간 안에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앤트로픽이 지원되지 않는 지역에 기반을 둔 법인이 직·간접적으로 50%를 넘게 소유한 기업을 차단하고, 전화번호·해외 신용카드·청구 주소를 확인해도 우회로는 남아 있다. 일부 이용자에게 요구하는 신분증과 실시간 셀카 인증도 가짜 신분증 생성 AI와 딥페이크 기술로 회피하거나, 저소득 국가의 실제 사람을 인증에 동원하는 방식이 거론됐다. 다만 이 내용은 비공식 대화와 공개 자료에 일부 근거한 주장이다.
가격은 앤트로픽의 무료 5달러 크레딧을 반복 활용하거나 기업·교육 할인을 악용하고, 200달러짜리 맥스(Max) 요금제를 여러 이용자에게 토큰 할당량으로 나눠 판매하는 방식으로 낮아진다. 도난 또는 부정 사용된 신용카드로 결제된 계정이 섞일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그 비중은 확인되지 않았다. 프록시 운영자가 요청을 다른 모델로 바꾸는 ‘희석’도 문제다. 독일 CISPA 헬름홀츠 정보보안센터가 API 프록시 17개를 조사한 결과 모델 바꾸기가 널리 나타났으며, ‘제미나이-2.5’로 표시된 한 엔드포인트는 의료 벤치마크에서 공식 모델의 83.82%가 아닌 37%를 기록했다. 오푸스(Opus) 4.7 요청이 더 저렴한 소넷(Sonnet)이나 중국 모델 큐원(Qwen)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분석은 토큰 판매보다 사용 데이터가 더 큰 수익원이 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프록시 운영자는 프롬프트와 응답, 도구 호출, 작업 반복 과정을 볼 수 있고, 코딩 에이전트 이용 시 코인베이스와 업무 흐름까지 노출될 수 있다.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클로드 오푸스(Claude Opus) 4.6 추론 출력 데이터셋이 허깅페이스(HuggingFace)에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운영자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판매하는지, 구매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첸은 프록시가 실제 이용자의 계정과 IP 주소 대신 프록시 계정과 주소를 앤트로픽에 보여주기 때문에 조정된 악용 행위를 탐지하는 시스템도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러 계정으로 활동을 분산하고 요청을 작게 쪼개면 클리오(Clio) 같은 모니터링 체계가 이용자를 식별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KYC 우회용 생체정보가 금융 사기나 딥페이크에 재판매되고, 계정 대량 생성 조직이 스팸·피싱·신용카드 사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