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의 AI 안경이 널리 보급되면서 비동의 촬영과 얼굴인식 악용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주변 기기를 찾아내는 앱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지용 LED를 가리기 쉽고, 메타가 촬영 중에도 LED를 켜지 않는 ‘슈퍼 센싱’ 기능을 시험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사생활 보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아스테크니카(Ars Technica)는 8월 21일 메타 AI 안경의 확산으로 학교·법원·식당·공연장 등 일부 장소가 스마트 안경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커 행사 데프콘 2026도 예외 없이 스마트 안경을 금지하고, 처방 안경을 쓰는 참석자에게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안경을 준비하라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지 조치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보안 인력이 해당 기기를 알아보거나 착용자가 스스로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메타의 AI 안경이 대중화될수록 외형이 다양한 모델로 늘어나 현장에서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취미 개발자들은 지난 2월부터 레이밴 메타(Ray-Ban Meta), 오클리 메타(Oakley Meta), 스냅 스펙터클스(Snap Spectacles) 등을 감지하는 앱을 개발·업데이트해 왔다.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의 직원 기술자인 쿠퍼 퀸틴은 비동의 촬영 문제와 관련해 감지 앱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장소 금지 조치와 함께 사용하면 규정이 지켜지는지 확인하고 민감한 상황에서 촬영이 시작될 가능성을 살피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안경이 비교적 눈에 띄지만, 앞으로는 유행하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돼 알아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사회적 금지 규범과 감지 기술이 함께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퀸틴은 안경 전면의 작은 녹화 표시등이 스티커로 쉽게 가려질 수 있어 악의적인 촬영을 막는 기능으로는 사실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스토킹이나 공공 화장실·침실에서의 몰래 촬영, 이민 단속 과정의 사용 사례가 보도됐고, 성 노동자와 소매점 노동자를 괴롭히는 영상도 논란이 됐다. 소셜미디어에는 장난성 촬영부터 집단 괴롭힘과 모욕을 담은 영상까지 올라오고 있어 표시등은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얼굴인식 기능이 추가되면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퀸틴은 얼굴인식이 딥페이크나 당사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제작되는 비동의 성적 이미지에 악용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EFF는 입법 조치가 없으면 스마트 안경 업체들이 생체정보 침해 피해자가 기업을 상대로 직접 소송할 수 있는 권리를 법률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얼굴인식 대응과 책임 있는 촬영 방법을 담은 이용자 안내서를 내놨다. 안내서는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하기 전 낯선 사람의 얼굴을 흐리게 처리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지난달 메타가 카메라와 오디오 녹음으로 착용자의 모든 순간을 포착하는 ‘슈퍼 센싱’ AI 안경 시제품을 시험 중이며, 해당 기능 사용 때 녹화 LED를 켜지 않는 방안을 경영진이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주변 사람이 촬영 여부를 알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메타는 지난 6월 와이어드(Wired)와 EFF가 5000만대의 휴대전화에 비공개로 설치됐다고 폭로한 미출시 얼굴인식 시스템을 스마트 안경 앱에서 삭제했지만, 이를 다시 도입할지는 불분명하다. 메타는 아스테크니카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