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를 감염하는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파지)에 대해 인공지능(AI)이 실제로 작동하는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더컨버세이션은 8월 11일자 글에서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AI로 완전한 파지의 DNA를 설계하고, 실험실에서 합성 DNA를 제작했더니 기능하는 바이러스가 생성됐다고 전했다.
해당 연구는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으며, 연구진은 표적 박테리아인 대장균(E. coli)을 감염하는 파지 ‘ΦX174’를 모델로 삼았다. ΦX174는 과학계에서 알려진 파지 가운데 크기가 작고 구조·특성이 비교적 단순하며, 연구가 많이 축적된 종이라 AI 설계된 유전체가 실제로 구현 가능한지 검증하기에 적합하다고 더컨버세이션은 설명했다.
더컨버세이션은 다만 치료용으로 활용하기엔 파지의 난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치료 목적으로 거론되는 파지는 ΦX174보다 5~50배 더 큰 경우가 있으며, 이들은 이중가닥 DNA 유전체와 수백 개 유전자를 가질 수 있고, 특정 박테리아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증식하며 박테리아가 자신들을 막기 위해 진화시킨 여러 방어 체계를 극복하는 분자 기계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또 파지는 항생제와 함께 쓰이거나 인체 내부에 가까운 조건에서 작동 양상이 달라질 수 있어, 파지 다양성의 상당 부분이 아직 미지라고 덧붙였다.
더컨버세이션은 AI가 파지 생물학을 더 깊게 파고드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알파폴드(AlphaFold) 같은 소프트웨어는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3D 구조를 예측해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파지 단백질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은 궁극적으로 AI가 DNA 서열과 단백질 구조, 파지의 실제 작동을 연결해 어떤 파지가 어떤 박테리아를 감염하는지, 어떤 단백질이 방어를 무너뜨리는지, 특정 항생제와의 병용에서 왜 성능이 달라지는지 같은 패턴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도, 예측은 결국 실제 실험으로 검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