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오픈AI(OpenAI)의 챗GPT(ChatGPT)를 구글(Google) 검색과 같은 법적 범주의 ‘초대형 온라인 검색엔진’으로 지정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정보를 찾아 답변하는 서비스도 검색엔진으로 보고 불법 콘텐츠와 이용자 안전, 선거, 기본권 등에 미치는 위험을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챗GPT에는 AI를 직접 규율하는 EU 인공지능법(AI Act)과 별도로, 온라인 플랫폼과 검색엔진을 규율하는 EU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DSA)의 초대형 검색엔진 규제가 적용된다. AI Act가 AI 모델과 시스템의 개발·제공·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규율한다면, DSA는 온라인 서비스가 콘텐츠와 정보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콘텐츠 확산과 기본권·미성년자·선거 등에 대한 위험을 관리하도록 하는 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8월31일 공식 발표를 통해 챗GPT를 ‘초대형 온라인 검색엔진(Very Large Online Search Engine·VLOSE)’으로,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과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를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Very Large Online Platform·VLOP)’으로 각각 지정했다.
세 서비스는 EU 내 월평균 이용자가 각각 4500만명 이상이라고 신고했다. EU 전체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4500만명은 DSA가 초대형 서비스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다. DSA 제33조 원문은 EU 내 월평균 활성 이용자가 4500만명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과 검색엔진을 VLOP 또는 VLOSE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로이터(Reuters)도 이날 “챗GPT와 레딧, 로블록스가 DSA의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챗GPT를 ‘검색엔진’으로 분류한 EU
세 서비스 가운데 규제상 의미가 가장 큰 것은 챗GPT다. 레딧과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제3자의 콘텐츠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분류됐다.
반면 EU는 생성형 AI 서비스인 챗GPT를 온라인 검색엔진으로 판단했다. 이용자가 프롬프트나 질문을 입력하면 챗GPT가 이에 답할 뿐 아니라 웹을 검색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챗GPT는 단순히 AI 모델을 개발·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이유만으로 DSA의 대형 검색서비스 규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이 대목은 EU의 AI 규제가 두 층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AI Act가 AI 모델과 시스템의 개발·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규율한다면 DSA는 이용자가 실제로 접하는 온라인 서비스와 그 알고리즘이 사회에 미치는 위험을 규율한다. 챗GPT처럼 AI 모델이 동시에 대규모 정보검색·전달 서비스가 되면서 두 규제 체계가 한 서비스에 함께 작동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불법 콘텐츠뿐 아니라 선거·기본권·정신건강까지 평가
VLOSE 지정은 챗GPT가 불법 콘텐츠를 단순히 삭제해야 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DSA 제34·35조에 따르면 초대형 플랫폼과 검색엔진은 서비스의 설계와 운영, 관련 알고리즘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적 위험(systemic risks)’을 찾아 평가하고 이에 대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완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평가 대상에는 불법 콘텐츠 확산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미디어의 자유와 다원성, 선거 과정과 공공안전, 미성년자 보호, 이용자의 신체·정신적 건강 등에 대한 위험이 포함된다.
특히 DSA는 위험 평가 과정에서 추천·광고 시스템을 비롯한 관련 알고리즘을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불법은 아니더라도 허위·기만적 정보가 알고리즘을 통해 증폭되는 위험 역시 고려 대상이다.
생성형 AI에 적용하면 챗GPT가 어떤 질문에 어떤 정보를 찾아 제시하는지, 알고리즘과 서비스 설계가 불법 정보나 허위정보 등의 확산 위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이 규제당국의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VLOSE 지정 자체가 특정한 챗GPT 기능이 DSA를 위반했다는 판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정에 따라 챗GPT 등의 DSA 준수 여부를 감독하고 서비스 기능과 관련 시스템을 조사할 권한도 갖게 된다.
그록(Grok)은 이미 DSA 조사…생성형 AI 규제 경로 넓어진다
이번 지정에 앞서 EU는 생성형 AI 기능을 DSA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집행위원회는 1월26일 X와 그록(Grok)에 대한 DSA 조사를 시작하면서 X에 탑재된 생성형 AI 그록의 기능과 관련된 위험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당시 쟁점에는 그록을 이용한 조작된 성적 이미지와 아동 성착취물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의 확산 위험 등이 포함됐다. 집행위원회는 X가 그록 기능을 도입하기 전에 서비스의 위험 변화에 관한 평가를 적절하게 수행했는지도 조사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록 사건과 챗GPT 지정에는 법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록 사건에서는 이미 VLOP으로 지정된 X에 새 AI 기능이 추가되면서 그 기능이 X의 시스템적 위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조사 대상이 됐다. 반면 챗GPT는 AI 서비스 자체가 VLOSE로 지정됐다.
이는 앞으로 대규모 생성형 AI 서비스가 기존 소셜미디어에 들어간 기능일 때뿐 아니라 독립된 검색·정보 서비스로 운영될 때도 DSA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챗GPT·레딧·로블록스, 강화된 의무 이행 준비해야
챗GPT와 레딧, 로블록스는 지정 통보 이후 4개월 안에 VLOP·VLOSE에 추가되는 DSA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집행위원회의 현재 안내 페이지는 적용 시점을 2027년 1월로 안내하고 있다.
여기에는 시스템적 위험 평가·완화 외에도 독립 감사와 투명성 강화 등 초대형 서비스에 적용되는 추가 의무가 포함된다. EU 집행위원회의 VLOP·VLOSE 설명에 따르면 45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가진 서비스에는 일반 온라인 서비스보다 엄격한 DSA 규제가 적용된다.
집행위원회는 현재까지 챗GPT와 레딧, 로블록스를 포함해 모두 28개의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검색엔진을 지정했다.
챗GPT 지정은 생성형 AI의 법적 성격에 대한 EU의 판단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챗GPT는 이제 EU에서 AI 시스템인 동시에 수천만명이 정보를 찾는 초대형 검색서비스다. 생성형 AI가 기존 검색엔진의 역할을 일부 흡수하면서 검색·플랫폼 규제와 AI 규제의 경계도 함께 허물어지고 있다.
Q&A
Q1. 챗GPT가 EU에서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으로 지정된 것인가.
아니다. 정확하게는 ‘초대형 온라인 검색엔진(VLOSE)’이다. 레딧과 로블록스가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으로 지정됐다. 챗GPT와 레딧·로블록스에 적용되는 강화된 DSA 의무에는 상당한 공통점이 있지만 법적 서비스 분류는 다르다.
Q2. 왜 AI 챗봇인 챗GPT가 검색엔진인가.
EU 집행위원회는 챗GPT가 이용자의 프롬프트와 질의에 응답하고 웹 검색을 통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온라인 검색엔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생성형 AI라는 기술적 형태보다 실제 서비스 기능을 기준으로 본 것이다.
Q3. 이용자 4500만명이 왜 중요한가.
DSA 제33조가 EU 내 월평균 활성 이용자 4500만명을 VLOP·VLOSE 지정 기준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기준을 넘는다고 자동으로 모든 의무가 즉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집행위원회의 지정 절차를 거친다.
Q4. EU가 앞으로 챗GPT의 답변 내용을 직접 규제한다는 뜻인가.
개별 답변을 사전 심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핵심은 챗GPT의 서비스와 알고리즘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시스템적 위험을 사업자가 평가하고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 콘텐츠, 기본권, 미성년자, 정신·신체적 건강, 선거와 공공안전 등이 위험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Q5. EU AI Act와 DSA는 어떻게 다른가.
AI Act는 AI 모델과 시스템을 위험 수준과 용도 등에 따라 규율하는 AI 전문 규제다. DSA는 온라인 플랫폼과 검색엔진이 이용자와 사회에 미치는 위험을 관리하는 디지털서비스 규제다. 챗GPT처럼 AI가 대규모 검색·정보전달 서비스가 되면서 하나의 서비스가 두 규제 체계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