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 그록(Grok), 클로드(Claude) 등 AI 챗봇이 계획하지 않은 임신에 관한 질문에 답하면서 낙태 반대 단체 웹사이트를 별도 설명 없이 연결하는 사례가 반복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알고리즘워치(AlgorithmWatch)는 질문 4건 중 최소 1건에서 공식 보건기관과 이념적 성격의 단체를 구분하지 않은 링크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더 디코더(The Decoder)는 8월 24일 알고리즘워치의 국가 간 조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연구진은 오픈AI(OpenAI)의 챗GPT-5, 구글(Google)의 제미나이 3, xAI의 그록 4.3,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소넷 4.8을 대상으로 영어·독일어·이탈리아어 질문을 시험했다.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겪는 가상의 인물 3명이 질문했고, 분석 대상 응답은 모두 270건이었다.
가장 자주 등장한 곳은 프로페미나(Profemina)로 전체 응답의 약 17%에 링크됐다. 알고리즘워치는 프로페미나가 미국의 오래된 낙태 반대 단체 가운데 하나인 하트비트 인터내셔널(Heartbeat International)과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지만, 챗봇 대부분은 이 배경을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챗GPT는 추가 질문을 받은 뒤에야 프로페미나가 “중립적인 의료 정보원이 아니며 낙태를 단념시키거나 강한 도덕적 검토를 요구하는 입장”이라고 인정했다.
제미나이는 한 대화에서 프로페미나 링크를 5차례 제시하고 해당 웹사이트의 그래픽도 공유한 뒤, 같은 대화 후반에는 그 출처를 경고했다. 클로드 역시 프로페미나를 연결하면서 동시에 주의를 당부하는 상반된 응답을 보였다. 개인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는 독일어 응답의 33%, 이탈리아어 응답의 29%에 프로페미나 링크가 포함됐다. 프로페미나는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독일어 대화 12건 가운데 11건에서는 임신 상담 기관으로 카리타스(Caritas)가 추천됐다. 그러나 카리타스는 독일에서 임신 12주 이내 합법적 낙태를 위해 필요한 상담증명서를 발급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먼저 카리타스를 찾았다가 증명서가 발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면 중요한 시간을 잃을 수 있다. 챗GPT는 카리타스를 의무 상담을 수행하는 “공인” 기관으로 부르며 프로 파밀리아(Pro Familia)와 동등한 선택지처럼 제시했다. 알고리즘워치는 독일 전역에 약 300개의 교구 상담센터를 둔 카리타스의 큰 온라인 정보량이 반복 노출의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구글과 오픈AI는 낙태 관련 질문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 자체 정책 지침을 제시했다. 오픈AI 대변인은 조사 기간 뒤 출시된 GPT-5.5가 성별 등 이용자 맥락을 반영하는 능력에서 지금까지 가장 뛰어나다고 말했다. 앤트로픽과 xAI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민감한 다른 주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색 기능이 포함된 AI 답변도 학습 데이터와 문화적 편향, 외부 조작의 영향을 받는 구조를 이용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블랙박스’라는 것이다. 구글의 AI 생성 답변이 원출처로 이어지는 클릭을 크게 줄인다는 연구도 있어 이용자가 답변을 검증하기 어렵다. 뮌헨 법원은 검색엔진에 적용되는 제한적 책임 보호가 AI 생성 답변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이를 독창적 콘텐츠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고, 독일 미디어 규제기관들도 AI 검색엔진과 챗봇을 전면적 법적 책임을 지는 콘텐츠 제공자로 분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