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공정근로위원회, 생성형 AI 사용 공개·사람 검증 의무화

호주 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 Commission)가 사건 서류 작성에 생성형 AI를 쓸 경우 사용 사실과 방식을 공개하도록 하는 새 규정을 10월 20일부터 시행한다.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서류의 증거 가치가 낮아지거나 소송 비용을 부담하고 사건이 기각될 수 있다. 더컨버세이션은 변호사이자 AI 거버넌스 연구자인 구지알 힐의 분석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생성형 AI 사용 공개하고 사람이 사실 확인

새 지침과 개정 서식에 따르면 위원회 사건에 제출할 문서를 생성형 AI로 준비한 사람은 AI를 사용했는지, 사용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활용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문서에 담긴 사실과 법적 근거가 정확한지도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하며, 다른 AI 도구로 검증하는 방식은 인정되지 않는다. 증인 진술서는 증인이 직접 알고 있는 사실과 자신의 말에 근거해야 하고, 진실한 내용이라는 점도 명시해야 한다.

호주 공정근로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은 2025년 7월부터 2026년 4월까지 4만4039건으로 집계됐다. 부당해고와 임금 미지급 분쟁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최근에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둘러싼 다툼까지 포함된 수치다. 위원회는 8월 말 최근 3년간 사건이 70% 늘어 업무량이 전례 없이 증가했다고 밝혔고, AI 확산도 이런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부당해고 신청자 4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약 40%가 AI를 사용했으며, 주로 챗GPT(ChatGPT)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조언에 의존한 부당해고 신청의 비용

조사에서는 AI가 사용자의 주장에 지나치게 동조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확신에 차서 제시하면서 승소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부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로 8월에는 알디(Aldi)에서 해고된 전직 직원이 AI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부당해고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비용을 물게 됐다. 해당 직원은 부당해고 신청 자격이 생기는 최소 근무 기간을 사흘 앞두고 해고됐기 때문에 처음부터 법적으로 신청이 성립하기 어려웠다.

신청서에는 챗봇이 남긴 “최종적으로 복사해 붙여넣을 수 있는 정리본” 같은 메모까지 들어 있었다. 위원회가 사건의 법적 가능성이 낮다고 사전에 알렸지만 AI가 계속 주장을 이어가자 신청을 진행했고, 마이클 이스턴 부위원장은 알디의 법률 비용 중 1230달러를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이스턴 부위원장은 AI 자체가 아니라 이를 사실상 준법률 자문가처럼 취급하면서 사람의 조언을 무시한 행위가 문제였다고 봤으며, 적절히 사용하면 소송 당사자를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 규정은 AI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사용 공개와 사람의 검증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변호사, 유급 대리인, 사건 당사자를 위해 일하는 인사 담당자 등 전문 대리인은 인용한 모든 판례에 하이퍼링크를 넣어야 하며, 법률가가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전문 규제기관에 회부될 수 있다. 위원회는 챗GPT, 클로드(Claude), 코파일럿(Copilot), 제미나이(Gemini) 같은 공개 AI 도구에 타인의 개인정보나 기밀 사건 정보를 입력하지 말라고도 경고했다. 호주 내 다른 법원들도 자기변호인을 포함한 AI 사용에 관한 지침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투명한 공개와 사람의 최종 확인이 재판·노동분쟁 서류 작성의 기본 절차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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