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15세 미만 소셜미디어·AI 챗봇 규제 추진

Family discussing child online safety with EU Kids Act screens
A family reviews proposed online protections for children using television, tablet, phone, and laptop screens.

유럽연합(EU)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챗봇과 온라인 게임 이용까지 연령에 따라 제한하는 ‘EU 키즈법(EU Kids Act)’을 추진한다. 13세 미만은 소셜미디어 이용을 원칙적으로 막고, 15세 미만은 부모가 관리하는 제한 계정만 허용하는 방식이다. AI 챗봇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미성년자의 생성형 AI 이용을 연령 규제와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16일 유럽의회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에서 13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고 15세 미만에게는 독립적인 개인 계정을 허용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AP통신은 이날 “13~14세 어린이에게는 보호자가 관리하면서 기능과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미니 계정(mini accounts)’을 허용하고, 15~18세 이용자에게는 플랫폼이 ‘안전한 설계(safe design)’를 제공하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보도했다.

이 방안은 단순히 ‘15세 미만 전면 금지’로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다고 매체들은 설명했다. 13세 미만과 13~14세, 15~18세를 나눠 접근 권한과 플랫폼의 의무를 달리하는 단계적 규제에 가깝다. 집행위가 키즈법의 세부안을 공개하기 전인 9월 15일 로이터는 집행위 문건을 토대로 “15세 미만의 소셜미디어·동영상 공유 플랫폼·AI 챗봇·온라인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가 확인한 문건에 따르면 15세부터는 자신의 계정을 만들 수 있지만 13~14세는 부모가 개설한 입문용 계정을 이용해야 한다. 이 계정에는 접촉할 수 있는 상대방과 이용 시간 등에 엄격한 제한이 적용된다. 3~12세 계정은 부모가 전적으로 관리하고 엄격한 안전 기준을 충족한 어린이용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3세 미만은 대상 서비스 이용을 허용하지 않는 내용도 문건에 포함됐다.

AI 챗봇까지 ‘연령 규제’ 대상으로

이번 규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소셜미디어 규제를 AI 챗봇과 AI 동반자(AI companion) 서비스까지 확대하려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어린이 온라인 안전 논의가 주로 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생성형 AI와 대화형 AI가 어린이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서비스로 확산하면서 규제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이 같은 방향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유럽의회는 2025년 11월 채택한 미성년자 온라인 보호 결의안에서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공유 플랫폼뿐 아니라 미성년자에게 위험을 줄 수 있는 AI 동반자 서비스에 EU 공통 ‘디지털 성년 연령’을 16세로 정하고, 13~16세는 부모 동의가 있을 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했다. 이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유럽의회의 정책 요구였다.

집행위가 이번에 추진하는 키즈법은 이보다 연령 기준을 세분화하면서 실제 입법으로 연결하려는 단계다. 다만 집행위 제안이 그대로 법률이 되는 것은 아니다.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입법 논의를 거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연령 기준과 적용 서비스, 기업의 의무가 바뀔 수 있다.

기존 DSA에 없던 ‘최소 이용 연령’ 법제화

현행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DSA)은 미성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에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 조치를 요구하지만 EU 전체에 적용되는 특정 최소 이용 연령을 직접 정하지는 않았다.

EU의 연령 확인 관련 집행위원회 권고도 DSA와 미성년자 보호 지침이 특정 최소 연령을 정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한다. 대신 미성년자 계정을 기본적으로 더 비공개로 설정하고, 모르는 이용자의 접근을 제한하며, 과도한 이용을 유도하는 기능을 기본적으로 비활성화하고, 플랫폼에 통합된 AI 챗봇에 안전장치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키즈법이 입법되면 이런 ‘안전한 서비스 설계’ 중심 규제에 연령별 접근 제한이 추가되는 셈이다. 로이터가 확인한 초안에는 중독을 유도하는 설계와 유해한 추천 피드를 제한하고, 어린이가 유해 콘텐츠를 쉽게 신고할 수 있는 기능과 실효성 있는 부모 통제 도구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규제의 실효성을 좌우할 핵심 장치는 연령 확인이다.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플랫폼은 신규 계정을 만들 때 이용자의 연령을 확인하고 온라인 게임 플랫폼은 게임을 내려받기 전에 연령을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이 초안에 포함됐다.

EU는 이미 이를 위한 기술 기반도 구축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용자가 이름이나 정확한 생년월일 등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플랫폼에 제공하지 않고도 특정 연령 이상이라는 사실만 증명할 수 있는 EU 공통 연령 확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2025년 7월 설계안을 공개한 데 이어 올해 4월 기능 개발을 마쳤으며, 향후 유럽 디지털 신원지갑(European Digital Identity Wallet)과도 연동할 계획이다.

호주에서 유럽으로 확산되는 ‘디지털 연령선’

어린이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법률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의 각국 규제 현황 보도에 따르면 호주는 16세 미만 어린이의 주요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유럽 각국에서도 유사한 규제가 논의돼 왔다.

EU가 추진하는 방식에는 그러나 연령만 높여서는 플랫폼의 중독성 설계와 광고 중심 사업모델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미성년자가 기준 연령에 도달하는 순간 같은 서비스와 추천 알고리즘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플랫폼 자체의 설계를 함께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16일 연설에서 “우리는 중독을 유도하는 기능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갈수록 극단적인 콘텐츠에 빠져드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소녀들의 사진이 AI가 생성한 성적 이미지에 이용되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We do not have to accept addictive features. We do not have to accept children being drawn into ever more extreme content. We do not have to accept that girls have their photos used for AI-generated sexualized images)”고 말했다.

반면 유럽 디지털권리단체 EDRi의 정책고문 시메온 드 브라우어(Simeon de Brouwer)는 AP통신에 “이 계획은 온라인 피해를 부추기는 사업모델과 착취적 관행을 다루는 대신 청소년의 위험 노출을 단지 늦출 뿐(The plan merely delays young people’s exposure to the risks of online harm instead of addressing the business model and extractive practices which fuel it)”이라고 말했다.

Q&A

Q1. EU가 15세 미만의 소셜미디어와 AI 챗봇을 모두 전면 금지하는 것인가?

아니다. 현재 공개된 방향은 연령별 단계적 접근이다. 13세 미만은 소셜미디어 이용을 원칙적으로 막고, 13~14세는 부모가 관리하는 제한 계정을 허용하며, 15세부터 독립 계정을 허용하는 구조다. AI 챗봇과 온라인 게임 등에도 연령별 제한과 안전 의무를 적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Q2. 이미 시행 중인 규제인가?

아니다. EU 집행위원회의 입법 추진안이다. 집행위가 제안한 뒤 유럽의회와 EU 회원국이 입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최종 연령 기준이나 적용 서비스, 기업 의무는 협상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Q3. 기존 디지털서비스법과 무엇이 다른가?

DSA는 미성년자가 이용하는 플랫폼에 개인정보 보호, 위험 완화, 추천 시스템 관리 등의 의무를 부과하지만 EU 전체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소셜미디어 최소 이용 연령을 정하지 않았다. 키즈법은 여기에 공통 연령 기준과 연령 확인 제도를 결합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Q4. AI 챗봇이 왜 소셜미디어와 함께 규제 대상에 들어가나?

AI 챗봇과 AI 동반자 서비스가 어린이와 장시간 대화하고 정서적 관계와 유사한 상호작용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EU는 기존 미성년자 보호 정책에서도 AI 챗봇에 대한 안전장치를 요구해 왔으며, 이번 방안은 이를 연령별 접근 규제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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