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거판에 AI로 만든 정치 광고가 빠르게 늘면서 올해 전국에서 최소 164건이 제작되거나 AI로 보강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9월 16일 후보자들이 AI 광고로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거나 경쟁 후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선거에서 늘어난 AI 정치광고
웨슬리언 미디어 프로젝트는 이달 초 올해 들어 AI가 제작 또는 보강한 정치 광고가 최소 164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마이클 프란츠 공동책임자는 AI 광고가 “훨씬 더 흔해지고 있다”며 광고 내용을 강화하고 시각적으로 다듬는 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을 확산 배경으로 꼽았다. AI 광고는 로스앤젤레스 시장 선거에 출마한 스펜서 프랫과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의 제임스 탈라리코·켄 팩스턴 대결처럼 주목도가 높은 선거뿐 아니라 지방의원 선거에도 등장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제시카 비클러는 공화당 현역 의원 마이클 리의 광고에 AI로 만들어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광고 속 비클러는 실제로 한 적 없는 기괴한 자세로 몸을 비틀며 치안과 의료정책에 관한 주장을 하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광고에는 AI를 사용했다는 고지가 있었지만, 비클러는 자신의 얼굴과 몸이 사용됐고 제작에 동의하거나 참여한 적이 없다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영상이 실제 촬영물이라고 생각해 리 후보가 비클러의 요가 스튜디오에 들어가 촬영했는지 물었다.
딥페이크보다 정치적 풍자에 가까워
AI로 만든 정치 영상은 2024년 선거 때부터 확산하기 시작했고, 당시에는 후보자가 하지 않은 과격한 발언을 하는 딥페이크가 대규모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미국 주의회 회의체인 전국주입법회의에 따르면 현재 31개 주가 딥페이크를 금지하거나 AI 사용 사실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뉴욕대 기술정책센터의 스콧 바브와 브레넌 소장은 광범위한 기만적 딥페이크 문제는 현실화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대신 최근 광고는 사실처럼 속이기보다는 과장된 풍자와 공격적 이미지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오하이오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셰러드 브라운을 생일 파티에서 떠나지 않는 인물로 그린 광고가 나왔고, 팩스턴 후보는 경쟁자인 민주당 탈라리코 후보가 성경을 읽는 모습을 담은 AI 광고를 공개했다. 탈라리코 후보는 이를 기만적인 광고라고 비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정치 후원자 토드 스티펠이 2024년 당시 공화당 주지사 후보였던 마크 로빈슨을 손가락 14개를 가진 괴물로 묘사한 AI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선거를 추적하는 민주주의·기술센터의 이사벨 린저는 정치인이 오랫동안 풍자화와 과장을 통해 경쟁자를 공격해왔다는 점에서 AI가 정치 만화의 다음 형태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AI는 실제와 비슷한 영상을 만들 수 있고 기술 자체가 새롭기 때문에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같은 영상이라도 온라인에서 접하는 사람의 배경과 정보에 따라 풍자로 받아들여질 수도, 실제 사건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AI로 만든 정치광고가 전국 곳곳에 등장하는 가운데, 일부 시청자가 이를 실제 촬영물로 받아들이는 사례도 나왔다. 광고에 AI 사용 사실을 표시한 경우에도 노스캐롤라이나 후보자 제시카 비클러의 일부 지지자들은 영상이 실제 촬영물이라고 생각해 리 후보가 비클러의 요가 스튜디오에 들어가 촬영했는지 물었다. 이들 광고는 후보자와 경쟁자를 과장된 이미지로 묘사하는 풍자에 가까운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