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은 러시아 팀이 우크라이나 전투 영상을 수집해 스스로 표적을 고르고 폭발하도록 설계된 자율 ‘카미카제’ 드론을 개발하는 데 클로드(Claude)를 악용한 사례를 공개했다. 더컨버세이션은 9월 16일 앤트로픽의 위협 인텔리전스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같이 보도했다.
클로드로 표적 식별·폭발 명령까지
앤트로픽이 9월 10일 공개한 154쪽 분량의 보고서는 2025년 12월부터 2026년 8월까지 클로드 모델이 악의적 활동에 악용된 사례를 다뤘다. 사이버 작전, 영향력 공작, 감시, 사기, 생물학적 악용, 재래식 무기 개발, 모델 증류 등 7개 분야가 포함됐으며, 회사는 무기 설계나 정보 수집에 클로드를 이용한 여러 위협 행위자를 조사하고 차단했다고 밝혔다.
사례번호 GTG-27005는 러시아에 기반을 둔 프리랜서로 추정되는 소규모 팀의 프로젝트다. 이들은 2026년 5월부터 ‘드론닥(DronDoc)’ 또는 ‘세라핌(Serafim)’이라는 이름으로 자율형 1인칭 시점(FPV) 카미카제 드론 군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클로드의 코딩 도구를 활용해 만든 소프트웨어는 드론이 ‘사람’을 포함한 표적을 스스로 선택하고, 인간의 최종 확인 없이 폭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개발자들은 앤트로픽의 지역 기반 제한을 피하려고 상용 서버를 통해 접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쟁 영상이 무기 개발 자료로 전환
이 팀은 우크라이나 전투 영상을 수집한 뒤 ‘적’과 ‘아군’으로 분류해 표적 식별 소프트웨어를 훈련했고, 도네츠크주 내 모의 표적 지역에서 성능을 시험했다. 보고서는 영상의 구체적인 출처를 밝히지 않았으며, 군 관계자가 쓰는 텔레그램 채널이나 드론 공격 기록 계정, 오픈소스 정보(OSINT) 자료, 언론·연구기관의 공개 데이터베이스 등이 가능성으로 거론된다. 따라서 어떤 영상이 실제로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영상 시스템 ‘오치(OCHI)’에는 2022년 이후 200만시간이 넘는 실전 영상이 축적됐다. 미국 기업 인에이블드 인텔리전스(Enabled Intelligence)도 최근 우크라이나 드론 영상 50만시간 이상을 군사 AI 훈련용 상업 데이터세트로 묶어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전쟁 기록과 증거 확보를 위해 공개된 영상이 별도의 가공 없이 표적 식별용 데이터로 재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러시아 국가 연계 조직으로 알려진 미드나이트 블리자드(Midnight Blizzard)와 관련된 별도 사례 GTG-20006도 소개했다. 이 조직은 군용 드론의 시각 인식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탈취한 뒤 클로드를 이용해 며칠 동안 역설계하고, 출시되지 않은 제품의 설계와 부품 정보를 복원하려 했다. 두 사례는 드론의 엔진이나 탄두뿐 아니라 무엇을 표적으로 인식하는지 결정하는 시각 시스템 자체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